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5.03.21 03:03
[Wisdom] 美 과학 계간지 '스켑틱' 발행인 마이클 셔머 인터뷰

'총, 균, 쇠'의 재러드 다이아몬드와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미국의 과학 계간지 '스켑틱(Skeptic)' 편집위원이라는 점이다. 사이비 과학과 비이성적 맹신을 배격하고 과학적 이성을 강조하는 스켑틱은 '회의주의자 협회(The Skeptics Society)'가 1992년부터 발행하고 있다. 이후 미국에서만 발행돼 왔으나, 3월 1일 미국 이외 나라에선 최초로 한국판이 창간돼 화제가 됐다.
지난 1월 LA 근교 알타데나에 있는 스켑틱 본사에서 잡지 발행인인 마이클 셔머(Shermer·61) 박사를 만났다. 그는 회의주의자협회 창립자이며, 저명 과학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도킨스와 다이아몬드는 둘 다 내 친구이자 우리 잡지가 추구하는 과학적 회의주의에 100% 동조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사라고 하지만 중산층 동네의 평범한 주택이었는데, 원래 셔머가 살던 가정집이었다고 한다.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거실 겸 응접실의 삼면 서가에 뉴턴, 다윈,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여러 과학자의 석조 두상과 각종 과학서적들로 빼곡했다. 그런데 군데군데 외계인과 UFO 사진이 들어있는 액자들도 눈에 띄었다. 셔머 박사는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늘 상기하기 위해 걸어 놓았다"고 했다. 그는 CNN의 '래리킹 라이브' 등 여러 방송의 토론 프로그램에 단련돼서인지 채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속사포 같은 답변을 쏟아냈다.
회의주의는 과학의 또 다른 이름
―왜 스스로를 회의론자라고 하고, 잡지 이름을 '회의론자(Skeptic)'로 지었습니까?
"과학이라는 이름은 이미 누군가가 먼저 차지하지 않았나요(웃음)? 회의주의는 과학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과학자들은 본성적으로 회의적입니다. 사람들이 하는 주장의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또한 과학자들은 분석을 함에 있어서 선입견을 세우지 않고 접근합니다. '당신이 주장하는 것은 입증하지 않는 한 사실이 아니다' '입증의 책임은 주장하는 사람에게 있다' '우리의 역할은 증거를 평가하는 것이다'와 같은 태도입니다. 예를 들어 의학에서는 암이나 에이즈 치료약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론 충분치 않습니다. 임상실험 결과를 제공해야 합니다. 우연의 일치나 개인적 경험이 아니라는 것을 통계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심령술사, 외계인 방문 주장 등 기이한 주장들은 그에 걸맞은 비범한 수준의 증거들이 있어야 합니다. 증거가 빈약하다면 그런 주장들을 거부하는 게 당연합니다."
―회의주의적이라는 건 아무것도 안 믿는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지 않습니까?
"우리를 냉소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주의 기원에 관한 빅뱅 이론과 생명의 다양성을 설명하는 진화론을 믿습니다. 우리가 이런 것을 믿는 것은 증거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들을 설명하는 확고한 이론들이 있고, 증거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또 각기 다른 여러 과학자들에 의해 입증되고 있습니다. 이것들은 믿음이나 미신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당신이나 나나 그 증거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과학적 회의주의가 자신의 삶을 바꿔놓았다고 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열렬한 창조론자였으나, 캘리포니아 주립대 실험심리학 대학원 때 진화론자가 됐다. 그는 저서 '왜 다윈이 중요한가'에서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과학적 탐구에서 나온 엄청난 양의 증거를 보게 됐다"며 "창조론자로서의 내 믿음들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내가 느꼈던 심정은 살인죄를 자백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럼 박사님은 뭘 믿습니까?
"과학과 이성을 믿습니다. 이성은 우리가 세상에 대해 추론하는 데 있어 가장 뛰어난 수단이란 걸 믿습니다. 난 과학과 이성이 우리 삶을 인도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물론 과학과 이성이 완벽하진 않습니다. 과학자들이 때로 실수도 합니다. 그러나 과학과 이성은 다른 어떤 시스템보다도 나은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그 역시 회의주의만으론 진보를 이룰 수 없다는 걸 인정한다. 의심만으론 역사의 바퀴를 앞으로 굴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불합리한 것을 거부하는 것만으론 불충분하며, 진보를 가져오는 합리적 대안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과학적 회의주의를 실행할 수 있습니까?
