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들이 진정 분노하는 건 폴크스바겐 경영진이 잘못 부인하는 것

입력 2015.10.03 03:04

[볼프강 매닝 함부르크대 경제학과 교수]
현재 독일 경제의 위협 요소는 '난민 문제'… 이들이 사회 정착 못할 땐 경제구조 자체 뒤흔들 수 있어

볼프강 매닝 함부르크대 교수
볼프강 매닝 함부르크대 교수

"독일인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폴크스바겐이 배기가스를 조작한 것은 소비자에게 사기를 친 것이지만, 경영진이 잘못을 부인하는 것은 사회에 사기를 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경영진에 대한 분노가 큽니다."

볼프강 매닝(Maenning·55) 함부르크대 경제학과 교수는 독일 내 경제 정책 분야에서 손꼽히는 학자다. 독일 정부 프로젝트의 각종 자문위원을 맡고 있기도 하다. 지난달 29일 오전 방학을 맞아 베를린 개인 연구소에서 그를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이번 폴크스바겐 스캔들은 자동차 업계 전반의 문제로 확산될 것"이라며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 지배 구조와 정부 정책 문제

"사실 독일인들이 가장 분노를 느끼는 부분은 폴크스바겐 경영진의 대처입니다. 사건 발생 후 마르틴 빈터코른 전(前) 회장은 몰랐다고 했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장기간 많은 모델을 대상으로 벌어진 일을 그가 정말로 몰랐을까요? 백번 양보해 정말로 몰랐다 하더라도, 그렇게 말하는 것이 옳았을까요? 폴크스바겐은 말 그대로 '국민차'입니다. 이런 차를 만드는 회사의 지도부가 스캔들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실망감이 큰 상황입니다.

최근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와 독일운전자클럽 '아데아체'는 유로 6(강화된 배기가스 기준) 디젤차를 생산하는 10개사(社) 32개 브랜드 제품을 대상으로 실제 도로 주행 상태에서의 배기가스 배출을 측정한 바 있습니다. 이때 유로 6 기준에 든 것은 단 10개 브랜드에 불과했고, 22개는 불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가장 농도가 높은 것은 볼보(기준치 15배)였고, 그 다음이 르노였습니다. 당시 테스트에서 합격점을 받은 것은 BMW 정도였습니다.

폴크스바겐뿐 아니라 디젤 엔진이 친(親)환경이라는 주장에 문제가 있었던 셈입니다. 현재 독일 정부는 디젤차에 세금 감면 등의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EU 등이 문제를 제기하는데, 업체 말만 믿고 정책을 지속한 것이지요. 심지어 바로 옆 나라인 프랑스도 대기 오염을 이유로 2020년까지 파리 내 디젤차 운행을 금지시키겠다고 선포하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저는 앞으로 독일 디젤 엔진 지원 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럴 경우 전기차 시대가 앞당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폴크스바겐 스캔들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여기까지입니다. 현대차에 문제가 생겼다고 삼성폰을 안 살까요? 독일산 제품 문제로 확산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현재 독일 경제의 위협 요소는 '난민 문제'입니다. 독일 정부가 난민을 허가한 것은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 때문입니다. 시리아 등에서 독일로 오는 난민들은 나름대로 그 나라에서는 교육 수준이 높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서 오는 것이라는 '낙관론'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독일 사회에 정착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독일 주민들은 그들을 고스란히 먹여 살려야 합니다. 여기에 대해 독일 정부의 비전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국제사회 비판을 피하기에 급급해 보입니다. 메르켈 총리 지지율이 최근 50%대 이하로 폭락한 것도 난민 문제 때문입니다. 폴크스바겐은 한 회사의 잘못이고 단기적인 사건입니다. 반면, 난민 문제는 독일 경제 구조 자체를 뒤흔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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