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5.06.06 03:03
칠레 와인 '에라주리즈' 채드윅 회장… '본고장 와인 꺾은 비결'
칠레산(産) 와인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가 좋은 와인'이라고 한다. 와인 본고장인 유럽산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저렴한 가격에 적당히 즐길 수 있는 와인이라는 것. 칠레에서 와인 업계가 처음 태동한 것이 19세기 후반이었는데, 100년이 넘도록 이런 인식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를 송두리째 뒤엎는 사건이 일어난다. 와인 업계에서는 종종 산지와 생산자 등 와인에 대한 정보를 가리고 순수하게 와인의 맛과 향, 질감으로만 평가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이라는 시음회를 여는데, 2004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 테이스팅'에서 칠레산 와인이 마고, 페트뤼스, 라피트 등 세계 최고 와인을 꺾고 1등을 차지한 것이다. 쉽게 말해 계급장 떼고 한판 붙었더니 하극상이 벌어진 셈.
당시 이 시음회를 주최하고, 1등 와인을 생산한 곳이 바로 칠레 와이너리 '에라주리즈(Errazuriz)'다. 1870년 창업자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가 칠레 중북부의 아콘카구아(Aconcagua) 계곡에서 포도밭을 일구며 시작해, 현재까지 5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가는 유서 깊은 와인 명가(名家)다. 당시 시음회에서 1등 와인으로 선정된 비녜도 채드윅을 비롯해 세냐, 돈 막시미아노 등 칠레 최고급 와인을 생산한다.
그런데 이를 송두리째 뒤엎는 사건이 일어난다. 와인 업계에서는 종종 산지와 생산자 등 와인에 대한 정보를 가리고 순수하게 와인의 맛과 향, 질감으로만 평가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이라는 시음회를 여는데, 2004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 테이스팅'에서 칠레산 와인이 마고, 페트뤼스, 라피트 등 세계 최고 와인을 꺾고 1등을 차지한 것이다. 쉽게 말해 계급장 떼고 한판 붙었더니 하극상이 벌어진 셈.
당시 이 시음회를 주최하고, 1등 와인을 생산한 곳이 바로 칠레 와이너리 '에라주리즈(Errazuriz)'다. 1870년 창업자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가 칠레 중북부의 아콘카구아(Aconcagua) 계곡에서 포도밭을 일구며 시작해, 현재까지 5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가는 유서 깊은 와인 명가(名家)다. 당시 시음회에서 1등 와인으로 선정된 비녜도 채드윅을 비롯해 세냐, 돈 막시미아노 등 칠레 최고급 와인을 생산한다.
지난 4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에두아르도 채드윅(Chadwick·55) 에라주리즈 회장을 만나 칠레산 와인이 본고장 와인을 꺾은 비결을 물었다. 채드윅 회장은 자신감 가득한 미소를 머금은 채 "사실 칠레는 고급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칠레는 온난한 데다 일조량이 많고 비가 적게 내립니다. 그 덕분에 짙은 향과 강한 단맛을 내는 포도를 재배할 수 있어요. 원료만 놓고 보면, 유럽 본고장 와이너리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게 없다는 겁니다. 중요한 건 기술력이고 노하우입니다. 저는 1983년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이곳에 입사했는데, 당시 신입 사원인 저를 비롯해 많은 직원들이 칠레 와인의 장·단점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있었어요. 30년에 걸친 연구 끝에 노하우가 쌓였고, 그 덕분에 저희도 고급 와인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러나 고급 와인은 유럽 본고장에서도 경쟁이 아주 치열한 분야 아닌가요? 굳이 이 시장에 진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30년 전부터 와인 시장에서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소득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더 좋은 와인을 찾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저렴한 와인으로 시작했는데, 와인 맛을 알게 되면서 점점 좋은 와인을 찾는 겁니다. 고급 와인을 마시지 못할 경우에는 아예 맥주 등 다른 술을 마십니다. 이 때문에 저가 와인보다는 고급 와인의 성장세가 더 가파릅니다.
저가 와인의 소비량은 줄고, 고급 와인의 소비량은 늘어나면서 전체 소비량은 꾸준하게 유지됩니다. 이 때문에 저희는 와인 시장을 안정기에 접어든 '레드 오션' 시장으로 판단했습니다. 이를 뚫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고급 와인 시장에 진출한 겁니다."