"칼 세이건이 말했던 '엉터리 탐지 장치(baloney detection kit)'란 방법을 추천합니다. 거짓말이나 헛소리를 알아내기 위해선 이런 질문들을 하면 됩니다. '이 주장의 증거는 무엇인가' '그 증거는 믿을 만한가' '누가 그런 주장을 하고 있는가' '그들은 전에도 이런 종류의 주장을 한 적이 있나' '누군가 이 주장을 전에 검증한 적이 있는가'."
―질문을 계속하는 게 회의적이 되는 핵심으로 들립니다.
"그게 바로 과학자들이 하는 방식입니다. 질문하고, 가설을 세우고, 증거를 모으고, 시험해 보는 겁니다."
―하지만 현대인은 너무 바쁘고 신경 쓸 일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질문을 할 시간도 의지도 없는 것 같습니다.
"(웃음) 맞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회의적이 되기 위해서 정식 훈련을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사러 간다고 해보죠. 우리는 판매원이 말하는 모든 것을 믿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은 차를 사러 가기 전에 기본적인 조사를 하고 갑니다. 소비자 단체 같은 데서 조사한 것들을 미리 알아보는 겁니다. 또한 사람들은 의사나 치과의사를 고를 때 그들이 면허가 있는지, 그들에 대한 평가가 어떤지를 꼼꼼히 살핍니다. 회의적이 된다는 게 그런 겁니다. 과학적 회의주의란 게 그런 실용적 측면도 있는 겁니다."
지난 1월 LA 근교 알타데나에 있는 스켑틱 본사에서 잡지 발행인인 마이클 셔머(Shermer·61) 박사를 만났다. 그는 회의주의자협회 창립자이며, 저명 과학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도킨스와 다이아몬드는 둘 다 내 친구이자 우리 잡지가 추구하는 과학적 회의주의에 100% 동조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사라고 하지만 중산층 동네의 평범한 주택이었는데, 원래 셔머가 살던 가정집이었다고 한다.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거실 겸 응접실의 삼면 서가에 뉴턴, 다윈,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여러 과학자의 석조 두상과 각종 과학서적들로 빼곡했다. 그런데 군데군데 외계인과 UFO 사진이 들어있는 액자들도 눈에 띄었다. 셔머 박사는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늘 상기하기 위해 걸어 놓았다"고 했다. 그는 CNN의 '래리킹 라이브' 등 여러 방송의 토론 프로그램에 단련돼서인지 채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속사포 같은 답변을 쏟아냈다.
회의주의는 과학의 또 다른 이름
―왜 스스로를 회의론자라고 하고, 잡지 이름을 '회의론자(Skeptic)'로 지었습니까?
"과학이라는 이름은 이미 누군가가 먼저 차지하지 않았나요(웃음)? 회의주의는 과학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과학자들은 본성적으로 회의적입니다. 사람들이 하는 주장의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또한 과학자들은 분석을 함에 있어서 선입견을 세우지 않고 접근합니다. '당신이 주장하는 것은 입증하지 않는 한 사실이 아니다' '입증의 책임은 주장하는 사람에게 있다' '우리의 역할은 증거를 평가하는 것이다'와 같은 태도입니다. 예를 들어 의학에서는 암이나 에이즈 치료약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론 충분치 않습니다. 임상실험 결과를 제공해야 합니다. 우연의 일치나 개인적 경험이 아니라는 것을 통계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심령술사, 외계인 방문 주장 등 기이한 주장들은 그에 걸맞은 비범한 수준의 증거들이 있어야 합니다. 증거가 빈약하다면 그런 주장들을 거부하는 게 당연합니다."
―회의주의적이라는 건 아무것도 안 믿는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지 않습니까?
"우리를 냉소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주의 기원에 관한 빅뱅 이론과 생명의 다양성을 설명하는 진화론을 믿습니다. 우리가 이런 것을 믿는 것은 증거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들을 설명하는 확고한 이론들이 있고, 증거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또 각기 다른 여러 과학자들에 의해 입증되고 있습니다. 이것들은 믿음이나 미신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당신이나 나나 그 증거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과학적 회의주의가 자신의 삶을 바꿔놓았다고 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열렬한 창조론자였으나, 캘리포니아 주립대 실험심리학 대학원 때 진화론자가 됐다. 그는 저서 '왜 다윈이 중요한가'에서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과학적 탐구에서 나온 엄청난 양의 증거를 보게 됐다"며 "창조론자로서의 내 믿음들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내가 느꼈던 심정은 살인죄를 자백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럼 박사님은 뭘 믿습니까?
