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논의들

    • 최흡 위비연구소 소장

입력 2015.05.11 04:00

제프리 삭스 교수의 인터뷰, 버냉키-서머스의 설전… 위클리비즈가 최근 내보낸 몇건의 기사들을 읽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어느샌가 돈을 푸는 것은 당연하고 돈을 ‘금융정책’으로 푸는가 ‘재정정책’으로 푸는가가 논의의 대상인듯 합니다. 한데 2008년 금융위기가 처음 발발했을 때도 이랬던가?

지난 주(5월9~10일자)의 위클리비즈는 1면과 3면, 그리고 7면에 걸쳐 최근 금리와 재정정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세계경제 논쟁에서 잊혀지고, 밀려가고 있는 논의를 끌어올려봤습니다. R&D, 신경제, 그리고 구조조정.

◆ 버냉키-서머스 논쟁 뒤에 흘러간 것들

‘제3차 경제학 대전’이라고 불리는 버냉키와 서머스의 논쟁은 사실 몇 가지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그건 ‘일단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돈을 풀고 경제 분위기를 좋게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실업을 줄이고 국민들의 수입을 늘려 지출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려 합니다.

한데, 1998년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때 IMF 나 기타 선진국이 우리에게 제시한 처방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거품을 없애고 금리를 높이고,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것이었죠. 2008년 금융위기 후 돈을 갚지 않겠다고 버티는 유럽신흥국들과, ‘대마불사’를 이유로 어물쩍 구조조정을 넘어가는 이른바 ‘선진국’을 보면서 짜증도 났습니다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쨋든 그렇게 해서라도 이런 정책들이 세계경제를 ‘약속된 낙원’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겠죠.

‘경제의 체질개선’이라고 하는 것은 적어도 제가 알기엔 아픈 부분을 도려내는 구조조정을 하고 그 자리에 새살이 돋을 수 있도록 미래를 담당할 새로운 성장엔진을 채워넣고, 그를 위한 개발을 하는 것이 정석이었습니다. 사실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의 와중에 많은 기업이 넘어진 후 이른바 신경제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어 이쪽으로 자본과 인력이 이동하면 체질개선이 완성된다고 생각하는 듯 싶습니다.

다만 세계 전체적으로 결국은 해야 했어야 할 그 무엇인가를 그냥 넘어가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 것이 가장 극적으로 나타난 것이 7면에 실린 스티븐 로치의 칼럼일 것입니다. 사실 ‘망상에 사로잡힌 버냉키 추종자들’이라는 다소 ‘쎈’ 제목이 달린 이 칼럼에 대해서는 ‘경제학계에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이 나왔습니다.


[Weekly BIZ] 망상에 사로잡힌 '버냉키 추종자들'

사실 지금 교수란 직함을 달고 있지만, 스티븐 로치는 전직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즉 IB(투자은행) 업계의 인물로서 더 유명하죠. 투자금을 회수하고 수익률을 높이는 ‘금융인적인 사고방식’으로는 구조조정으로 자를 것은 잘라서 손실을 확정하고 투자할만한 기업이 많이 생기는 상황이 바람직합니다. 그런 전제 하에 읽으시면 좋을 것입니다.

‘장기 침체’를 논하는 버냉키-서머스의 논쟁에, 현재 전세계에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으로 대표되는 ‘신경제’란 요소를 환기시켜 주는 것이 역시 7면에 게재된 마이클 보스킨 교수의 칼럼일 것입니다.

[Weekly BIZ] 세계경제가 장기침체 접어들었다고? 기술의 진보를 믿어라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살 길에 대해서는 최근 방한했던 엘하난 헬프먼교수와의 인터뷰를 커버 스토리로 실었습니다.



