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는 진짜 有罪일까

입력 2015.04.11 03:03

[Cover Story] 자동차 공유 기업 '우버' 잇단 불법 판결… 로버트 라이시·아룬 순다라라잔에게 묻다

"말이 좋아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이지 사실은 '찌꺼기(scraps)를 나누는 경제'가 아닌가?"

지난 2월 로버트 라이시(Reich·68) UC버클리대 정책대학원 경제학 교수(前 미국 노동장관)가 자신의 블로그(robertreich.org)에 올린 글은 분노에 차 있었다. 최근 주목받는 공유경제에 관해 언급한 이 글에서는 '노동시장을 19세기로 퇴보시킬 것''리스크를 노동자에게 전가할 것' 등 과격한 표현들이 튀어나왔다.

그는 '소득의 공정한 분배'를 주장해온 사람이다. 금융 위기 당시 과잉 부채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이고, 경기 침체의 배후에는 상위 1%만 배를 불리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 불균형에 항의하는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를 주도하며 금융 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변화를 대표하는 인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런 라이시 교수가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 강력한 비난의 화살을 날린 것이다.

공유경제
/Getty Images 멀티비츠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중산층이 무너지고 소비를 줄이려는 욕구가 커지면서 '우버(UBER)' '에어비엔비(Airbnb)' 등 공유경제 기업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공유경제는 물품과 자원, 재능 등을 소유하지 않고 타인과 나눠 쓰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뜻한다. 우버는 콜택시와 유사한 서비스로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을 부르면 가까운 곳에 있는 우버 등록 운전기사가 자기 차량을 몰고 와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 에어비앤비는 빈방 등 주거지 일부를 민박처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서비스다. 공유경제 제공자는 남는 시간, 방, 차량 등을 활용해 돈을 벌 수 있고, 소비자는 비교적 저렴한 택시 서비스와 숙박 시설을 구할 수 있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작년 말 기준으로 150억달러(약 16조원)인 전 세계 공유 경제 시장 규모가 10년 뒤에는 3350억달러(약 367조원)로 20배 넘게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라이시 교수의 분노가 마치 전초전이라도 된 듯 '공유경제' 모델은 올 들어 집중포화를 맞기 시작했다.

우선 택시나 숙박 면허 없이 '공유'하겠다는 영업 방식 자체가 문제가 됐다. 공유경제 모델의 대표 기업 격인 우버는 네덜란드·스페인·프랑스에 이어 독일에서 영업이 금지됐다. 비올레타 불츠 유럽연합(EU) 교통담당 집행위원은 우버 문제와 관련해 범유럽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역시 무면허 영업과 관련, 관련자들이 경찰에 입건되는 사태 끝에 실질적으로 영업을 접었다.

우버의 수난은 단순히 '무면허 영업' 문제에만 그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노동 문제가 불거져 운전자들에게 배상금을 물게 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은 우버 운전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우버가 그동안 운전자들을 부당 대우했다고 판결했다. 우버는 그동안 우버 운전자들을 직원처럼 일을 시키면서도 자비로 기름 값 등 차량 유지비, 수리비, 보험금 등을 부담하도록 해 왔다. 법원은 우버가 운전자들에게 비용과 위험, 책임을 모두 떠넘겼다고 판단했다. 패소(敗訴)와 실패(失敗)의 연속이다. 공유경제는 정말로 유죄(有罪)인 것일까?

위클리비즈는 공유경제 논쟁의 핵심인 두 사람을 인터뷰했다.

우선 남는 물건을 나눠 '다 같이 잘살자'는 선의에서 출발한 공유경제가 왜 이렇게 비난을 받고 있는지 로버트 라이시 교수에게 물었다.

그는 위클리비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저렴한 비용으로 소비자의 주목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고, 노동의 질을 낮추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공유경제로 인해 정규직 직원이 줄어들고 프리랜서와 독립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s) 등의 고용 형태가 늘어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공유경제로 벌어들이는 큰돈은 결국 소프트웨어를 소유한 기업에 가고, 노동자에게는 찌꺼기만 남는다"며 "임금이 깎인 노동자는 자금력이 줄어든 소비자가 되는 악순환만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옹호론자 아룬 순다라라잔(Sundararajan·44)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공유경제가 소비의 개념을 '소유'에서 '임시 사용'으로 바꾸며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의 여지를 줄 것이고, 이는 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론을 펼쳤다.

