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는 자선사업 아니다… 기업이 투자할 만한 '자연 자본'이다

입력 2015.09.19 03:04

"진짜 똑똑한 사업가는 자연과 윈윈" 국제자연보호협회 CEO 마크 터섹

마크 터섹 국제자연보호협회 CEO
마크 터섹 국제자연보호협회 CEO는 “기업 성장과 자연보호는 공존 가능한 가치다”고 강조했다. /낸터킷(미국)=김남희 조선비즈 기자
세계 최대 화학기업인 다우케미칼(Dow Chemical)은 그린피스 같은 환경단체들의 단골 표적이다. 유독(有毒) 화학 물질 배출로 환경을 오염시키고 인명까지 앗아간다는 이유에서다. 다우케미칼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꼬리표를 서서히 떼어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다우케미칼은 1995년 미국 텍사스주 시드리프트에 있는 공장에 하수 처리 설비를 확충해야 했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4000만달러(약 470억원)를 들여 하수 처리장을 새로 지어야 했겠지만, 다우케미칼은 하수 처리장 대신 공장 옆에 습지를 만들었다. 2년여의 시간이 흐른 후 이 습지는 '하수 처리'라는 원래 목적을 수행하는 동시에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로 자리 잡았다. 습지 조성에 들어간 비용은 140만달러에 불과했다. 다우케미칼은 습지 프로젝트를 통해 2억8200만달러의 이익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다우케미칼은 2011년에는 미국 최대 환경단체인 국제자연보호협회(The Nature Conservancy·TNC)와 손잡았다. TNC와 함께 텍사스주 프리포트 산업단지에서 숲 가꾸기, 담수 공급 관리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연이 제공하는 가치를 더 세밀하게 평가해보기 위해서다.

환경이나 자연을 보호하자는 말이 '자선사업'을 넘어 기업의 '이익'과 직결될 수 있는 것일까? 경제학에 따르면 환경은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과 그에 따른 이익이 돌아가는 사람이 반드시 같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무임승차'를 하려는 기업이나 사람이 많은 특수한 분야다.

그러나 마크 터섹(Tercek·58) TNC 최고경영자(CEO)는 환경이 개별 기업의 이익과 연결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다우케미칼이 시드리프트 공장에 습지를 만들기로 한 것은 단순히 규제를 따라야 한다거나, 특정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서가 아니라, 경영진이 사업에 더 이롭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기업과 자연의 윈윈(win-win)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자연보호협회
터섹 CEO는 2008년부터 TNC를 이끌고 있다. 환경단체의 수장이라고 하면 열혈 환경운동가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월스트리트 정통 뱅커 출신이다. 그가 환경 분야와 연을 맺은 것은 헨리 폴슨(Paulson) 당시 골드만삭스 회장의 제안 덕분이었다. 폴슨 전 회장은 2005년 은행업계를 떠나려던 터섹 CEO를 만류해 신생 부서인 '환경시장그룹'을 맡겼다. 터섹 CEO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2008년 8월 TNC로 자리를 옮겼다. TNC는 1951년 설립 이후, 현재 약 35개국에서 자연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스스로 수익을 내고 있다. TNC의 연수입은 2009 회계연도에 5억4700만달러 수준이었으나, 2014 회계연도에는 11억1400만달러로 늘었다. 이 회사는 개인과 기업들로부터 기부를 받기도 하지만 투자금을 모아서 직접 투자해 수익을 내 환경보호 연구에 사용하기도 하고 기업들에 컨설팅을 제공해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부동산에서도 수익을 낸다.

기업 성장과 자연보호가 공존할 수 있다는 그의 지론을 담은 저서 '나는 자연에 투자한다(원제 Nature's Fortune)'의 한글판이 최근 출간됐다. 지난달 매사추세츠주의 작은 섬 낸터킷에서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고 있던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자연에 투자한다는 말은 조금 생소하게 들립니다. 투자라고 하면 수익이 떠오릅니다만.

"저는 자연을 투자할 수 있는 자산으로 봅니다. 바로 자연 자본(natural capital)입니다. 투자에는 수익이 따르죠. 자연은 깨끗한 물, 맑은 공기, 식량을 경작할 토양, 어장, 휴식 공간 등을 만들어냅니다. 인공 구조물을 '회색' 인프라(기반시설)라고 부른다면, 자연은 '녹색' 인프라입니다. 오수를 정화하기 위해 정수장을 건설할 수도 있지만, 그 대신 자연에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투자가 훨씬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을 필수 사업 자산으로 인식하는 회사들도 늘고 있죠."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환경의 수혜를 누릴 수 있지만 그건 한 기업의 노력으로 이뤄질 수 있는 일은 아닌데, 그걸 앞장서서 할 필요가 있을까요?

