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교육 시스템 과거엔 빛 발했지만 저출산 시대엔 경쟁력 약화 요인

입력 2015.10.03 03:04

[홀거 셰퍼 경제연구소(IW) 수석연구원]
10년 전만 해도 하르츠 노동 개혁 필요 했지만… 노동시장 유연화는 결과적으로 전문성 없는 인력만 양산

홀거 셰퍼 경제연구소(IW) 수석연구원
홀거 셰퍼 경제연구소(IW) 수석연구원

"독일 하르츠 노동 개혁과 듀얼 교육 시스템(Dual System·초등학교 고학년 때 대학 진학반과 취업반을 나눠 별도로 교육시키는 시스템)은 실업률을 낮추는 데는 큰 공을 세웠지만, 우수한 엘리트 인재를 양성하는 데는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독일 서부 쾰른에 위치한 경제연구소(IW)는 DIW와 함께 독일 양대 경제연구기관으로 꼽힌다. DIW와 반대로 보수적인 성향으로 분류된다.

지난달 29일 쾰른 IW의 베를린 지사에서 만난 홀거 셰퍼(Schaefer·46) 수석연구원은 "이런 시스템은 과거 고(高)실업률 상황에서는 빛을 발했지만, 최근 저출산으로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거론된다"고 말했다.

독일 노동 시스템의 문제

"독일 경제 기적의 주요 원동력으로 꼽히는 듀얼 교육 시스템과 하르츠 노동 시스템은 외부의 시선과 달리 독일 내에서는 비판적인 여론도 많습니다. 듀얼 교육 시스템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 대학 교육을 받을 학생과 직업 교육을 받을 학생으로 나누는 시스템입니다. 이 때문에 독일 내에서의 대학 진학률은 50%도 되지 않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독일 교육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것도 이 부분입니다. 독일 내에 대학 교육을 받은 엘리트층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듀얼 교육 시스템은 젊은층의 실업률을 낮춘 효과가 있습니다. 모든 직업군에 대학 교육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은 문제로 지목됩니다.

이는 하르츠 노동 개혁과 맞물리면서 더 큰 문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하르츠 노동 개혁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당시 독일의 실업률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보다 높았습니다. 독일이 유럽 경제의 '병자' 취급을 받던 시기입니다. 당시 정부가 하르츠 노동 개혁을 추진할 때만 해도 내부에서는 '이것만으로 충분할까'라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충분했습니다. 하르츠 노동 개혁으로 독일 GDP는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개혁으로 인한 노동 시장 유연화는 전문성이 없는 단순한 직업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독일의 자랑이었던 '숙련된 전문가'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에는 출산율 저하까지 겹쳐지며 고급 노동력 부족 현상으로도 이어졌습니다.

기업들의 저투자도 독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올해 독일 내 2900개 기업 중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30%에 불과합니다. 작년 초 44%보다도 14%포인트가 줄어든 것입니다.

반면, 투자를 줄이겠다는 기업 비중은 15%에서 25%로 증가했습니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려면 의미 있는 투자가 발생해야 합니다. 올해 2분기 산업의 총설비투자는 직전 분기와 비교해서도 0.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현재 독일 정부는 수출에 대한 비중을 낮추고 투자를 늘려 내수를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아직 돈을 풀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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