"칠레는 온난한 데다 일조량이 많고 비가 적게 내립니다. 그 덕분에 짙은 향과 강한 단맛을 내는 포도를 재배할 수 있어요. 원료만 놓고 보면, 유럽 본고장 와이너리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게 없다는 겁니다. 중요한 건 기술력이고 노하우입니다. 저는 1983년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이곳에 입사했는데, 당시 신입 사원인 저를 비롯해 많은 직원들이 칠레 와인의 장·단점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있었어요. 30년에 걸친 연구 끝에 노하우가 쌓였고, 그 덕분에 저희도 고급 와인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러나 고급 와인은 유럽 본고장에서도 경쟁이 아주 치열한 분야 아닌가요? 굳이 이 시장에 진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30년 전부터 와인 시장에서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소득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더 좋은 와인을 찾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저렴한 와인으로 시작했는데, 와인 맛을 알게 되면서 점점 좋은 와인을 찾는 겁니다. 고급 와인을 마시지 못할 경우에는 아예 맥주 등 다른 술을 마십니다. 이 때문에 저가 와인보다는 고급 와인의 성장세가 더 가파릅니다.
저가 와인의 소비량은 줄고, 고급 와인의 소비량은 늘어나면서 전체 소비량은 꾸준하게 유지됩니다. 이 때문에 저희는 와인 시장을 안정기에 접어든 '레드 오션' 시장으로 판단했습니다. 이를 뚫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고급 와인 시장에 진출한 겁니다."
끊임없이 자사 제품을 검증하라
―그렇지만 '앞으로 프리미엄 하겠다'고 선언한다고 해서 프리미엄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맞습니다.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다면 그게 어떻게 '프리미엄'이겠어요. 저희는 노력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베를린 테이스팅'입니다. 저희는 품질을 입증하기 위해서 지난 10년간 19차례에 걸쳐 와인 평론가들로부터 품질을 평가받았습니다. 에라주리즈에서 내놓은 제품이 마고나 페트뤼스와 같은 최고급 와인과 비슷한 평가를 받았죠.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습니다. 말씀 드렸듯 칠레 와인은 저렴한 와인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0년의 노력 끝에 저희는 세계 와인 애호가와 평론가로부터 인정을 받았고, 저희 행사에 참여한 다른 칠레 와인도 함께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칠레 와인 시장 전체가 성장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최근 100년 사이 와인사(史)에서는 놀라운 사건이 두 번 있었는데, 하나는 1974년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이 프랑스 와인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파리의 심판(Judgement of Paris)'이었고, 또 하나가 바로 베를린 테이스팅이었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명백한 차이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꾸준함'이다. 베를린 테이스팅은 10년간 19차례에 걸쳐 진행됐고, 에라주리즈는 그 중 17차례 3등 안에 들었다.
―첫 시음회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쳐도, 이후 한 번이라도 점수를 깎아먹게 되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쁜 결과가 좋은 결과를 덮어버릴 테니까요.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그러나 시장에 진입하는 입장에서 그 정도 리스크는 짊어져야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처음 베를린 테이스팅을 열었을 때만 해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유명 와인과 우리 와인의 격차는 어느 정도인지, 어떤 점이 부족하고 어떻게 해야 따라잡을 수 있을지를 연구하기 위한 프로젝트였어요. 그래서 유명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 극찬을 받은 와인도 시음회에 포함시켰죠. 그런데 저희 와인이 1·2위를 석권했어요. 생각 이상의 결과였습니다.
문제는 두 번째였습니다. 지적한 대로 점수가 떨어진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도 있었죠. 그런데 다행히도 저희 와인은 이듬해 상파울루에서 열린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1등은 아니었지만, 2·3위를 차지했습니다. 천만다행이었죠. 저희는 그때 힘을 얻었고,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사람들이 칠레 와인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도 지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제품을 끊임없이 검증하는 것만이 제품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중간에 멈춰버리면 괜한 오해를 삽니다. 사람들은 '올해 생산된 와인은 품질이 떨어지니까 검증하지 않고 넘어가는군'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사실 19번의 시음회 중 생각한 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시음회를 중단해 버리면, 오히려 신뢰를 잃고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모두 잃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8번 1등을 차지했고, 17번은 3등 안에 들었습니다. 안정적으로 좋은 품질을 유지한다는 것을 입증한 겁니다. 칠레산 와인은 저급하다는 와인 평론가들의 편견은 아주 단단했지만, 10년 노력 끝에 요즘은 고급 와인이라는 평가를 받게됐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프리미엄 하겠다'고 선언한다고 해서 프리미엄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맞습니다.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다면 그게 어떻게 '프리미엄'이겠어요. 저희는 노력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베를린 테이스팅'입니다. 저희는 품질을 입증하기 위해서 지난 10년간 19차례에 걸쳐 와인 평론가들로부터 품질을 평가받았습니다. 에라주리즈에서 내놓은 제품이 마고나 페트뤼스와 같은 최고급 와인과 비슷한 평가를 받았죠.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습니다. 말씀 드렸듯 칠레 와인은 저렴한 와인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0년의 노력 끝에 저희는 세계 와인 애호가와 평론가로부터 인정을 받았고, 저희 행사에 참여한 다른 칠레 와인도 함께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칠레 와인 시장 전체가 성장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최근 100년 사이 와인사(史)에서는 놀라운 사건이 두 번 있었는데, 하나는 1974년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이 프랑스 와인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파리의 심판(Judgement of Paris)'이었고, 또 하나가 바로 베를린 테이스팅이었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명백한 차이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꾸준함'이다. 베를린 테이스팅은 10년간 19차례에 걸쳐 진행됐고, 에라주리즈는 그 중 17차례 3등 안에 들었다.