"2004년 쓰나미가 인도네시아를 휩쓸고 지나갔을 때 맹그로브(해변이나 늪지에 자라는 나무)가 있던 곳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습니다. 맹그로브가 자연 방어 시설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죠. 인도네시아에서는 야자유를 얻기 위한 삼림 벌채로 우림이 파괴된 이후 유니레버와 월마트, 네슬레, 제너럴밀스 등의 소비재 회사가 2020년까지 야자유 공급 과정에서 삼림 벌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농부들에게는 나무를 베는 대신 기존 땅에서 야자유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교육했습니다."

―환경운동가들은 영리 기업을 적대시하고 기업은 환경보호를 비용 낭비로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환경단체는 크게 두 부류가 있습니다. 우선 저처럼 더 많은 자금과 더 다양한 사람, 더 생산적인 대화를 찾아 뛰어다니는 실용파가 있죠. TNC는 현재 60여개의 다국적 대기업들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코카콜라·펩시코·로열더치셸·제록스·AT&T·3M·듀폰 등이 대표적이죠.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 회장은 TNC의 이사 중 한 명입니다.

반면 기업들을 의심스러워하는 환경운동가들도 있습니다. '왜 나쁜 회사들과 손잡았느냐'며 비판하는 경우죠.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회사가 있다고 칩시다. TNC는 이런 회사의 뒤를 쫓지는 않습니다. 반면 그린피스는 끝까지 응징하려고 하죠. 그린피스가 환경보호에 큰 기여를 하고 있긴 하지만, 가끔 극단으로 치달을 때도 있습니다. 저는 환경 문제를 안고 있는 회사들과 함께 일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TNC는 과학자 600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진 환경보호 기술을 바탕으로 기업들에 컨설팅해 줍니다. 물론 오랜 시간이 걸리는 힘든 작업입니다."

다우케미칼
다우케미칼은 텍사스주에 있는 화학 공장에서 녹색 인프라에 투자하는 프로젝트들을 추진하고 있다. / 다우케미칼 제공
터섹 CEO는 이제 기업들은 회사의 이익과 지속 가능성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월마트·유니레버·코카콜라 등 대기업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관리하는 최고환경책임자(CSO)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환경운동가 출신이 아니라 사업 능력을 인정받은 인재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사업 계획과 전략을 수립할 때 장기적으로 자연 투자를 결합할 방법이 있는지를 살핍니다. 의사결정 과정에 자연의 가치를 포함하는 것이죠."

―한국 기업들은 자연보호를 사업 기회라기보다는 윤리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큰 편입니다. 최고환경책임자라는 직책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저는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도덕적으로 옳은 일을 하라거나, 자선을 베풀라고 하지 않습니다. 단지 더 똑똑한 사업가가 되라고 얘기합니다. 환경에 좋으면서 사업에도 좋은 결정을 얼마든지 내릴 수 있다는 것이죠. 이제 글로벌 회사는 건전한 환경 발자국을 갖추지 않으면 어디에서도 사업할 수 없게 됐습니다. 2000년대 인도의 물 위기 당시 코카콜라는 사업을 접어야 할 상황을 맞았습니다. 꼭 집어 코카콜라의 잘못이 아닌데도 모두 코카콜라를 비난했어요. 원료의 대부분을 물에 의존하는 코카콜라가 물 부족 사태에 책임이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죠. 코카콜라는 비난을 외면하지 않고 회사가 사용한 물을 다시 자연에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한국 기업들도 앞으로 이런 문제에 맞닥뜨리게 될 겁니다."

―투자은행 출신으로 자연 투자를 한다는 게 부자연스럽게도 보입니다.

"골드만삭스는 2005년 환경과 관련된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부서인 '환경시장그룹'을 만들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은행이 환경 관련 사업에 주목한 경우는 드물었어요. 당시 폴슨 회장은 자연 투자 사업을 하려면 환경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있는 사람보다는 투자에 능한 사람이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자선의 취지로 환경 사업을 시작한 게 아니라 수익 기회가 있다고 봤기 때문에 나선 것입니다. 회사가 더 많은 돈을 벌면서 환경에도 유익한 방법을 찾고 전략을 짜는 게 목표였습니다. 환경시장그룹 부서를 맡은 후 저는 투자 리서치 부서에서 기업을 평가할 때 재무 상태와 함께 환경 기록도 조사하게 했습니다. 비상장 기업에 투자할 때는 재생 에너지 회사들을 1순위 후보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죠. 실제 성과도 좋았습니다.

현재 TNC는 JP모건과 네이처베스트라는 합작사를 만들어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TNC에 합류했을 때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후원자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었어요. 세련되지 않은 자금 조달 방식이었죠. JP모건은 TNC가 일반 자본시장에서보다 더 적은 이자를 내고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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