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경영학]
획기적 자동차용 카드
모든 인센티브 중지… 카드 혜택으로만 대체

모든 경쟁은 본질적으로 게임이다. 그래서 경영 일선에서 사용되는 용어는 군사나 스포츠 용어에서 차용된 것이 많다. 그러나 많은 유사점에도 기업 경영은 스포츠나 전쟁과 큰 차이가 있다.
전쟁이나 스포츠는 경쟁자를 패퇴시키고 승리를 쟁취하는 것만이 지상 목표이다. 반면, 경영은 이기고 지는 것이 게임의 본질이 아니다. 경쟁자를 파산시키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신의 사업을 눈부신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 반대로 전쟁에서 승리하고도 경쟁자와 공멸할 수도 있다.
1990년대 초반 미국 자동차 산업은 상호 파괴적인 판촉 경쟁 늪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 회사가 딜러에게 지급하는 연말 판매 수당과 가격 할인은 업계 전체의 수익성을 심각하게 잠식했다. 한 기업이 연말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딜러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면 다른 경쟁사도 따라야 했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가격 리베이트까지 원하는 실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GM은 한 은행과 손잡고 획기적인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사용 금액의 5%를 1년에 500달러까지, 총 3500달러까지 적립해 GM 자동차를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카드였다. 이 카드는 폭발적인 가입률을 기록하며 카드업계에서 전무후무한 성공을 거뒀다. GM은 이 카드를 통해 포드를 비롯한 경쟁사의 미래 고객들을 선점해 묶어두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포드와 폴크스바겐은 각기 GM과 비슷한 카드를 출시했다. 많은 전략 지침서는 경쟁자들이 모방할 수 있는 전략은 전략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원칙이 항상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영원히 모방할 수 없는 전략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방은 시장이 보낼 수 있는 최상의 찬사라고 볼 수도 있다.
포드나 폴크스바겐도 모두 자사 카드를 출시하면서 모든 기존 판매 인센티브를 카드 혜택으로 대체했다. 그 결과는 양사의 카드에 가입하지 않은 GM 고객을 포함한 대다수 차량 구매자에게 양사 제품의 가격 인상 효과로 나타났다. 이는 GM이 현재 가격으로 자신의 고객을 굳건히 지키거나 혹은 이들을 대상으로 가격을 얼마간 인상하는 것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결국 3사는 모두 출혈 가격경쟁에서 탈피하고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충성 고객 기반을 공고히 구축하게 됐다. 광활한 영토 전체를 대상으로 상호 파괴적인 소모전을 계속하는 대신 GM이 선택한 '천하 삼분지계'라 할 수 있겠다.

윈윈 전략 추구에는 다음과 같은 역설적인 장점들이 있다. 첫째, 이 전략은 일반적으로 경쟁자들이 고려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에 이를 통해 새롭고 차별화된 전략적 기회나 구도를 찾을 수 있는 잠재력이 더 크다. 둘째, 경쟁자들의 생존을 보장함으로써 그들의 격렬한 저항에 직면하지 않으면서 보다 지속 가능한 전략적 구도를 구현할 수 있다. 셋째, 경쟁자들의 윈윈 전략 모방은 이들의 행동 패턴을 자사의 전략적 틀 안으로 유도하고 가시화하여 미래의 행동 패턴을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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