"과학과 이성을 믿습니다. 이성은 우리가 세상에 대해 추론하는 데 있어 가장 뛰어난 수단이란 걸 믿습니다. 난 과학과 이성이 우리 삶을 인도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물론 과학과 이성이 완벽하진 않습니다. 과학자들이 때로 실수도 합니다. 그러나 과학과 이성은 다른 어떤 시스템보다도 나은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그 역시 회의주의만으론 진보를 이룰 수 없다는 걸 인정한다. 의심만으론 역사의 바퀴를 앞으로 굴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불합리한 것을 거부하는 것만으론 불충분하며, 진보를 가져오는 합리적 대안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과학적 회의주의를 실행할 수 있습니까?
"칼 세이건이 말했던 '엉터리 탐지 장치(baloney detection kit)'란 방법을 추천합니다. 거짓말이나 헛소리를 알아내기 위해선 이런 질문들을 하면 됩니다. '이 주장의 증거는 무엇인가' '그 증거는 믿을 만한가' '누가 그런 주장을 하고 있는가' '그들은 전에도 이런 종류의 주장을 한 적이 있나' '누군가 이 주장을 전에 검증한 적이 있는가'."
―질문을 계속하는 게 회의적이 되는 핵심으로 들립니다.
"그게 바로 과학자들이 하는 방식입니다. 질문하고, 가설을 세우고, 증거를 모으고, 시험해 보는 겁니다."
―하지만 현대인은 너무 바쁘고 신경 쓸 일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질문을 할 시간도 의지도 없는 것 같습니다.
"(웃음) 맞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회의적이 되기 위해서 정식 훈련을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사러 간다고 해보죠. 우리는 판매원이 말하는 모든 것을 믿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은 차를 사러 가기 전에 기본적인 조사를 하고 갑니다. 소비자 단체 같은 데서 조사한 것들을 미리 알아보는 겁니다. 또한 사람들은 의사나 치과의사를 고를 때 그들이 면허가 있는지, 그들에 대한 평가가 어떤지를 꼼꼼히 살핍니다. 회의적이 된다는 게 그런 겁니다. 과학적 회의주의란 게 그런 실용적 측면도 있는 겁니다."

의도적으로 반대자들을 기용한 링컨 대통령
―과학적 합리주의를 잘 활용한 조직의 예를 들어주십시오.
"에이브러햄 링컨은 의도적으로 자신을 싫어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내각에 기용했습니다. 비판적인 피드백을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링컨은 자신이 하는 일이 옳은지 틀린지에 대한 감을 얻으려고 했던 겁니다. 가톨릭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기적을 경험했다는 수많은 주장들과 거짓말들을 가려내기 위해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을 만들었습니다."
악마의 대변인은 로마 교황청에서 성인 시성(諡聖·가톨릭 성직자를 성인 반열에 올리는 일) 심사 때 의도적으로 반대 주장을 펴는 교회 법학자를 지정한 제도에서 유래했다. 인텔의 전 회장 앤디 그로브 역시 회의를 할 때 한쪽으로 의견이 치우치면 악마의 대변인을 투입하곤 했다. 회의에 참석해 무조건 다수의 주장과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최근 저서 '모럴 아크(The Moral Arc)'에서 교수님은 과학과 이성이 우리 인류를 더 윤리적인 단계로 이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과학과 이성이 가장 발달한 오늘날, IS나 테러리스트들의 프랑스 언론사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공격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극단적인 종교는 윤리적 퇴행을 가져오는 힘 중 하나입니다. 폭력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종교, 인권 같은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종교들은 이성의 힘으로 구습을 타파했던 계몽주의의 역사적 단계를 거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 종교들이 문제입니다. 제가 책에서 주장한 것은 우리가 윤리적으로 인류사에서 최고의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지 완벽하단 얘기는 아닙니다. IS나 샤를리 에브도와 같은 일들이 왜 벌어지는 걸까요? 우리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무시하는 문제(elephant in the room)는 이슬람입니다. 이슬람은 계몽의 단계를 거치지 않은 종교입니다. 그래서 이슬람의 일부 분파가 문제를 일으키는 겁니다. 다른 종교 중에서도 초자연적 신성을 믿거나 우주 창조론 같은 것을 믿는 것은 위험한 교리라고 봅니다."