디지털 경제와 IT 기술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해 연구해온 순다라라잔 교수는 공유경제 과세 조항을 논의하는 미국 의원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공유경제의 대가다. 뉴욕대 경영대 교수실에서 만난 그는 공유경제 책자를 건네며 공유경제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공유경제를 통해 쓰지 않는 방, 쓰지 않는 자동차, 개인의 남는 시간 등 재화와 서비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생산성의 향상은 자연스럽게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공유경제에 대한 상반된 시각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대 교수 “우버나 에어비앤비는 건강보험 하나 챙겨받지 못하잖나”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30년 이상 부(富)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강의도 하고, TV 토론에 나갔으며, 노동부 장관을 하면서 정책도 만들고, 2011년 경제적 불평등에 항의해 일어난 ‘월가(街)를 점령하라’ 시위 때는 직접 확성기도 잡았다. 그런 그가 지금 강하게 비난하는 대상이 바로 공유경제다.

―공유경제의 상당한 비판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노동 환경의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온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금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공유경제는 노동 시장에 치명적입니다. 비정규직 형태의 고용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이가 어리고, 고등교육을 받은 노동자라면, 능력에 따라 돈을 더 벌 수 있는 계약직이 더 유리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이룬 성과로 보상받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나이가 든 노동자 중에는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부양할 가족까지 있다면, 노동 시장의 변화가 상당한 위기가 될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공과금 혹은 이자 등 매달 정기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금액이 있죠. 매달 성과에 따라 보상액이 달라지는 비정규직 형태의 고용이 는다면, 그것은 아주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공유경제에 또 어떤 문제가 있나요?

“노동자의 복지입니다. 보험, 산업재해 보상, 실업 보험, 건강검진, 유급휴가 등 현재 미국 노동 시장의 표준화된 복지 혜택들은 2차 세계대전 때쯤 정립됐습니다. 그러나 우버 같은 공유경제 회사는 운전자에게 어떤 복지 혜택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고용된 정직원’이 아니라는 거지요. 만약 자동차 사고가 날 경우에도 그 책임은 모두 운전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이는 노동조합의 개념이 없던 19세기로 후퇴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19세기는 노동자가 어떤 힘도 법적 권리도 없을 때입니다.”

―그러나 프리랜서가 늘어나는 점이 문제가 안 된다고 말하는 학자들도 많습니다.

“그들은 업무의 유연성(flexibility)을 강조합니다. 노동자는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어 남는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순다라라잔 교수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남는 시간을 활용해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남는 시간’의 정의가 뭔가요? 사람에게는 여전히 하루에 24시간만 주어질 뿐입니다.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 일한다면 그건 노동이지 남는 시간의 활용이 아닙니다. 우버는 그저 건강보험 하나 챙겨주지 못하는 일자리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낮은 임금에 복지 혜택도 없는데, 우버 운전자의 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이지요?

“지난 30여년간 상위 1% 또는 10%의 부는 꾸준히 축적되었지만, 중위 소득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이 거의 정체돼 있던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더 돈을 벌 수 있는 부수입의 기회가 매력적인 대안으로 여겨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단지 기업이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이에 노동자들이 만족하지 못한다는 불합리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줄 뿐입니다.”

―경기가 어려운데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용돈을 벌 기회가 있다는 건 저임금 계층에게 긍정적이지 않나요?

“공유경제로 돈을 버는 건 소프트웨어를 소유한 회사이지, 노동자가 아닙니다. 아마존의 ‘메커니컬 터크(Mechanical Turk·과거 유럽의 왕실에서 체스를 두는 기계인형에서 유래한 말. 기계인형에는 사실 사람이 들어가서 체스를 뒀는데, 여기에 착안해 아마존은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거리를 여러 사람이 조금씩 나눠서 하는 방식에 이 이름을 붙였다·편집자 주)’를 보세요. 이는 최저임금의 개념을 무색하게 합니다. 예컨대, 여러 사진 중 괜찮은 사진을 골라주고 30센트, 악필의 손 글씨를 읽어주면 50센트를 받습니다. 이 작은 금액에서 아마존은 수수료 10%를 떼어갑니다. 메커니컬 터크에서 일하는 50만명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2달러 선이라고 합니다.”

―순다라라잔 교수 등 일부 학자들은 공유경제가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합니다.

