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틸이 장학 제도를 만든 이유
피터 틸은 우리가 경쟁을 피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꼽았다.
"저는 한국 상황은 잘 모르지만, 적어도 미국이나 서구 유럽의 교육 시스템에는 불안정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길만 걷게 합니다. 18세 아이의 인생을 평가하는 기준은 오직 '시험에서 몇 점을 받았느냐'거든요.
저는 한쪽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전부 다른데, 한쪽만 있어서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이건 완전경쟁 체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똑같은 길을 걸으면서 최고가 되려 하면 경쟁하지 않을 수 없죠. 그 길은 점점 좁아질 거예요. 경쟁은 피할수록 좋습니다.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사회는 더 건강해질 겁니다."
그는 교육 시스템 개선을 위한 도발적인 대안 한 가지를 실천 중이다. 2010년 '틸 펠로십(Thiel Fellowship)'이라는 장학 제도를 신설한 것이다. 20세 이하 청년 가운데 우수한 벤처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을 선발해 2년간 10만달러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그런데 여기엔 독특한 조건이 하나 붙어 있다. 지금 다니는 학교를 관둬야 한다는 것이다. 올여름이 되면 장학생이 1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틸 펠로십은 교육 체계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제 아이디어에 찬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학교 교육 시스템을 무시한다거나 학생들의 미래를 짓밟는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4년 만에 평가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요즘 저희가 비판받는 내용은 주로 '왜 20명만 뽑고 혜택을 제공하느냐' '너무 소수만 특혜를 받는다'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같은 내용입니다." (웃음)
―학교를 그만둬야 할 정도로 학교 교육에 문제가 많습니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교육이 미래와 안전을 보장한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학교에 가지 않으면 인생이 망가진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건 공포 체제나 다름없습니다. 마치 16세기 교회와 비슷합니다.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점도 비슷하고, 대학 졸업장이 마치 '면죄부'처럼 쓰인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우리는 졸업장을 받으면 안전하고, 졸업장이 없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창업가가 돼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모두 학교를 관둬야 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대학에 가는 것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길을 걸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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