구글 vs 엔론
셔머 박사는 저서 '경제학이 풀지 못한 시장의 비밀(원제 'The mind of the market)'에서 '미덕 경제학(virtue economics)'을 주장했다. 진화의 과정에서 공정성·상호성·호혜주의라는 도덕 관념이 우리 뇌 깊숙이 뿌리내리게 됐으며, 이는 우리의 경제활동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덕 경제학'에서 사악하지 않은 기업 구글의 성공과 사악한 기업 엔론의 실패를 대비시켰다.
―구글의 성공 요인과 엔론의 실패 요인은 무엇입니까?
"구글의 문화는 매우 협력적이고 친근하고 유쾌합니다. 난 구글캠퍼스에 여러 번 다녀왔는데 그곳 분위기는 '느슨한 창의성(loose creativity)'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회사가 그렇듯 구글도 돈을 벌려고 하지만, 구글 직원들이 돈만을 좇는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반면 엔론이나 월가 트레이더들은 이익만이 그들의 유일한 목적이었고, 그게 그들을 실패로 몰고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구글은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모토를 갖고 있습니다. 실제 그들이 그렇다고 보십니까?
"구글이 그 모토를 지키려고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구글에 대해서도 여러 비판이 있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난 구글이든 애플이든 현재의 대기업들에 대해 그리 걱정하지 않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고로 잘나가던 1998년 빌 게이츠에게 누가 물었습니다. '무엇이 가장 두려운가?' 빌 게이츠는 '넷스케이프나 선마이크로시스템이나 오라클이 아니다. 차고에서 뭔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고 있는 누군가가 제일 두렵다'고 했습니다. 선견지명이 있는 답변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직후에 브린과 페이지가 차고에서 구글을 창업했기 때문입니다(웃음). 내가 구글이나 애플 같은 거대 기업들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언제나 새로운 누군가가 나타나서 기존의 대기업들을 위협하고 때론 거꾸러트리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정상의 자리에 오래 머물지 못합니다."
한국판을 만든 이유
―스켑틱 한국판이 나왔습니다. 왜 한국인가요?
"한국의 바다출판사에서 우리 잡지사에 '출간하고 싶다'고 먼저 제의해 왔습니다. 한국은 좋은 출판시장입니다. 제 책 여러 권이 출판됐습니다. 따라서 한국이 과학적, 합리주의적 출판물에 좋은 시장이란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누구도 하지 않는데 한국 출판사가 하려고 하니 좋다고 답했습니다. 왜 안 되겠습니까(웃음)?"
―한국 독자들이 유달리 과학적 사고에 관심이 높다고 생각하십니까?
"한국은 과학과 기술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요소임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이비 과학, 쓰레기 과학은 어느 사회에서나 판치고 있지 않습니까?"
―스켑틱 잡지가 한국에서 성공할 거라고 보십니까?
"그렇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스켑틱 잡지를 북한에 몰래 들여보내야 한다는 생각도 합니다."
―과학적 합리주의를 잘 활용한 조직의 예를 들어주십시오.
"에이브러햄 링컨은 의도적으로 자신을 싫어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내각에 기용했습니다. 비판적인 피드백을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링컨은 자신이 하는 일이 옳은지 틀린지에 대한 감을 얻으려고 했던 겁니다. 가톨릭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기적을 경험했다는 수많은 주장들과 거짓말들을 가려내기 위해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을 만들었습니다."
악마의 대변인은 로마 교황청에서 성인 시성(諡聖·가톨릭 성직자를 성인 반열에 올리는 일) 심사 때 의도적으로 반대 주장을 펴는 교회 법학자를 지정한 제도에서 유래했다. 인텔의 전 회장 앤디 그로브 역시 회의를 할 때 한쪽으로 의견이 치우치면 악마의 대변인을 투입하곤 했다. 회의에 참석해 무조건 다수의 주장과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최근 저서 '모럴 아크(The Moral Arc)'에서 교수님은 과학과 이성이 우리 인류를 더 윤리적인 단계로 이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과학과 이성이 가장 발달한 오늘날, IS나 테러리스트들의 프랑스 언론사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공격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극단적인 종교는 윤리적 퇴행을 가져오는 힘 중 하나입니다. 폭력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종교, 인권 같은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종교들은 이성의 힘으로 구습을 타파했던 계몽주의의 역사적 단계를 거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 종교들이 문제입니다. 제가 책에서 주장한 것은 우리가 윤리적으로 인류사에서 최고의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지 완벽하단 얘기는 아닙니다. IS나 샤를리 에브도와 같은 일들이 왜 벌어지는 걸까요? 우리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무시하는 문제(elephant in the room)는 이슬람입니다. 이슬람은 계몽의 단계를 거치지 않은 종교입니다. 그래서 이슬람의 일부 분파가 문제를 일으키는 겁니다. 다른 종교 중에서도 초자연적 신성을 믿거나 우주 창조론 같은 것을 믿는 것은 위험한 교리라고 봅니다."
