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돈만 낭비하고… 유럽의 클린 디젤 전략은 최대의 '실패한 환경 정책'

    • 클리브 크룩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입력 2015.10.03 03:04

온실가스 줄이는 데 도움 된다던 디젤 엔진
알고 보면 해로운 물질 더 많이 나와

폴크스바겐 스캔들을 듣고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많은 사람에게 존경을 받는 거대한 회사가 220억달러를 날려버릴 수준의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 고객을 속인 폴크스바겐은 엄청난 벌금과 기업 가치 추가 하락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번 스캔들은 폴크스바겐이라는 한 기업에 국한된 사건은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다른 스캔들을 예고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으로 불거질 수 있는 2차 스캔들이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많은 사람은 독일과 유럽의 규제 기관이 지나치게 무능했던 게 아닌지 혹은 이들이 제조업체들의 불법행위를 눈감아 준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다른 회사들 역시 폴크스바겐과 같은 행위를 해오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유럽의 규제 기관은 무엇을 알고 있고, 언제 알았을까? 테스트 중에만 가스 배출량을 줄여주는 일종의 꼼수 역할을 하는 '차단 장치(defeat device)'에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규제 기관은 정확한 테스트 결과를 위해 엔진 시스템을 다른 모드로 바꿔야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진짜 문제는 차단 장치를 사용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실제 자동차 주행 시에만 주행 모드를 설정했고 테스트 받을 때는 테스트 모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규제 기관은 가스 배출량을 검사할 때 테스트 모드로 설정해 놓는 것이 문제이고, 여기에 대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어떤 조치를 했는지 들어본 일이 없다. 테스트 모드에 대한 감독이 지나치게 느슨해 부정행위를 할 여지가 생긴 건 아닐까?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어떻게 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흥미롭다. 폴크스바겐의 회복은 여기에 달렸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불거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스캔들은 더욱 치명적이다. 바로 유럽 자동차 제조 회사들을 이렇게 이끈 경제·환경 정책이다. '클린 디젤' 전략은 정부 주도 정책이었다. 하지만 폴크스바겐 사태가 일어나기도 훨씬 전에 이 정책은 상당히 큰 비용만 낭비한 실패였다고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것이 이번 사건의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1990년대 중반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 때문에 유럽 정부는 가솔린 엔진에서 디젤 엔진으로 바꾸는 정책을 주도했고, 상당 부분 성공했다. 현재 유럽에서 디젤 자동차는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 정책을 가장 먼저 시도한 프랑스에서 디젤 엔진은 모터 소비량의 거의 80%를 차지한다.

디젤은 가솔린보다 탄소가 더 많다. 하지만 디젤 엔진은 연료를 더 적게 태운다. 이런 까닭에 디젤 엔진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논리가 성립한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디젤 엔진 사용은 환경에 더 치명적이다. 온실가스가 나오는 비율은 낮지만, 미세 먼지와 질소산화물 등 인체에 해로운 물질은 더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규제 당국은 오로지 온실가스만 줄이겠다며 다른 유해 물질에 대한 규제를 느슨하게 만들어줬다. 이 때문에 디젤 엔진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 것이다.

게다가 디젤 엔진 전환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정부가 세금을 덜 받으면서까지 디젤 자동차의 소비를 늘리자, 결국 소비자는 더 많은 자동차를 이용하게 됐고, 온실가스는 더 늘어났다. 디젤 수요가 늘면서 러시아에서는 더 많은 디젤유(油)를 공급했고, 에너지 소비 사슬은 더 많은 탄소 배출로 이어졌다.

쉽게 말해 클린 디젤 전략은 결국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실패했고, 엄청난 비용 낭비였다. 한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 이 정책은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심화시켰다.

유럽의 자동차 제조업체가 '환경 보호'라는 가치를 얼마나 중요시했는지 모르겠지만, 폴크스바겐은 디젤 자동차를 미국에까지 도입하려는 실수를 저지른 셈이다. 그러나 미국의 규제 기관은 그리 너그럽지 않았고, 더군다나 미국 정부는 디젤을 옹호하는 정책을 펼치지도 않았다.

반면 유럽은 자동차 산업에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맞지 않는 정책을 선택했다. 이 때문에 세계적 자동차 제조업체(폴크스바겐)는 위기를 맞았고, 유럽의 많은 도시는 질소산화물이 늘어나는 공기 오염에 직면했다. 실제로 기후변화가 발생했을 때 크게 할 말도 없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폴크스바겐이 기업 역사상 가장 큰 사기를 저질렀다고 본다. 사기를 칠 환경을 만들어준 유럽의 클린 디젤 전략은 역사상 최대의 '실패한 환경 정책'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