―첫 시음회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쳐도, 이후 한 번이라도 점수를 깎아먹게 되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쁜 결과가 좋은 결과를 덮어버릴 테니까요.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그러나 시장에 진입하는 입장에서 그 정도 리스크는 짊어져야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처음 베를린 테이스팅을 열었을 때만 해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유명 와인과 우리 와인의 격차는 어느 정도인지, 어떤 점이 부족하고 어떻게 해야 따라잡을 수 있을지를 연구하기 위한 프로젝트였어요. 그래서 유명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 극찬을 받은 와인도 시음회에 포함시켰죠. 그런데 저희 와인이 1·2위를 석권했어요. 생각 이상의 결과였습니다.
문제는 두 번째였습니다. 지적한 대로 점수가 떨어진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도 있었죠. 그런데 다행히도 저희 와인은 이듬해 상파울루에서 열린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1등은 아니었지만, 2·3위를 차지했습니다. 천만다행이었죠. 저희는 그때 힘을 얻었고,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사람들이 칠레 와인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도 지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제품을 끊임없이 검증하는 것만이 제품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중간에 멈춰버리면 괜한 오해를 삽니다. 사람들은 '올해 생산된 와인은 품질이 떨어지니까 검증하지 않고 넘어가는군'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사실 19번의 시음회 중 생각한 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시음회를 중단해 버리면, 오히려 신뢰를 잃고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모두 잃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8번 1등을 차지했고, 17번은 3등 안에 들었습니다. 안정적으로 좋은 품질을 유지한다는 것을 입증한 겁니다. 칠레산 와인은 저급하다는 와인 평론가들의 편견은 아주 단단했지만, 10년 노력 끝에 요즘은 고급 와인이라는 평가를 받게됐습니다."
최종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라
베를린 테이스팅은 지난해를 끝으로 10년 여정을 마쳤다. 채드윅 회장은 "평론가들의 편견은 사라졌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편견은 남아 있다"며 "다음 도전 과제는 소비자들의 편견을 꺾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희는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지난해 직접 TV 광고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보통 광고는 와인 유통업자가 만들지, 와인 생산자가 직접 만들진 않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그런 틀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생산자라는 이유로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지 않으려고 드는 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입니다. 저희가 제작한 TV 광고는 지난해 말부터 칠레와 일부 국가에서 30~40초 정도 방영됩니다. 한국에서도 준비 중이고요.
그 외에도 여러가지 마케팅 활동을 진행합니다. 2013년에는 한국을 찾아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 청계산을 올랐어요. 내려와서는 같이 꽃등심을 먹고 저희 와인인 '돈 막시미아노'를 마셨습니다. (채드윅 회장은 직접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사진을 찾아 보여줬다.)
행사뿐 아니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와인 세미나도 적극적으로 열고 있습니다. 베를린 테이스팅의 역사를 담은 양장본 서적도 출판했는데, 아예 영화로도 만들어 보려고 할리우드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의 인식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코카콜라에서 배웠다
에라주리즈 가문은 지금까지 네 명의 칠레 대통령과 두 명의 대주교를 배출해 '칠레의 케네디가(家)'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귀족 가문이 왜 굳이 와인 업계로 진출했을까. 채드윅 회장은 "가문에 흐르는 기업가 정신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50년 만에 세계를 이끌어가는 국가 중 한 곳이 됐어요. 저는 그 근저에 기업가 정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이나 LG 같은 기업은 경영 전략도 탁월하지만, '국가를 일군다'는 정신이 밑바탕에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초기 칠레를 이끌어왔던 사람들도 비슷한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칠레의 주 수입원은 구리 광산이었는데, 기업가들은 여기에만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사업을 벌였습니다. 저희 선조도 마찬가지였죠. 그는 와인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고, 그 노림수는 맞아떨어졌습니다. 칠레는 이제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와인 수출국이 됐습니다."
