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도구로 디자인을 활용했다.
펭귄에서 나오는 책 표지는 창립 이후 오랜 기간 제목과 저자 이름, 펭귄 로고와 이를 감싸는 오렌지색 타원만 그려 넣는 간결한 디자인이었다. 이는 '펭귄이 편집했다'는 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창업자 앨런 레인의 브랜딩 전략이었다.
당시 서점에서 팔리던 책의 표지는 손으로 그린 일러스트에 금박을 장식한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렇게 해야 각각의 책이 돋보여 더 많이 팔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레인은 일관성 있는 디자인을 도입해 출판사 전체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다.
펭귄은 창립 이후 지금까지 당대 최고 디자이너를 영입해 디자인 총괄 책임자를 맡겨 왔다.

펭귄 디자인의 정체성을 세운 인물은 1935년 런던 동물원에서 직접 펭귄을 스케치해 와, 회사 로고로 만든 에드워드 영이다. 그는 펭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3단 수평 분할 구성을 최초로 도입했으며, '길 산스(Gill Sans)'체를 활용해 제목을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1946년 펭귄의 디자인 수장으로 임명된 얀 치홀트(Tschichold)는 펭귄의 디자인 규범을 만든 인물이다. 앨런 레인은 당대 최고 서체·편집 디자이너(typographer)였던 치홀트가 살던 스위스로 직접 날아가 삼고초려 끝에 그를 영입했다. 창립 초기 제각각이었던 펭귄의 표지 디자인은 치홀트의 지휘 아래 규칙성을 갖게 됐다.
펭귄의 디자인적 노력은 브랜드 파워로 이어졌다. 1950년대 많은 출판사가 펭귄의 성공을 본떠 문고판 브랜드를 설립했지만, 펭귄은 고유의 디자인 덕에 사랑받는 출판 브랜드로 입지를 굳건히 할 수 있었다.
지금은 문고판이나 시리즈물을 출판하는 일이 드물어지면서 펭귄도 과거 디자인보다는 책 내용에 맞는 표지 디자인을 새로 개발해 붙이고 있다. 대신 과거 디자인을 활용해 머그컵과 보온병, 쿠션과 가방 등 생활용품을 내놓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