[Weekly BIZ] 한 기업의 R&D가 온 나라를 먹여 살린다

말 그래도 ‘그래도 R&D’란 것이겠죠. 사실 우리나라의 GDP대비 R&D 규모는 세계 어느나라보다도 높은 편입니다. 인터뷰의 주인공인 헬프먼 교수의 모국인 이스라엘을 빼고 말이죠.
사실 인터뷰를 읽는 내내 다른나라 학자들과 달리 ‘국가’위주의 사고방식이 어느면에선 신선하기도 하고, 어느 면에선 어색하기도 했습니다. 서비스산업보다는 역시 제조업 위주의 R&D 등도 R&D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른바 세계적인 경기침체나 해결방안 등에 대해선 세계적인 불균형이나 통화문제(로치 칼럼에 다소는 남았습니다만), 무역 등의 분야가 남았는데, 이 분야에 대해서도 천천히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관련기사 몇개를 소개합니다.
사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일어나고 나서는 한참동안 미국의 책임론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인터뷰가 위클리비즈에서도 나왔습니다. 아마 2010년이 대표적이었을 같습니다.
당시 나왔던 위클리비즈 기사 중에서 신장섭 국립대 교수와 한스 베르너 진 뮌헨대 교수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Weekly BIZ] 원화가치 끌어올려 國富 늘려야
[Weekly BIZ] 위안화 저평가의 최대 수혜자가 누군데… "미국은 그 입 다물라"

그다음은 최근의 인터뷰로 양적완화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던 제프리삭스 교수의 위클리비즈 인터뷰 기사입니다.
[Weekly BIZ] 양적완화 성공 아직 못 믿나… 보라, 경제 회복기 접어든 미국을

그리고 가장 최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버냉키-서머스 블로그 논전에 관련된 기사입니다.
[Weekly BIZ] 서머스·버냉키… 제3차 경제학 대전

◆ 남녀별로 평가가…

이건 참 묘하더군요. 위클리비즈엔 저를 빼놓고 남자기자가 두 사람 여기자가 두 사람 있습니다.
한데 남녀별로 그림같이 의견이 갈립니다. 4~5면에 실렸던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기기, 그리고 미스핏의 소니 부 인터뷰 관련해섭니다.


[Weekly BIZ] 웨어러블 집에 놓고 왔다고 다시 돌아가지 않아… 아직은 패션 소품

미스핏이 만드는 제품 ‘샤인’은 사용자의 활동량을 분석해 소모 칼로리를 알려주는 것 외에는 사실 기능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지만 하여간 많이 팔리고 있는 시장 선도제품중의 하나죠. 한데 이 제품이 웨어러블 기기의 대표로서 실릴만한 것인지 가벼운 논쟁이 붙은 겁니다.

“이거 샤인이란 거가 웨어러블 기사에 적합한 건가요? 기능이 거의 없고 ‘바보’란 소리까지 듣는다는데, 게다가 웨어러블 기기가 패션이라니요?” (최현묵 기자)

“아니 아니, 전 아주 좋은데요. 샤인 예뻐요. 웨어러블 기계라고 해서 애플워치처럼 기능이 많아야 한다는 건 남자들이나 하는 생각이죠. 기능 많아 봤자 다 쓰지도 못해요.”(온혜선 기자)

“그래도 기능을 가진 제품인데 이른바 ‘기능성’이 있어야 하고, 그렇다면 당연히 그게 높아야 하는 거죠,”(최현묵 기자)
“그건 시계 모양의 제품이 나와서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된 게 아닐까요? 시계는 남자들한테는 이른바 ‘보여주기 위한 것’인 의미가 큰 것 같은데, 그러려면 스펙이 중요하겠죠. 한데, 소니 부 말대로 패션소품이라고 보면 얘기가 달라져요. 사진에도 보면 신발에 달린 게 미스핏이예요. 자연스럽게 녹아있잖아요.”(배정원 기자)

“아니 남자들이 과시용으로 시계를 차는 건 아니지요. 저도 시계를 차지만 기능성과 패션을 다 보는 건데, 아무래도 기능을 신경 안 쓸 수가…”(윤형준 기자)

회의실 밖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소니 부는 조선비즈의 ‘웨어러블 포럼’에서 연설한 후 기기 몇 대를 놓고 갔는데, 남자기자들은 하루이틀 써 보다가 풀어버렸고, 여기자들은 아주 좋아하면서 계속 차고 다니고 있습니다.

과연 미스핏이 앞으로도 계속 성공할 수 있을까요?
사실 소니 부 자신의 말로는 현재의 웨어러블 시장이 1.0이고, 그게 본격적인 2.0 시장으로 성장했을 때는 스테이지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한데, 그러면 이 기업이 본격적인 혁신 없이 다음 스테이지의 강자로도 남아있을 수 있을까요?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패션’이라는 컨셉의 유효기간은 얼마정도나 될까요? 아니면 이른바 저같은 ‘남자들’이 제대로 생각하지 못할뿐이고 이것이 웨어러블의 또다른 전진 방향의 하나일까요?

웨어러블 시장의 성장을 지켜보는 또하나의 재미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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