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의 순간은 갑자기 오지 않는다…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다

입력 2015.07.25 03:04 | 수정 2015.07.25 04:35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는 방법은?
혁신을 방해하는 큰 장애물은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한다는 그릇된 고정관념

컨설팅 회사 옥스퍼드 크리에이티비티팀카렌 가드 대표
컨설팅 회사 옥스퍼드 크리에이티비티팀카렌 가드 대표

자전거가 처음 발명됐을 때, 발명가들은 속도와 안정성을 놓고 고민했었다. 바퀴가 커야 속도가 빨라지는데, 그만큼 안장이 높아지고 중심점이 올라가면 안정성은 떨어지는 부작용이 생겼던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10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체인과 기어의 발명으로 양립할 수 없을 것 같던 속도와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고, 빠르면서 안전한 자전거가 나왔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바퀴가 커지면 속도는 오르지만 안정성은 떨어진다. 그렇지만 이 상충 관계에 갇혀 더 나아가지 못할 게 아니라, 다른 방법을 더해 창의적인 발상을 해야 한다. 여기서 새로운 시각을 습득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정리된 방법론이 트리즈(TRIZ)다.

트리즈는 구(舊)소련의 발명가인 겐리히 알츠슐러 박사가 개발한 '창의적 문제 해결을 위한 이론'이다. 알츠슐러 박사는 '세상을 바꾼 창의적 아이디어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1946년부터 17년 동안 구소련의 특허 40만건을 분석한 결과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된 기술의 바탕에 있는 아이디어의 패턴이 불과 수십 가지에 불과함을 밝혀냈다. 그중 가장 많이 활용된 아이디어 패턴 40개를 정리해 '트리즈'라는 이론을 정립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은 1990년대 말부터 트리즈를 도입해 교육과정으로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7년 세계적 히트 상품이 됐던 보르도 TV 디자인, 신형 냉장고 홈바 등을 트리즈 방식으로 개발했다.

트리즈 교육 회사 대표 카렌 가드(Gadd·사진)는 "세상의 많은 제품과 이론들이 상충 관계라는 고정관념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며 "무작정 브레인스토밍 하기보단 질서정연한 과정의 단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드는 임피리얼칼리지런던(ICL)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런던비즈니스스쿨(LBS)에서 MBA를 수료했다. 옥스퍼드 대학 경영학과에서 트리즈에 대해 강연하던 그는 1998년 옥스퍼드 크리에이티비티 팀(Oxford Creativity Team)이라는 컨설팅 회사를 설립해 다수의 기업을 상대로 창의적인 아이디어 내는 법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ABB그룹, 벤틀리, 롤스로이스, 에쏘 등 다국적기업들이 가드에게 배웠다. 가드는 지난달 국내에 '공학자를 위한 트리즈'를 출간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라

"혁신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하나를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한다는 그릇된 고정관념입니다. 반드시 트레이드오프(trade-off)해야 한다는 생각은 창의를 방해합니다. 예컨대, 모두가 디지털카메라의 높은 화소를 원하지만 기계의 크기가 커져 가지고 다니기 불편해집니다. 또 열을 흡수하는 히트싱크는 크게 하면 더 많은 열을 없앨 수 있지만, 공간을 많이 차지하게 됩니다. 이처럼 겉보기에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여러 가치를 동시에 원할 때도 있습니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전통적인 사고라면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것을 포기해야겠지요. 하지만 타협하지 않는 것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첫걸음입니다. 두 가지 모두를 제공하는 해법을 체계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예컨대, 탁자를 튼튼하게 설계하는 경우에 '중량 증가 없이 원하는 강도를 얻는 방법은?'이라는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복합소재, 분할 등이 있겠지요. 복합소재를 통해서 겉은 목재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튼튼한 소재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강한 강도와 적절한 수준의 중량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지요. 분할기법을 사용해 물체를 쪼개서 볼 수도 있습니다. 탁자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다리 부분만 강한 소재를 사용하거나 상부에는 가벼운 소재를 올리는 식으로 한 사물에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는 식입니다."

