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 한번이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일… 비즈니스 세계에선 '무엇을 말하는가' 보다 '어떻게 말하는가'가 더 중요

입력 2015.04.25 03:03

예일대 차세대 세계 지도자 교육 프로그램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승' 으로 꼽힌 인물
윌리엄 반스 예일대 커뮤니케이션 센터장

윌리엄 반스 예일대 커뮤니케이션 센터장
윌리엄 반스 예일대 커뮤니케이션 센터장
'예일 월드 펠로 프로그램(Yale World Fellows program)'은 세계의 차세대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일대의 대표적인 교육 프로그램이다. 예일대의 내로라하는 교수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프로그램의 동문회에서 있던 일이다. '예일대에 있는 동안 여러분의 인생을 가장 크게 변화시킨 세 분의 스승은 누구인가?'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 125명 중 절반 이상이 윌리엄 반스(Vance·54)라는 교수를 꼽았다.

그런데 반스 교수의 강의는 '영어 커뮤니케이션'이었다. 국내에 출판된 그의 저서도 대부분 '영어' 얘기다. 그렇다면 영어에 대한 강의가 전 세계 차세대 지도자들의 인생을 바꿔놓았단 말인가? 프로그램을 듣는 학생 중에는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도 많았는데 도대체 무엇을 가르쳤다는 말일까? 의문을 가지고 지난달 서울 역삼동 신라스테이호텔 로비에서 반스 교수를 만났다. 악수를 청하는 기자의 손을 잡더니 그는 다시 한번 손을 내밀어 보라고 했다. 손을 내미는 팔의 각도가 부자연스럽고, 힘이 약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비즈니스를 하는 아시아인 중에서 제대로 된 악수법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자신감 있고 예의 바른 첫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세련된 악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강의 중점은 ‘영어’보다는 ‘커뮤니케이션’에 있었다. 실제로 그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시카고대를 거쳐 예일대 대학원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현재 예일대 커뮤니케이션 센터장으로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비교언어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포천지(誌) 선정 500대 기업 및 연구기관, 국제기관의 클라이언트들에게 성공을 이끄는 영어 커뮤니케이션을 지도하며, 정치인을 위한 미디어 인터뷰 코칭에도 정평이 나있다.

커뮤니케이션이 비즈니스에서 그만큼 중요한 것일까.

반스 교수는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말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며 “듣는 사람은 상대방의 말하는 속도, 볼륨, 톤만으로 내용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설득력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중요 단어들을 선택해서 강조하고 톤을 올려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반스 교수가 얘기하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다섯 가지 요령을 소개한다.

악수하는 사진.. ㅋㅋㅋ
①커뮤니케이션은 ‘탁구’가 아닌 ‘배구’다

“비원어민과 원어민의 대화나 회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보면 ‘부자연스러운 화자(話者) 교대’에 깜짝 놀랄 때가 종종 있습니다.

호주의 광산업 기업과 한국의 중공업 기업이 영어로 교섭할 때의 일화입니다. 호주 측에서 무슨 말을 하면, 한국 측은 바로 그 내용에 관해 짧은 문장으로 질문합니다. 또한 호주 측이 질문하니, 한국 측은 바로 그에 대해 대답을 합니다. 이 모습은 마치 ‘호주 팀이 서비스하고 한국 팀이 받아치는’ 탁구 게임처럼 보였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을 언어로 하는 ‘탁구’나 ‘캐치볼’에 비유할 수가 있는데, 그보다는 오히려 ‘배구’에 가깝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왜일까요? 아시는 바와 같이 배구는 한 팀에서 세 번까지 공에 손을 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잘하는 배구란 이 세 번의 기회를 가치 있게 써서 효과적으로 공을 넘겨 승리로 이끄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원리를 대화에 응용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의 말을 바꿔 말하며(paraphrasing)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회화(會話)나 미팅에서는 대답할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의견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싶고, 또 자기 생각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숙고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따라서 탁구에서 공을 속공으로 돌려보내 듯 즉시 답하는 대신에, 잘하는 배구처럼 좀 더 시간을 끌어도 됩니다. 오히려 그것이 좋은 커뮤니케이션의 성과를 내기 위한 비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연습이 필요한데,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영어 자막이 달린 영화나 TV 프로그램의 DVD를 이용해 한 등장인물이 한 문장을 말한 뒤에 재생을 멈추고, 그 이야기의 내용을 다시 말해 보는 것입니다. 이때 그 인물이 사용한 문법이나 어휘를 그대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요약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충분히 시간을 들여 천천히 해도 되고, 유의어 사전을 활용해도 좋습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점점 빨리 바꿔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어휘력도 늘어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 시점에 장문(長文)에도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바꿔 말하기 기술은 당신이 될 수 있으면 빨리 공을 넘기려는 탁구 선수가 아니라는 점을 상대에게 알려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즉 당신은 ‘상대방 이야기에 성의를 다해 귀 기울이는 사람’이며, ‘상대가 전달하고자 한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해 준 사람’이라는 것을 상대에게 확신시킬 수 있습니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서로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상대를 가장 만족하게 하고, 장래성 있는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항목 중 하나입니다.”

