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서 6조원 번 神의 손

입력 2015.05.16 03:03

[Cover Story] 스타워즈 제작사 루커스필름 캐서린 케네디 대표
"영화 성공 비결은 스토리텔링… 되는 스토리엔 3C 있다"

캐서린 케네디 대표
'E.T.', '쥬라기공원', '쉰들러리스트', '식스센스', '우주전쟁', '백 투 더 퓨처', 'A.I.',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트위스터', '컬러 퍼플'…. 영화 팬이 아니더라도 한두 편 정도는 봤을 법한 영화들이다. 영화의 소재도 다르고, 만들어진 시기는 넓게 퍼져 있고, 영화를 만든 감독도 여럿이지만, 이들 영화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한 영화 제작자(producer)의 손을 거친 영화라는 점이다. 캐서린 케네디(Kennedy·62) 루커스필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케네디 대표는 할리우드에서는 보기 드문 성공한 여성 영화 제작자다. 박스오피스 사이트 모조(Mojo)에 따르면 지금까지(5월 14일 기준)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영화 제작자는 'E.T.'와 '맨 인 블랙',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제작한 스티븐 스필버그(Spielberg)로, 그가 제작한 영화의 총 매출액은 67억6800만달러에 달했다. 2위는 '어벤져스',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등을 제작한 스탠 리(Lee)로 67억169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그는 마블 만화의 원작자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케네디 대표는 54억3780만달러(약 5조9300억원)로 3위에 올라 있다. 앞으로 '스타워즈'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후속작의 제작으로 이 여걸(女傑)이 올리는 매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케네디 대표를 영화 제작자의 길로 이끈 것은 스티븐 스필버그다. 영화 '조스'(1975)의 히트 이후 제작한 영화에서 스필버그는 쓴잔을 마셨다. 예산은 초과했고, 흥행은 저조했다. 감독으로서 영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줄 파트너가 절실했다. 스필버그는 자신의 영화에 케네디가 제작자로 참여할 것을 권했고, 그래서 만들어진 영화가 'E.T.'(1982)다.

'E.T.'의 성공에 힘입어 스필버그와 케네디 대표, 그리고 후에 케네디 대표의 남편이 된 프랭크 마셜은 앰블린(Amblin)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영화 제작에 뛰어들어 성공을 거뒀다. 1990년대 초 남편과 새로운 회사를 차린 이후에도 그는 '식스센스' 등 히트작을 여럿 만들어 냈다.

스티븐 스필버그를 '가족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하며, 조지 루커스 감독을 스스럼없이 '나의 요다(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스승)'라고 부르는 그를 이달 초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에서 만나 콘텐츠 비즈니스의 성공 조건에 대해 물었다. 케네디 대표는 지난달 30일 스타워즈 신작 영화를 소개하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도쿄를 방문했다. 회사를 디즈니에 넘기고 사실상 현업에서 은퇴한 조지 루커스를 대신해 케네디 대표는 현재 새로운 '스타워즈' 제작을 지휘하고 있다. 루커스필름은 오는 12월 18일 일곱 번째 에피소드인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Star Wars: the Force Awakens)'를 선보일 예정이다.

케네디 대표는 영화라는 콘텐츠 비즈니스의 성공 조건이 '훌륭한 스토리텔링(great storytelling)'이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훌륭한 스토리텔링에 꼭 필요한 것으로는 '3C'를 꼽았다. 캐릭터(character), 소통(communication), 그리고 공감대(connection)이다.

그는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캐릭터를 통해 관객이 영화와 소통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재미와 감동을 느낀 관객이 영화와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스토리텔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영화를 제작했고, 성공시켰습니다. 제작자로서, 영화에도 성공 방정식이 있다고 보십니까?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스토리텔링입니다. 좋은 이야기가 있어야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어떤 스토리가 좋은 이야기인가 하는 것이죠. 우선 인간적으로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스토리에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공감대'가 있는지를 봅니다. 저 자신에게 스토리가 와 닿아야 합니다. 관객이 이야기를 어떻게 느낄 것인가도 생각해 봅니다. 영화와 관객 간 '소통'의 관점에서 다시 보는 것이죠."

―결국은 세 가지가 영화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얘기인가요.

"그렇습니다. '스타워즈'의 경우 전 세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루크 스카이워커(스타워즈 에피소드 4·5·6의 주인공)는 젊은 세대가 가지고 있는 열정을 상징합니다. 기사 '제다이'가 되어 악의 세력을 무찌르려는 루크 스카이워커를 응원하면서, 그의 가능성을 봅니다. 이것이 보편적인 감정입니다. 조지 루커스가 한 일은 사람들이 영화를 통해 '정서적인 여행(emotional journey)'을 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영화와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한다는 뜻입니다. 스타워즈는 모험, 액션, 오락 등 볼거리로 가득 찬 다른 블록버스터와는 다릅니다. 제가 제작한 'E.T.'를 예로 들자면, 모든 세대에 걸친 감성을 건드리면서 관객과 소통하는 이야기를 만들려 했습니다. E.T.는 외계인이지만 E.T.와 아이들이 헤어지는 장면을 통해 사람들은 진짜 친한 친구나 애완동물, 부모와 이별할 때 경험하는 보편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점에서 E.T.가 어린아이나 80세 노인에게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고 봅니다."