무모한 상상을 하라

"19세기 후반 기술 진보로 교통 시스템의 변혁이 이뤄졌습니다. 시스템이 진화하면서 말은 자동차로 대체됐고, 아스팔트 도로가 깔리고, 이동하기 위해 연료가 필요해졌습니다. 또 교차로에서 사고가 발생할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에 이를 제어하는 시스템도 찾아야 했습니다. 초기 해결책은 교통을 감시하기 위한 복잡한 교차로의 중앙에 경찰관을 세우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너무 큰 비용이 들었습니다. 이후 사람의 개입을 줄일 수 있는 단계가 필요했고, 신호등이 경찰을 대체하게 됐습니다. 이것은 1923년 미국인 가렛 모건에 의해 특허화됐는데,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려는 첫 번째 시도였습니다. 이전까지는 '감시'에는 무조건 인력이 든다고 모두가 생각했지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이상적인 생각을 해야 합니다. 지금의 한계에 주저해서는 안 되고, 자칫 말도 안 돼 보이는 상상을 해봐야 합니다. 기계가 인간의 업무를 대신하는 세상,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흔한 산업 풍경이 되어버렸지요. 이상적인 성과를 상상하는 것은 문제를 풀 때 실제 문제와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구태의연한 관습에 집착하려는 심리적 관성을 깨뜨리기 때문이지요. 만일 요술 지팡이를 가졌다면 뭘 어떻게 바꿔야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생각해 보는 게 좋은 방법입니다."

도구의 달인이 돼라

"인류의 가장 유용한 발명 중 하나로 꼽히는 나침반은 지구에 항구적으로 존재하는 자기장을 사용했습니다. 햇빛을 사용한 해시계도 있지요. 그리고 최근에는 햇볕에 타는 정도를 알려주는 새로운 셔츠 깃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모두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자원을 활용한 발명품들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내가 어떤 도구를 쓸 수 있는지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도구를 현명하게 사용하면 제품과 공정에 혁신을 가져오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 가장 첫 번째로 할 일은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 혹은 도구가 무엇인지 체계적으로 나눠보는 것입니다. 기존에 존재하는 물질, 에너지, 색상, 공간 등에 무엇이 있는지, 주변에서 쓸 수 있는 것 혹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다양하게 카테고리를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적시에 사용 가능한 올바른 도구를 찾아내는 것은 우연이나 행운이 아닙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싶다면 많은 도구에 대해 공부하세요. 더 많이 알수록 상상의 폭도 커집니다."

트리밍(trimming)하라

"보통 호텔방에는 미니바가 있습니다.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서너 배 비싼 음료수와 술, 간식들이 있지요. 이런 미니바는 호텔의 수익이 되지만, 확인과 유지를 위해 큰 비용이 소요됩니다. 체크아웃할 때 미니바 사용에 대해 질문을 하게 되면 바쁜 손님을 자극하게 되고 고객과 호텔 사이에 마찰로 번지기도 합니다. 미니바를 다시 채우고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 역시 대단히 세심한 작업과 비용이 듭니다.

통상적으로 호텔방에 미니바가 있다고 다들 생각하지만, 꼭 필요한 요소일까요? 혁신적인 호텔은 최근 미니바의 개념을 바꿨습니다. 술과 간식을 없애고 생수로만 채워진 소박한 무료 미니바 정도만 제공합니다. 그리고 층마다 간식을 구매할 수 있는 자판기를 배치하고, 룸서비스의 질을 향상시켰습니다. 미니바 관리에 드는 비용을 줄였을 뿐 아니라 고객의 반응도 좋아졌습니다. 체크아웃하면서 굳이 미니바 사용에 대한 의심을 안 받아도 되고, 방에서 배가 고프면 미니바의 간식이 아닌 제대로 된 식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미니바라는 구태의연한 요소를 '트리밍'한 것입니다. 트리밍은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작업을 뜻합니다. 이는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트리밍이 문제 해결에서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트리밍의 목적은 문제를 제거하는 것이고, 해로운 요소, 비싼 비용과 복잡함을 가지고 있는 요소부터 트리밍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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