“몇 명의 경제학자는 공유경제가 노동자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좋다고 찬양합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과 일에서 나온 성과, 즉 부를 제대로 배분하는 것’입니다. 노동시장을 망가뜨리고 그 대가로 늘어나는 부는 결국 제대로 된 분배로 이어질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공유경제라는 개념 자체는 지난 100년간 우리가 일궈온 노동권의 진보와 발전을 저 멀리 퇴보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뿐입니다.”

―우버 등 공유경제 외에도 계약직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나요?

“지난 30년간 기업들은 정직원 대신 임시직, 독립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 프리랜서 등 계약제 직원의 고용을 늘려 비용을 줄이려 하고 있습니다. 최근 경제 위기 이후로 줄어든 이익을 만회하고, 사고 등의 각종 리스크(위험)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셈이지요. 이는 미국 노동 시장의 가장 큰 트렌드이자 제가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예컨대 세계적인 배송업체인 페덱스는 운전자를 독립계약직으로 채용합니다. 하지만 페덱스는 그들에게 페덱스의 브랜드가 쓰인 트럭을 사게 하고, 페덱스 유니폼과 일부 장비의 비용마저 부담하게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보험, 연료, 타이어, 식대, 유지비도 모두 전가합니다. 만약 운전자가 아프거나 휴가가 필요하다면, 자신을 대체할 사람을 알아서 구해야 합니다. 페덱스는 물론 운전자에게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지만, 매일 9시간 30분에서 11시간은 일하라고 말합니다. 만약 이게 ‘고용’이 아니라면, 무엇이 고용이란 것이죠? 2005년 캘리포니아에서 일하는 페덱스 운전사 수천 명은 회사를 상대로 야근수당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고, 작년 여름 미국 연방 법원은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교수님은 노동자의 관점에서 공유경제를 바라보는데, 소비자 등 다른 시각에서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소득과 재산의 불평등이 심화되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중산층이 무너져 모두가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물론 공유경제를 바라보는 여러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노동자층이 무너지면 그것은 소비자층이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에 헤어나올 수 없는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공유경제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미국의 경제 체제는 상위 1%만 더욱 돈을 버는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부를 제대로 분배하는 게 아니라, 가진 자만 더 갖게 되지요. 공유경제는 일자리의 질을 저하하도록 하는 또 다른 촉매제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크게 우려하는 것입니다.”


아룬 순다라라잔 뉴욕대 교수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더 많이 벌 수 있어… 결과적으로 노동자에 得"

아룬 순다라라잔 뉴욕대 교수는 공유경제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연구해온 공유경제 연구의 선구자다. 그는 기술의 발달이 어떻게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를 분석, 휴대전화와 같은 모바일 플랫폼의 발달로 그동안 숨겨져 있던 자산을 활용할 수 있게 됐고, 생산성도 극대화됐다는 견해를 냈다. 이는 경제성장과 일자리 확대로 이어진다고 그는 주장한다.

―공유경제로 노동자의 임금이 내려가고, 노동 환경이 나빠진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임금이 내려갈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유경제로 경제가 성장하면 결과적으로 과거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집니다. 대신 우리는 고용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합니다. 과거에는 정규직 풀타임 직장을 기반으로 노동력을 계산했는데, 공유경제가 발달할수록 대부분의 직장은 풀타임이 아니라, 시간을 쪼개서 활용하는 프리랜서 형태로 변할 것입니다. 예컨대 10년 뒤 미국 노동력의 절반 이상은 프리랜서가 될 것으로 봅니다. 이들은 어떻게 보면 일종의 자영업자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고, 능력에 따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오히려 공유경제가 노동자의 임금을 높일 수 있습니다. 배관공, 보모, 전기공 등 다양한 전문가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공유 기업 ‘태스크래빗(Task Rabbit)’을 살펴봤는데, 태스크래빗을 통해 서비스하는 전문가는 대부분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습니다. 예컨대 뉴욕 배관공이 태스크래빗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일반 배관공보다 3배 높은 임금을 받습니다. 다른 직업군도 평균 1.5~4배 더 많이 받습니다. 이는 그들의 서비스가 검증됐기 때문입니다. 태스크래빗을 사용하는 소비자는 자신이 받은 서비스에 대한 후기를 남기는데, 이를 기반으로 다른 소비자들은 원하는 배관공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보통 배관공을 배관 업체를 통해 부르면 사전 정보 없이 모르는 사람을 집에 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태스크래빗은 타인의 검증을 받았기 때문에 소비자가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하는 것입니다. 경제학적으로 ‘불확실성’을 없애면 물건 가격, 즉 임금이 올라갑니다.”

