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하게 외부 수요에 의존하는 獨경제 외부 충격에 취약

입력 2015.10.03 03:04

[한스 쿤드나니 獨싱크탱크 마셜펀드 수석연구원]
노동자 실질소득 매년 4.5% 줄어… 독일 제품 가격 경쟁력 급증한 건 생산성 증가 아닌 노동비용 하락 때문

한스 쿤드나니 마셜펀드 수석연구원
한스 쿤드나니 마셜펀드 수석연구원

"폴크스바겐 사태에 대한 독일 정부의 민감한 반응이 독일 경제의 약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입니다."

독일 민간 싱크탱크 마셜(Marshall) 펀드의 한스 쿤드나니(Kundnani·43)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독일 경제의 약점에 대해 꾸준히 지적해온 사람이다. 영국 버밍엄대학교에 있는 독일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도 활동 중인 그는 최근 출간한 책 '독일의 역습'에서도 수출 중심의 독일 경제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폴크스바겐 사태로 독일 경제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분석이 연이어 나오면서 그의 주장도 크게 재평가받게 됐다. 그는 "독일 경제는 내수가 취약한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수출에 의존해 성장했다"고 지적했다.

독일 경제 약점 보여준 사건

"폴크스바겐이 지급할 수 있는 잠재적인 벌금은 180억유로(약 24조2000억원)에 달합니다.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1%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폴크스바겐 사태로 독일 자동차 산업이 위축되고 다른 산업에도 여파가 미치면서 독일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독일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3%에서 2010년에는 48%까지 올랐습니다. 게다가 독일의 자동차 산업은 독일 경제 전체의 축소판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통일 무렵 독일은 자동차 생산량의 거의 절반 정도를 수출했는데, 2000년대 들어와서는 생산량의 4분의 3 이상을 수출하게 됐습니다. 독일 경제는 그간 성장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너지기 쉬운 취약점을 가지게 된 셈입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독일은 '유럽의 병자'로 불렸습니다. 마르크화 가치가 높았던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이 상황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추진한 '하르츠 개혁안' 덕분에 독일 경제가 부활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사실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독일 제조업체들이 중·동부 유럽에서 아웃소싱 제작을 시작한 것입니다. 냉전이 종식되고 독일이 통일되자 2000년대 후반 독일 제조업체들은 체코·헝가리·폴란드·슬로바키아 등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폴크스바겐은 체코에서 대부분의 제품을 생산하고, 독일에서는 제품을 조립만 합니다. 이 지역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것입니다. 기업들이 해외의 싼 노동자들을 이용하면서 독일 내 숙련 노동자들의 임금은 하락했습니다.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2000년대 독일 노동자의 실질소득은 해마다 4.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 결과 독일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크게 올라갔습니다. 이는 생산성 증가 때문이 아니라 단위 노동 비용 하락 때문입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덕을 많이 봤고, 폴크스바겐이 이 중에서도 혜택을 받은 가장 대표적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독일 경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지 못합니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애덤 투즈(Tooze)가 지적했듯이 독일 내의 순투자 규모는 대공황 기간을 제외하고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낮습니다. 게다가 독일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문제도 안고 있습니다. 2050년이 되면 독일보다 인구가 적었던 영국과 프랑스가 독일의 인구를 추월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독일은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중이 큽니다. 그런데 실상은 내수가 워낙 부진하기 때문에 이 지표가 좋아 보이는 겁니다. 독일 경제의 경쟁력 개선은 주로 임금 억제에서 얻어진 것입니다. 대다수 독일인은 경제 성장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독일 경제는 철저하게 외부 수요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외부 충격에 그만큼 취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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