구글 vs 엔론
셔머 박사는 저서 '경제학이 풀지 못한 시장의 비밀(원제 'The mind of the market)'에서 '미덕 경제학(virtue economics)'을 주장했다. 진화의 과정에서 공정성·상호성·호혜주의라는 도덕 관념이 우리 뇌 깊숙이 뿌리내리게 됐으며, 이는 우리의 경제활동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덕 경제학'에서 사악하지 않은 기업 구글의 성공과 사악한 기업 엔론의 실패를 대비시켰다.
―구글의 성공 요인과 엔론의 실패 요인은 무엇입니까?
"구글의 문화는 매우 협력적이고 친근하고 유쾌합니다. 난 구글캠퍼스에 여러 번 다녀왔는데 그곳 분위기는 '느슨한 창의성(loose creativity)'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회사가 그렇듯 구글도 돈을 벌려고 하지만, 구글 직원들이 돈만을 좇는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반면 엔론이나 월가 트레이더들은 이익만이 그들의 유일한 목적이었고, 그게 그들을 실패로 몰고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구글은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모토를 갖고 있습니다. 실제 그들이 그렇다고 보십니까?
"구글이 그 모토를 지키려고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구글에 대해서도 여러 비판이 있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난 구글이든 애플이든 현재의 대기업들에 대해 그리 걱정하지 않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고로 잘나가던 1998년 빌 게이츠에게 누가 물었습니다. '무엇이 가장 두려운가?' 빌 게이츠는 '넷스케이프나 선마이크로시스템이나 오라클이 아니다. 차고에서 뭔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고 있는 누군가가 제일 두렵다'고 했습니다. 선견지명이 있는 답변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직후에 브린과 페이지가 차고에서 구글을 창업했기 때문입니다(웃음). 내가 구글이나 애플 같은 거대 기업들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언제나 새로운 누군가가 나타나서 기존의 대기업들을 위협하고 때론 거꾸러트리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정상의 자리에 오래 머물지 못합니다."
한국판을 만든 이유
―스켑틱 한국판이 나왔습니다. 왜 한국인가요?
"한국의 바다출판사에서 우리 잡지사에 '출간하고 싶다'고 먼저 제의해 왔습니다. 한국은 좋은 출판시장입니다. 제 책 여러 권이 출판됐습니다. 따라서 한국이 과학적, 합리주의적 출판물에 좋은 시장이란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누구도 하지 않는데 한국 출판사가 하려고 하니 좋다고 답했습니다. 왜 안 되겠습니까(웃음)?"
―한국 독자들이 유달리 과학적 사고에 관심이 높다고 생각하십니까?
"한국은 과학과 기술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요소임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이비 과학, 쓰레기 과학은 어느 사회에서나 판치고 있지 않습니까?"
―스켑틱 잡지가 한국에서 성공할 거라고 보십니까?
"그렇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스켑틱 잡지를 북한에 몰래 들여보내야 한다는 생각도 합니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 18세기 스웨덴… 중국까지 항해 한 번으로 국가 GDP만큼 벌었다는데… 허윤·서강대 국제대학원장
- 채권시장의 갑작스러운 폭락? 주식·부동산은 몰라도… 로버트 실러·예일대 교수(2013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 틀렸다, 경영도 과학이다… 상식에 의문을 품어라 주재우 국민대 교수
- '種의 기원' 한 章을 할애해 반대론자 입장에서 기술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 직원 9만명이 자유롭게 의견 교환… 자발적으로 혁신 윤형준 기자
- '위비 CEO클럽' 20人, 피렌체 문화 속으로 배정원 조선비즈 기자
- 1등 아니면 죽는다? 적자생존 진짜 뜻은 꼴찌만 아니면 살아남는다 정리=윤형준 기자
- "우리는 수퍼乙… 매년 300억달러 끌어모아" 최현묵 기자
- [Story] 진화하는 최고 비전기업 다시 100년을 향한 혁신 세인트 폴(미국)=이석호 기자
- 잘못된 M&A는 '죽음의 키스' 장세진KAIST 경영대 교수
Copyright ⓒ WEEKLY BIZ. All Rights Reserved
위클리비즈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