하이얼 2만6000명 감원의 진실

    • 최흡 위비경영연구소장

입력 2015.11.23 04:00

“왜 하이얼이지? 샤오미나 화웨이가 아닌가?”
이상했습니다. 경영학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싱커스50’의 올해 수상자 명단을 보니, 유일한 기업가는 중국 가전기업 하이얼의 장루이민(張瑞敏) 회장이었습니다.
사실 국내에서 잘 알려진 중국 기업은 상장을 계기로 주목받게 된 알리바바, 혁신의 모델로 알려진 샤오미, 한국기업들이 가장 경계한다고 하는 화웨이 등이었죠. 제 기억에 하이얼은 10년 쯤 전에 떠올랐다가 그 후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진 않은 회사였습니다.

기사를 찾아보니 조선일보에는 하이얼 관련 기사가 작년 여름에 최후로 나왔는데, 그 내용은 1만6000명을 감원한 데 이어 또다시 1만명을 감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비즈人] 올 연말까지 1만명 추가 감원… 中 하이얼, 電子상거래서 돌파구

그런데 이렇게 위기에 처한 기업의 회장이 경영인으로서 상을 받는다니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게다가 이 사람은 2007년에 위클리비즈 커버스토리로 등장한 일이 있었습니다.
자본주의 기업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中 하이얼 회장의 ‘3색 경영’

다소 찜찜한 생각이 들었지만 ‘싱커스 50’에는 워낙 유명한 경영 구루가 많기에 일단 가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한데, 싱커스50 행사에 출장을 간 이혜운 기자와 배정원 기자가 본 것은 전 세계 경영구루들의 ‘수퍼스타’가 된 그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경영의 대가’로 부르게 만든 것은 바로 그 ‘2만6000명의 감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것은 실제로는 ‘감원’이 아니었던 것이죠.

◆ 경영구루들의 수퍼스타

지난 주(11월 21~22일자) 위클리비즈 커버스토리는 장루이민 하이얼 회장 인터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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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열린 회의에서 장 회장은 화제의 중심이었습니다. 수천명의 경영인을 만나봤다는 싱커스50의 스튜어트 크레이너 창립자는 지금까지 만나본 경영인 중 최고인물로 그를 꼽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른바 세계경영 혁신의 아이콘으로 대접받았는데, 그 이유는 그가 한 2만6000명의 감원이 사실은 회사가 유도한 사원들의 벤처창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회사가 세계1위를 차지하고 한참 성장하던 2013년과 2014년에 회사 직원들로부터 아이디어를 받은 후 돈을 주어 창업하게 했습니다. 약 200여개의 자회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휘체계를 수평화하고, 수많은 벤처기업을 만든 셈입니다. 피라미드식 조직 체계를 과감히 깨버리고 직원들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에 책임지고 도전하게 한 것이죠.
이날 행사장은 이런 하이얼의 개혁에 대한 찬미장 같았다고 합니다. 물론 이 실험이 성공할지는 후에 가봐야 알 일이지만 샤오미가 그랬듯이 중국에서 ‘혁신’의 아이콘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불과 얼마 전만해도 공산주의였던 국가에서 말이죠.

사실 이런 하이얼에 대해 국내에선 다소 평가절하하는 분위기입니다. 이혜운 기자는 “국내 전자회사 관계자에 하이얼에 관해 물으니 ‘1위라곤 해도 통계가 맞는지 모르겠다’고 깎아내리는 분위기였다”고 말합니다. 물론 아직 하이얼에 대해 저가품 위주의 브랜드라는 평가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소한 세계의 경영 구루들이 주목하는 기업은 다른 어느 기업도 아닌 하이얼이었습니다.

◆ 샌드위치는 없다

내킨 김에 싱커스50 회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한국기업과 한국경영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 내용이 2면에 실린 ‘한국이 일·중 사이 샌드위치? 오만한 생각’이라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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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주로 석학들의 경영철학에 대한 것이었고(앞으로 위클리비즈 커버스토리나 기타 기사를 통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한국에 대한 질문은 이른바 ‘덤’ 이었기에 피상적이고 준비가 덜 된 답변도 많았습니다.
애초에 경영대가라고 해서 그들의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길 필요는 없습니다. 그동안 여러 사람의 인터뷰를 보시면 알겠지만 한 사안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다른 목소리가 있죠. 사람이 모두 다르듯이 기업도 국가도 모두 다릅니다. 어느 한 이론으로 모든 회사나 국가의 현재가 설명이 된다든지 모든 기업에 적용가능한 ‘비법’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입니다.
다만 많은 석학들에게 물어보는 과정에서 오히려 더 한국이란 브랜드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해 봤습니다. 구체적인 기업대 기업으로 보면 여러가지 이견이 있겠습니다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면 결국은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뚜렷하지 않다고 보입니다. “여기 모인 경영학자 중에서 삼성이 한국 브랜드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경영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안에서도 그만큼 실제 실력 아래로 평가받는다는 의미도 있겠습니다.(물론 실제 실력으로도 다소 이전과 구도가 달라진 것도 사실이고요)

요즘 세상에 국적 보고 구매하는 사람이 어디있느냐고 합니다만, 국가브랜드 이미지에 따른 디스카운트나 프리미엄은 확실히 있습니다. 저성장시대에 들어설 수록 중요해집니다. 지금의 인도가 ‘수학’이나 ‘이성’적인 이미지로 국가 브랜드를 잡아가며 성장하는 모습, 처음에 그저 저가품 브랜드였던 중국 기업들이 최근에 ‘혁신’의 탈을 쓰기 시작하면서 중국기업 전체 이미지가 바뀌는 모습, 역시 저가 이미지였던 일본이 소니 등의 브랜드를 통해 장인정신의 이미지를 만들어갔던 과거의 사례 등을 비교하면, 좋은 이미지의 국가 브랜드 확립이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인터뷰했던 사람들은 대체로 한류를 중심으로 한 문화상품 수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입니다. 경제를 지탱하는 축이 다양하다(팀 하포드 FT칼럼니스트)는 것은 장점도 되고 단점도 되지만 그 분야가 문화에 이르면 브랜드 이미지 구축의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이 방향으로 약간 나간 것이 (좋은 의미에서의) ‘동양의 이탈리아’ (2015 노벨경제학상 앵거스 디턴 교수)란 이미지인듯 싶습니다.
관계 링크를 최근 2개월간 나간 것만 소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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