영화 제작자 역대 흥행 순위
영화라는 콘텐츠가 영화 필름 안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 속에 등장한 캐릭터 관련 상품을 만들어 팔고, 영화 속 장면을 옮겨 온 테마파크를 만드는 연관 비즈니스가 이미 영화 산업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케네디 대표는 “영화라는 콘텐츠를 다른 영역의 사업에 사용, 영화산업의 영토가 점점 확장되고 있다”며 “영화 안에 스토리가 있고, 스토리가 있는 상품에 사람들이 끌리기 때문에 이런 사업 역시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디즈니가 지난 2012년 루커스필름을 40억5000만달러(약 4조4000억원)에 인수한 것도 결국 ‘스타워즈’라는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에 디즈니가 투자한 것이라고 그는 해석했다.

―디즈니가 루커스필름을 인수해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디즈니는 영화 속 스토리텔링을 다른 영역으로 데려가는 사업에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회사입니다. 새로운 스타워즈를 제작하면서 스타워즈를 다른 영역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디즈니와 계속 의논하고 있습니다. 테마파크나 모바일게임, 캐릭터 상품 등 만들 수 있는 것이 정말 많습니다. 이 모든 것이 스토리텔링의 확장(extension)입니다. 이와 관련된 모든 과정에 제작자로서 최대한 관여하려고 합니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텔링이 다른 영역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성공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스토리는 유지하고 퀄리티(quality)는 최고인 상품을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죠.그러기 위해선 확실한 스토리텔링을 갖춘 콘텐츠가 있어야 합니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놀라운 성공을 거두고 있는 디즈니를 모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만, 디즈니의 힘 역시 수많은 캐릭터와 그들의 이야기가 녹아있는 콘텐츠에서 나오는 것이죠.

그런 점에선 스타워즈도 한 예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스타워즈 팬들은 열성적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의 의상을 입거나, 스타워즈 시리즈 레고 장난감을 모조리 사들이기도 합니다.

오랜 세월 스타워즈 팬들이 영화의 일부인 것처럼 행동하고, 영화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수집하고 있는데, 이것은 참 흥미로운 일입니다. 이런 경우 스타워즈는 영화라는 범주를 이미 넘어선 콘텐츠가 돼 있다고 봅니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스타워즈 스토리를 가장 좋은 방법으로 말할 책임감을 느낍니다. 영화는 물론이고 좋은 관련 상품을 만드는 것도 그 일부입니다.”

―결국 성공의 비결은 스토리텔링으로 귀결되는군요.

“물론입니다. 한국의 회사들도 자신만의 콘텐츠를 찾아야 합니다. 어떤 콘텐츠가 시장에서 통하는지 알기 위해 해외 시장을 끊임없이 두드려야 합니다.”

캐서린 케네디 루커스필름 대표가 제작자로 참여했던 영화들. 왼쪽부터 차례대로 E.T.(1982), 백 투더 퓨처 (1985), 쥬라기공원 1993), 쉰들러리스트 1993), 식스센스(1999), A.I.(2001), 벤자민 버튼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 마지막 사진은 조지 루커스가 감독·제작한 ‘스타워즈 에피소드2:클론의 습격’ (2002).
인간에 대한 연민을 가진 감독을 기용한다

케네디 대표는 “영화라는 콘텐츠 비즈니스에서는 스토리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감독의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작자로서 인간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를 그려내고 전달할 수 있는 인간적인 사람이 결국 좋은 감독이자 스토리텔러(storyteller)라고 봤다.

―성공한 영화 제작자로서, 영화감독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습니까?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인간에 대한 연민(compassion)을 가지고 있느냐를 봅니다. 영화감독 가운데 인생의 어두운 부분에 집착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러나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커스는 그렇지 않습니다. 때때로 심각하지만, 유머를 잃지 않죠. 당신 주변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것이 그들을 훌륭한 감독이자 이야기꾼으로 만듭니다. 두 사람은 영화에서 인간적인 캐릭터를 그려내고 인생을 이야기하는데, 사람들은 이런 영화와 더 잘 소통하고 더 많은 감동을 느낍니다. 새로운 스타워즈의 감독을 맡은 J J 에이브럼스도 비슷한 스타일로,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감독입니다.”

―많은 제작자가 영화를 만듭니다만 성공을 거두기는 어렵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영화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창조적인 작업이지만, 시간과 예산의 제약을 받습니다. 특히 많은 돈을 투자하는 대형 스튜디오와 일할 때는 항상 그렇습니다.

영화제작자의 가장 큰일은 시간에 제약이 있을 때 무엇이 영화의 스토리에 더 필요한 것인지 판단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영화 제작과 관련해 다른 의견이 있을 경우 제작하는 사람들이 서로 터놓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제가 추구하는 것은 지속적인 피드백(feedback)을 통한 창조적인 사고와 그에 따른 결과물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다른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면, 먼저 질문이라도 던지려고 합니다. (실제로 케네디 대표는 인터뷰 도중에도 기자에게 질문을 종종 던졌다) 좋은 질문을 할 때 (영화 제작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죠.”

―사실 영화란 제작자보다 감독에 더 조명이 맞춰집니다만, 어떤 영화를 만들지, 어떤 감독을 기용할지는 영화 제작자의 몫입니다. 일반적인 제조업과는 조직 관리나 회사 운영의 양상이 다를 것 같습니다만.

“영화 제작자는 일반인들은 모르지만 정말 매우 힘든 일이죠(웃음). 다만 저는 영화감독이나 각본을 쓰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즐깁니다. 항상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이런 와중에서 제작의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사람들은 영화의 스토리를 통해 자신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많은 것을 느낍니다. 이런 것이 가능한 스토리를 찾고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작자의 역할입니다. 이를 위해 의사소통, 지속적인 토론, 창조적 사고에 집중하라고 말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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