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유럽' 만들 수도 없고… 2010년 경제 위기 문제는 '단일 통화'
재정·정치 통합이 간단한 방법이지만 각국 유권자들이 반대할 것
만약 유럽 국가들이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유럽은 더욱 강하고 안전한 '단일 통화'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문제의 근원이 된 '유로화(Euro)'를 대신해서 말이다.
2010년 발생한 유럽 경제 위기의 문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제 대부분의 사람은 한마디로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단일 통화라는 문제다. 물론 각국 정부가 이른 단계에서 위험을 감지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면 피해는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지고 말았다.
이번 유럽 경제 위기로 두 가지의 새로운 상황이 펼쳐졌다. 첫째로, 유럽 국가들은 단일 통화에 대해 자신감을 잃었다. 하지만 이 중 누군가가 유로존에서 탈퇴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그런 시도는 늘 실패로 끝났다).
둘째로, 유로화 위기로 일부 국가가 심각한 부채를 지게 됐다. 이 부채 문제로 이 나라들은 경제가 더욱 약화됐고, 또다시 위기가 왔을 때 고를 수 있는 재정 정책의 선택지 역시 줄어들었다. 이들은 부채를 줄이기 위한 시도를 하기도 어렵다. 부채를 줄이려는 시도는 잘못하면 경제 회복을 더디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럽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재정·정치적으로 유럽을 통합하는 것이다. 즉 '하나의 유럽' 프로젝트다.
각국이 개별적인 경제정책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경제정책하에서 위기로부터 서로를 보호하는 것이다. 물론 이럴 경우에 각국은 경제정책을 선택할 수 있는 경제 주권은 포기해야 한다. 오로지 유로화의 안정을 위해 뭉치는 것이다. 이런 단일화된 경제정책은 강력한 유로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큰 문제점이 있다. 바로 유럽 유권자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럽인은 수백, 수천년간 전쟁을 겪으며 하나의 유럽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는다고 될 일도 아니다. 현재 시스템에서 유로화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최소한 수년은 걸릴 것이다. 이른바 낙제 국가들을 유로존에서 쫓아내는 것도 처방전은 아니다.
그렇다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빠른 방법은 '부채 해결'이다.
유럽 각국이 금융 위기가 가장 심각한 나라부터 부채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강력한 규율 시스템을 도입해 처음부터 재정적인 불균형이 발생하는 걸 방지하는 것이다.
지안카를로 코르세티 케임브리지대 교수 등은 그 방법의 하나로 '바이백(buyback) 시스템'을 추천한다. 유럽 차원의 안정화 기금을 만든 후 빚이 많은 나라들이 지속적으로 세금 수입을 여기에 집어넣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나라들은 부가가치세를 올리든지 기타 세금 수입을 출연하든지 해야 할 것이다. 이 기금은 유로 안정화 기구(ESM·유럽 연합이 회원국의 구제금융 지원을 위해 2012년 만든 상설 구제금융기구)의 일부로 움직이도록 하고 차입을 하도록 한다. 결국 미래의 세금 수입을 담보로 증권을 발행해 채권 만기 연장 등에 사용하도록 하는 구조다. 이렇게 조금씩 부채를 해결하다 보면, 유럽은 지금보다는 더 나아질 것이다.
이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이 대출 기관들이 부주의하게 돈을 빌려주는 '도덕적 해이'라고 코르세티 교수 등은 지적한다. 대출 기관들은 무분별하게 돈을 빌려주더라도 나중에 보호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돈을 대책 없이 빌려주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로 안정화 기구가 경제 위기에 처한 국가들에 돈을 빌려줄 때 '부채 구조조정'이라는 강력한 조건을 내거는 것이 좋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지금까지 유럽 각국은 부채 재조정을 거부해왔다. 아마 그것이 유로화가 신용을 잃게 된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국가가 파산하면, 돈을 찍어내거나, 부채를 재조정하거나, 긴급 구제를 받아야 한다. 유럽은 돈을 찍어내는 방법은 배제했다. 그렇다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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