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끔찔끔 금리인하 중국경제 감질난다

    •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입력 2015.05.16 03:03

6개월간 세차례 내렸지만
부채·고령화·무딘 정책…디플레이션 벼랑 끝 몰렸던 1998년 일본과 섬뜩할 정도로 닮아

중국 경제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런민(人民)은행 총재는 외로워질 것이다. 디플레이션, 과도한 부채, 혼란스러운 글로벌 금융시장, 개혁에 저항하는 기득권의 이해관계 등 중앙은행이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해 해법을 적어 놓은 교본 같은 것은 없다. 기존 정책을 유지하면서 상황이 조금씩 더 나아지도록 만드는 것 외에는 저우 총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만약 저우 총재가 도움이 될 만한 교훈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지난 1998년 일본의 케이스를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시 일본은 디플레이션의 벼랑 끝에 몰렸고, 이는 중국의 현재 상황과 섬뜩할 정도로 닮아있다. 일본이 디플레이션 늪에 빠진 것은 과도한 부채, 인구 고령화, 융통성 없는 산업 정책 때문이었다. 아마 최근의 중국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말일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저우 총재는 하야미 마사루(速水優) 전 일본 중앙은행 총재가 범한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다.

지난 10일 중국 런민은행은 1년 만기 대출 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중국은 지난 6개월 동안 세 차례 금리를 내렸다. 중국 증시는 금리 인하에 환호했다. 하지만 일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점진적으로 금리를 내리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해결책은 아니다. 저우 총재가 중국의 디플레이션을 저지하고 싶다면, 하야미 전 총재가 저질렀던 3가지 실수를 다시 저지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첫째로 하야미 전 총재는 매우 공격적인 통화 공급 정책을 사용해야 했다. 처음에 그는 디플레이션을 부인했다. 그가 일본 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하기 두 달 전, 전임자인 마쓰시타 야스오(松下康雄) 전 총재는 디플레이션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야미 전 총재는 취임 후 같은 환상을 가지고 정책을 펴나갔다.

하야미 전 총재는 결국 디플레이션이 문제라고 인정했지만, 이후에도 과감한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 종종 하야미 전 총재는 지난 2001년 당시 유례가 없던 양적 완화 정책을 폈다는 이유로 '양적 완화의 아버지'로 기억되곤 한다. 그러나 당시 그가 썼던 최초의 통화 공급 정책은 너무나 소심한 것이었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현 일본 중앙은행 총재가 아직도 일본 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는 것은 14년 전 하야미 전 총재가 머뭇거리면서 찔끔찔끔 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이다. 대조적으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양적 완화 프로그램을 시행한 후 6년 만에 지금 출구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하야미 전 총재가 둘째로 해야 했던 것은 은행이나 지방정부의 대차대조표에서 악성 자산들을 떨궈내는 것이었다. 이는 저우 총재가 지금 해야 할 일이다. 10년 동안 일본은 부실채권 규모를 과소 평가했다. 그 결과 일본 기업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부실채권을 대손상각 처리하기 시작했다. 만약 일본 중앙은행이 하야미 전 총재의 임기 중에 부실자산을 처리해 줬더라면 일본의 금융 부문은 오래전에 치유됐을 것이다. 대신에 일본의 부실채권 문제가 곪아터지면서 자산 가격 하락 사이클은 더 빨라졌고, 은행들은 대출 규모를 늘릴 수 없었다.

하야미 전 총재의 셋째 실수는 그가 (문제점에 대해) 대중에게 널리 알릴 수 있었음에도, 너무 소심했다는 것이다. 그는 성장을 억누르는 규제, 독점적 행태, 정부 정책의 상상력 결핍 보다는 엔화 공급 부족 때문에 디플레이션이 왔다고 주장했어야 했다. 하야미는 예를 들어 정부가 은행 부문을 개혁하고, 무역 장벽을 낮추고,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세제를 변경한다면, 엔화를 더 찍어내겠다고 제안할 수도 있었다.

중국은 현재 이런 실수를 피할 수 있는 상황이다.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커지면 저우 총재는 더 빠르게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고, 런민은행은 대형 은행들과 지방정부의 도산을 막기 위해 부채를 떠안기 시작할 수 있다. 저우 총재는 국제적인 우려를 활용하여 중국 정부에 금융 시스템을 국제화시키고 중국 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펴라고 주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우 총재는 하야미 전 총재가 그랬던 것처럼 금리를 너무 점진적으로 내리고 있다. 중국도 일본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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