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건재한 중국 경제

    • 간지에 중국 베이징 장강(長江)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 2015.06.06 03:03

GDP만 쳐다보지 말라… 산업계는 상승 그래프

간지에 중국 베이징 장강(長江) 경영대학원 교수
간지에 중국 베이징 장강(長江) 경영대학원 교수
중국이 올 1분기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중국 경제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게다가 중국 증시가 하루 5~6% 안팎 급등락하는 등 출렁거림이 눈에 띄게 심해지면서 중국 경제를 미심쩍게 여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현 경제 상황을 국내총생산(GDP) 숫자 하나만으로 설명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까. 이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세계경제 속에서 중국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 미국과 자웅을 겨룰 만큼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공식 데이터의 신뢰성 등 여러 한계로 미래 중국의 성장 패턴과 유망 분야에 대해 알기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도 중국 공식 내부 자료를 무시한 채 '커창지수'라는 것을 별도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커창지수는 역대 중국 총리 가운데 최초의 경제학박사인 리 총리의 얘기대로 '전력, 철도 화물, 대출' 세 가지를 조합해 지수화한 것이다. 또 금융권은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집계한 구매관리자지수(PMI)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조사 대상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중국 경제를 면밀히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장강 경영대학원에서는 자체 기업경기실사지수(BSI· Business Sentiment Index)를 만들었다. 중국 통계청 기준 연매출 500만위안 이상 48만8000곳을 대상으로 산업·지역·규모별로 임의 샘플링을 진행, 총 1만개 기업을 추출했다. 기업별로 평균 1~2회씩 전화 설문을 시도했고, 통화 시간은 10~20분이었다. 응답률은 약 20%로 분기당 약 2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표를 산출했다. 다만 조사 결과 계절성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 제외했다.

중국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추이
조사 결과를 보면 몇가지 흥미로운 산업 트렌드를 알 수 있다. 먼저 중국 기업 환경이 지난해에 비해 점차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가 예상하고 있는 만큼 현재 중국 경제가 나쁜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중국 제조업 BSI 업황지수는 1분기 50을 기록, 전 분기(48)보다 상승했다. 지난 3분기(46)보다는 오름 폭이 더 커서 기업 체감 경기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BSI는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를 지수로 나타낸 것으로 기준치인 50보다 높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업체가 더 많고, 50보다 낮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BSI지수는 현재의 기업 운영 환경, 미래의 기업 운영 환경 전망, 투자 시기의 적절성 등 3개의 경기확산지수(Diffusion Index, DI)를 모두 합해 통계를 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현재 기업 운영 환경이 어떤지를 나타내는 DI지수는 네 분기에 걸쳐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2014년 2분기 55에서 3분기 58, 4분기 60, 2015년 1분기 61을 기록했다.

DI와 BSI지수로 보면 중국 경제는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 침체를 겪은 후 올 1분기 다소 안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산업군으로 보면 체감 경기가 가장 좋은 산업은 물 생산 및 공급 업체로 BSI가 75로 가장 높았다. 물 생산 공급업의 BSI는 지난 4분기 64였으나 1분기 크게 올랐다. 이어 제약사(69), 계측기 공급업(66), 전력 공급업(65), 문화스포츠산업(62) 등의 순이었다. 체감 경기가 가장 나쁜 산업은 광산업(7), 석유 및 핵연료업(33), 모피 관련업(34), 농업(37), 섬유업(38) 순이다. 특히 광산업은 4분기 BSI가 21에서 3개월 만에 7로 하락해 기업 환경이 크게 악화됐음을 알 수 있다.

지역별로는 중국 북동 방면 헤이룽장(黑龍江)성과 톈진(天津)이 54를 기록, 가장 체감 경기가 좋았다. 이어 후난(湖南)성, 쓰촨(四川)성, 후베이(湖北)성도 모두 53을 기록, 양호했다. 가장 체감 경기가 악화된 지역은 중국 북서부의 간쑤(甘肅)성으로 44를 기록했고, 구이저우(貴州)성이 46으로 뒤를 이었다. 산둥(山東)성, 안후이(安徽)성, 허베이(河北)성 등도 48로 기업 환경이 좋지 않았다.

현재 많은 중국 기업이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추세를 볼 때 이런 심각성은 어느 정도 완화되고 있다. 오히려 중국 제조업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이는 중국 경제의 전환점이 가까이 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중요한 사실이 또 하나 있다. 중국 기업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자금 조달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다음 분기 생산 활동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제약 요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52%는 주문 부족을, 16%는 인건비, 12%는 원가 상승 등을 꼽았다. 단지 2%만이 자금 부족이라고 답했다. 기업 투자도 소극적이었다. 1분기가 투자 시기로 적절한지를 묻는 질문에 6%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지난 3분기(9%)·4분기(8%)에 비해 감소했다. 과잉설비를 우려한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자금 조달 문제보다는 내수 부진과 과잉설비 문제가 크다. 이는 그동안 중국 정부의 경기 활성화 방안이 적절치 못했다는 방증이다. 중국은 올 들어 연이어 지급준비율과 기준금리를 내리며 시중에 돈을 푸는 사실상 양적 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러한 경기 부양 방식은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유동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 해결을 위해 시간을 벌 수는 있다.

과잉설비와 내수 부진 문제는 앞으로 중국 기업들이 극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1분기 동안 자사 제품의 초과 공급률이 44%라고 응답한 기업이 있을 정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과잉설비 문제가 지난해에 비해선 다소 누그러졌다는 점이다. 과잉공급을 보고한 기업은 2014년 2분기 45%에서 올해 1분기 39%로 감소했다. 각각 10%와 20% 이상의 초과 설비를 보고한 기업 수도 지난 한 해 동안 지속적으로 줄었다.

중국은 이런 과잉설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해외 지역 인프라를 확대하고 중국산 설비를 개발도상국에 공급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중국 제품을 인도나 파키스탄 등 해외로 수출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중국의 초과 설비 규모가 이러한 노력으로 흡수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인프라 투자 대상국이 소비력이 낮은 빈곤국들이기 때문에 과잉설비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중국 정부 차원의 내수 증진을 위한 별도의 정책이 필요하다. 고임금 일자리를 확대하고 복지정책을 늘려 저축률을 낮춰야 한다. 중국은 현재 과잉 저축 상태로 저축이 GDP의 50%에 달한다. 교육비와 은퇴에 대한 부담 때문에 소비를 하지 않고 유보금만 쌓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물론 현재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들이기 때문에 완전한 회복 국면으로 단기간에 들어서기 어렵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내수 증대와 기술 혁신을 통한 중국 정부의 체계적인 개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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