②유머를 사용하면 친밀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

“한국 비즈니스맨의 가장 큰 단점은 유머에 약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중요한 사업 미팅에서 진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굳은 표정으로, 업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감정을 드러내는 자체를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국인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로봇이 아닙니다. 비즈니스 미팅을 하면서 상대방과 화기애애하게 웃을 수 있다면, 그 관계는 반쯤 성공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어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서양 국가는 유머를 중요시합니다. 나를 웃길 수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호감도가 상승하기 때문에 사업적 관계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수년 전에 저는 한 변호사로부터 훌륭한 임기응변의 맺음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는 제가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 사무실에 시간당 550달러의 일을 발주했을 때의 일화입니다. 매우 높은 보수인데, 수석 변호사를 비롯해 여러 명의 변호사가 함께 작업하는 굉장히 복잡한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를 의뢰하고 수개월이 지난 후, 갑자기 수석 변호사가 저에게 분노에 찬 메일을 보냈습니다. 메일에 따르면, 1만5000달러를 청구했는데 기한이 지났는데도 지불해 주지 않고 있으니 지급될 때까지 업무를 중지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어안이 벙벙하고 당황스러워 일이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았는데, 몇 시간 후에 그 변호사로부터 태도가 확 달라진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동료로부터 아직 프로젝트의 전망이 확실하지 않아 청구서를 보내지 않았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합니다. 변호사의 메일은 매우 정중한 사과 표현 뒤에 다음과 같은 센스 있는 맺음말로 끝나 있었습니다.

‘With extreme abjection(한없이 비참한 마음을 담아)’ 이메일을 보고 웃음이 터진 저는 이 사과를 흔쾌히 받아들였고, 지금도 그와 여전히 좋은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③제스처는 말보다 강하다

“미국인 대부분은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날 때 두 가지 특징으로 그 사람의 자신감을 평가합니다. 바로 ‘눈 마주치기’와 ‘악수할 때 느껴지는 힘’입니다. 만약 인사를 나누는 도중 바닥을 내려다본다면 미국인은 당신을 ‘수줍음이 많은 사람’으로 판단할 것입니다.

심지어 미국에는 ‘악수가 그 사람의 성격을 말해준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예컨대 연약한 악수는 ‘자신감이 결여된 불안정한 성격’으로 인식되기도 하고, 재빠른 악수는 ‘건방진 인상’을 남기기도 합니다.

성공적인 악수를 위한 공식이 있습니다. 우선 악수하는 오른손은 건조해야 합니다. 따라서 파티 등에서는 음식을 왼손에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손가락이 아닌 손바닥을 쥐어야 합니다. 악력(握力) 측정기라고 쳤을 때, 7.5㎏의 힘으로 쥐어야 하고, 상대와 눈을 맞추며 미소 짓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 하나 있는데, 악수와 동시에 ‘만나서 반갑습니다’ 혹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의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대방의 손을 잡고 있으면 연인처럼 돼 버리니 주의하세요.”

④NO라고 말하지 않는 능력

“한국인들 사이에는 ‘Yes(예)’와 ‘No(아니오)’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서구적 표현 방식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서양인들이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에 비해 의사표현이 더 분명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영어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Yes와 No를 표현할 때 그 전제로서 꼭 알아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실 영어 커뮤니케이션에서는 ‘No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보단 ‘No라고 말하지 않는 능력’이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단호하게 No라고 부정하지 않는 편이 교섭이 잘되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세련된 인상을 주기도 하며, 또 존경받거나 유능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게 해 플러스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위해선 우선 Yes로 긍정하고 But으로 반론하는 게 좋습니다. 아무리 상대방 의견을 부정하고 싶은 충동이 일더라도 바로 ‘No!’라고 하지 않는 것이 세련되고 성숙한 성인의 영어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우선은 ‘Yes’로 상대방 입장 및 주장을 인정하거나 존중하는 태도로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다음에 but을 붙여 비로소 자기주장을 전개해 나가십시오.”

⑤마지막 인상은 첫인상보다 세련돼야 한다

“흔히 첫인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그것도 옛말이 되고 있습니다. 분명 문을 열고 유쾌하게 들어오는 사람이나 쾌활한 첫마디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지속되는 것은 ‘상대가 두 번째 인상을 갖기까지’의 짧은 기간입니다. 두 번째 인상이 좋으면 첫인상은 증폭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첫인상도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그런 점에서 ‘마지막 인상’이라는 것은 지속성이 매우 강력한 것입니다.

성공적으로 대화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3가지 단계가 필요합니다. 첫째, Well 또는 So 두 가지의 표현으로 대화를 끝내는 신호를 보냅니다. 각각의 모음 부분을 늘여서 길게 발음하면 됩니다. 한국인은 장모음 발음이 서투니 확실히 마무리하십시오. 둘째, 상대방의 이름을 효과적으로 사용합니다. 한국인은 한국어로 대화할 때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영어로 말할 때에도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원어민은 대화할 때, 특히 대화를 끝낼 때는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면서 상대에 대한 예의나 친밀감을 의식적으로 표현합니다. 예컨대 ‘패트릭씨,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의 표현으로 상대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셋째, 대화를 나눠서 좋았다는 마음을 전하며 다음을 기약합니다. 데이트를 마치고 헤어질 때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대화를 끝낼 때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좌우합니다. ‘당신과 이야기해서 정말 좋았습니다. 조만간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등의 표현을 더한다면, 모든 사람이 미소를 띠며 대화를 마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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