채드윅 회장은 와인 외에도 코카콜라를 남미 대륙에 유통하는 사업도 겸하고 있다. 채드윅 회장의 부친 때부터 이어져 온 사업이라고 한다.
―콜라와 와인은 같은 음료지만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두 가지를 같이 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물론 엄청나게 다르죠. 코카콜라는 대량 생산을 하고 대중에게 판매하는 브랜드입니다. 그만큼 더 많은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죠. 좋은 건 코카콜라 사업을 같이하면서 그들의 마케팅 전략을 배울 수 있다는 겁니다. '어떻게 해야 대중에 어필할 수 있는가' '어떻게 소비자에게 사랑을 받는가' '어떻게 기업의 정체성을 전달할 수 있는가' 등은 코카콜라를 통해서 배웠고, 이를 와인 산업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직접 광고를 찍는 것 역시 그들로부터 배운 방법이죠. 콜라와 와인은 서로 아주 다른 사업이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함으로써 세계 비즈니스가 돌아가는 걸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베를린 테이스팅은 지난해를 끝으로 10년 여정을 마쳤다. 채드윅 회장은 "평론가들의 편견은 사라졌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편견은 남아 있다"며 "다음 도전 과제는 소비자들의 편견을 꺾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희는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지난해 직접 TV 광고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보통 광고는 와인 유통업자가 만들지, 와인 생산자가 직접 만들진 않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그런 틀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생산자라는 이유로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지 않으려고 드는 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입니다. 저희가 제작한 TV 광고는 지난해 말부터 칠레와 일부 국가에서 30~40초 정도 방영됩니다. 한국에서도 준비 중이고요.
그 외에도 여러가지 마케팅 활동을 진행합니다. 2013년에는 한국을 찾아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 청계산을 올랐어요. 내려와서는 같이 꽃등심을 먹고 저희 와인인 '돈 막시미아노'를 마셨습니다. (채드윅 회장은 직접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사진을 찾아 보여줬다.)
행사뿐 아니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와인 세미나도 적극적으로 열고 있습니다. 베를린 테이스팅의 역사를 담은 양장본 서적도 출판했는데, 아예 영화로도 만들어 보려고 할리우드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의 인식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코카콜라에서 배웠다
에라주리즈 가문은 지금까지 네 명의 칠레 대통령과 두 명의 대주교를 배출해 '칠레의 케네디가(家)'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귀족 가문이 왜 굳이 와인 업계로 진출했을까. 채드윅 회장은 "가문에 흐르는 기업가 정신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50년 만에 세계를 이끌어가는 국가 중 한 곳이 됐어요. 저는 그 근저에 기업가 정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이나 LG 같은 기업은 경영 전략도 탁월하지만, '국가를 일군다'는 정신이 밑바탕에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초기 칠레를 이끌어왔던 사람들도 비슷한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칠레의 주 수입원은 구리 광산이었는데, 기업가들은 여기에만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사업을 벌였습니다. 저희 선조도 마찬가지였죠. 그는 와인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고, 그 노림수는 맞아떨어졌습니다. 칠레는 이제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와인 수출국이 됐습니다."
채드윅 회장은 와인 외에도 코카콜라를 남미 대륙에 유통하는 사업도 겸하고 있다. 채드윅 회장의 부친 때부터 이어져 온 사업이라고 한다.
―콜라와 와인은 같은 음료지만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두 가지를 같이 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물론 엄청나게 다르죠. 코카콜라는 대량 생산을 하고 대중에게 판매하는 브랜드입니다. 그만큼 더 많은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죠. 좋은 건 코카콜라 사업을 같이하면서 그들의 마케팅 전략을 배울 수 있다는 겁니다. '어떻게 해야 대중에 어필할 수 있는가' '어떻게 소비자에게 사랑을 받는가' '어떻게 기업의 정체성을 전달할 수 있는가' 등은 코카콜라를 통해서 배웠고, 이를 와인 산업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직접 광고를 찍는 것 역시 그들로부터 배운 방법이죠. 콜라와 와인은 서로 아주 다른 사업이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함으로써 세계 비즈니스가 돌아가는 걸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 '스마트 기기와 한몸'… C세대와 연결된 기업이 흥한다 힐러리 나토프 피델리티 글로벌 데모그래픽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
- 알코올중독 아이언맨…허점 많은 영웅의 힘 윤형준 기자

- 여전히 건재한 중국 경제 간지에 중국 베이징 장강(長江) 경영대학원 교수
- 갤럽 회장 "이제 여론조사 시대는 갔다" 온혜선 기자
Copyright ⓒ WEEKLY BIZ. All Rights Reserved
위클리비즈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