―라이시 교수는 공유경제로 돈을 버는 건 소프트웨어를 가진 기업일 뿐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공유경제의 혜택을 받는 것은 명백히 저임금 계층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유경제 참여자는 대부분 부자가 아닙니다. 생각해 보세요. ‘소유’라는 개념은 너무나도 비싼 개념의 ‘소비’입니다. 자동차나 명품 가방, 명품 드레스를 사는 데는 큰돈이 듭니다. 유지비도 만만치 않지요. 그렇다고 우리가 그 제품을 24시간 사용하는 것도 아니지 않아요? 공유경제가 등장하면서 소비 패턴이 좀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식입니다. 예컨대 자동차를 살 수 없는 소비자는 필요할 때마다 렌트를 하거나 우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는 자동차를 산 뒤 빌려 줘 비용을 덜어낼 수 있습니다. 공유경제로 소비 방식이 더 다양해진 것입니다.”

―공유경제는 소비를 줄이는 심리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검소한 경제(frugal economy)라고 부릅니다. 경제가 위축된다는 의견도 있던데요?

“네, 그런 얘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에 뚜렷한 근거는 없습니다. 그들은 우버와 에어비앤비 때문에 기존 택시·호텔 산업이 위협받는 것을 보고, 공유경제가 ‘더 적게’ 소비하기 때문에 경제를 위축시킨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나면, 이는 더 큰 소비로 이어집니다. 과거에 호텔이라는 한 가지 숙박 방식만 선택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에어비앤비와 호텔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났습니다. 쉽게 말해 공유경제로 소비자가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누리는 것이지, 덜 소비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현재 뉴욕에는 우버용 자동차 1만6000대와 택시 1만4000대가 있는데, 우버와 택시를 합한 지출은 과거 택시만 있을 때보다 큽니다.”

―공유경제는 값싼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이 관건인데, 어떻게 총지출이 늘어나는 것인가요?

“공유경제의 핵심은 ‘저렴한 가격’이 아닙니다. ‘양질의 서비스’입니다. 물론 처음 공유경제가 등장했을 때 저렴한 서비스를 강조했지만 이제 가격보다 좋은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예컨대 에어비앤비의 숙박시설은 결코 호텔보다 싸지 않습니다. 5성급 호텔의 스위트룸보다 비싼 숙박시설도 많습니다. 문을 열면 바로 앞에 스키장이 펼쳐지는 콜로라도의 오두막집, 숲 속의 저택 등 호텔이 들어설 수 없는 곳에 있는 숙소도 있고, 도심의 다양한 역세권에 있는 숙소도 있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습니다. 우버도 양질의 서비스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우버 운전사는 대부분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받기 때문에 승객에게 친절하게 대합니다. ‘우버 블랙’이란 서비스를 보세요. 고급 세단 자동차가 승객을 모시러 옵니다. 이 서비스를 택시보다 저렴해서 사용하겠습니까? 심지어 우버는 헬리콥터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선택이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공유경제가 기존 호텔·택시 산업을 위협하는 측면은 어떻게 보십니까?

“기존 기업은 공유경제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접근하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공유 기업의 위협을 직시하고 이와 경쟁해야 합니다. 기존 산업은 공유경제에서도 충분히 상위에 오를 수 있는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명품 드레스나 정장을 구매 가격의 10% 수준으로 빌려주는 ‘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란 회사가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유통업체인 메이시스(Macy’s)가 재고를 가지고 먼저 시작할 수 있는 비즈니스였습니다. 호텔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에어비앤비처럼 숙소에 대한 솔직한 사진과 후기를 미리 보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한다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공유경제의 문제점은 없다고 보십니까?

“젊은 층에 한정된 점입니다. 예컨대 50대 소비자라면, 20~30년간 호텔을 이용한 경험 때문에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거실의 접시는 써도 되는지, 사용 후에는 설거지해야 하는지, 방을 치우고 나가야 하는지 등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종전의 익숙함을 버리고 새로운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것은 나이가 들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지금 20~30대 소비자가 공유경제에 익숙해지고, 주 소비자층이 되는 10년 뒤에는 공유경제가 자리 잡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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