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체조 선수처럼… 당신은 충분히 유연한가

입력 2015.05.30 03:03

헤드헌팅 업체 암롭, 울리히 회장이 말하는 CEO에 필요한 3가지 조건

"요즘 최고경영자(CEO)에게 필수적인 세 가지 조건을 꼽으라고요? 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상황에 맞춰 기업의 전략을 바꿀 수 있는 유연성,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할 수 있는 섬세한 리더십, 그리고 세계시장을 이해하는 글로벌 감각입니다. 그리고 이건 예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달라지지 않았죠."
헤드헌팅 업체 암롭, 울리히 회장이 말하는 CEO에 필요한 3가지 조건
글로벌 헤드 헌팅 업체 암롭(Amrop)의 다데 울리히(Ulrich) 회장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말했다. 세계경제의 흐름이 격변하고, 업계 트렌드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CEO로서 가져야 할 핵심 역량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것이다.

암롭은 세계 55개국에 진출한 헤드 헌팅 업체다. CEO를 비롯한 인사 컨설팅 업무, 기업 이사회 구성, 경영층 평가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BMW, 필립스, 이케아(IKEA) 등 글로벌 대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30년 가까이 헤드 헌팅 업무를 해온 울리히 회장은 지난 2009년부터 암롭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사실 CEO에게 필요한 조건은 그를 뽑고 싶어하는 회사의 사정에 따라 전부 달라집니다. 예컨대 경영 위기에 처한 회사는 구조조정의 대가(大家)가 필요할 것이고, 막 설립된 스타트업이라면 고객의 수요를 끌어낼 수 있는 영업 능력이 필요할 겁니다. 그러나 이런 능력이 CEO의 전부는 아닙니다. CEO라면 한 단계 위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시장의 트렌드를 읽어내고 재빠르게 반응해야 합니다. 때로는 트렌드를 선점할 수 있는 감각이 필요하죠. 이는 뜬구름 잡는 '공자님 소리'를 하는 수준의 감각이어선 안 됩니다. 논리적으로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기업이 움직일 방향을 제시해줘야 합니다.

명령을 내려서 강압적으로 직원들을 이끌어가는 계급사회형 CEO 시대는 끝났습니다. 회사 전체를 포용하는 공감형 리더십을 갖춰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문화권의 고객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공하는 회사들은 내수 시장만 보지 않습니다. 세계시장을 공략해 수요를 이끌어낼 줄 알아야 합니다. 결국 유연성, 리더십, 글로벌 감각입니다. 이는 전 세계 모든 기업의 CEO에게 가장 필수적인 자질입니다."

―요즘 들어 주목도가 낮아진 역량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1990년대 후반에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됐습니다. 문제는 당시 CEO들 아무도 '구체적인 숫자'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겁니다. 회사가 이익을 내든 말든 관심이 없었어요. 다들 미래는 창창할 것이라고 믿었고, 그래서 그 거품이 터져버리고 말았죠. 아이디어는 여전히 중요합니다만, 디테일을 놓쳐서는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습니다. '섬세한 책임감(delicate responsibility)'이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헤드헌팅 업체 암롭, 울리히 회장이 말하는 CEO에 필요한 3가지 조건
울리히 회장
CEO는 기회를 가져다주는 사람

―회장님이 보시기에 한국 기업의 CEO들은 어떻습니까?

"한국 CEO들의 가장 큰 특징은 회사를 쉽사리 바꾸지 않는다는 겁니다. 애사심이 강한 한국 특유의 문화적 특수성 때문일 겁니다. 특히 한국에는 가족 기업이 많아서 혈연 관계로 묶여있는 CEO들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 결정도 주로 가족 단위로 이뤄집니다. 유럽은 가족 기업이라고 해도 회사 내에서 의사 결정을 합니다. 이것도 문화적 차이에 가깝습니다."

―가족 기업이라도 외부 CEO를 영입하는 게 좋을까요?

"적어도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다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외부에서 CEO를 영입할 규모가 된다면 더 이상 내수 시장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을 겁니다. 외부 인물은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활용해서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외부에서 영입된 CEO가 회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외부 인물은 회사의 내부 사정이나 문화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내부 인물은 그런 적응 기간 없이 바로 경영에 몰두할 수 있겠죠. 그러나 저는 그럼에도 외부 CEO 영입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기회는 새로운 지식과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이거든요. 한국의 중소기업은 그런 전환점이 필요합니다."

―기업의 이사회는 어떤 구성으로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춰야 합니까?

"물론 어떤 회사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이라면 5명, 중견기업이라면 7명, 대기업이라면 10명 이상이 필요합니다. 그 가운데 1~2명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겪어본 사람이어야 하고요. 임기는 3년 정도를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최근 이사회를 1년 만에 교체하는 기업이 많은데, 1년이라고 하면 이사회가 감시나 자문이라는 제 기능을 하기에 턱없이 모자랍니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