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부품만 쓰는 '제2의 샤오미'… 創社 10개월 만에 100만대 팔아

입력 2014.12.06 03:04

35만원에 최고급 스마트폰 판매 '원플러스' 창업자 피트 라우

마케팅 비용 거의 안 쓰고
온라인 판매로 비용 줄여

기술 조금 뒤처지더라도
외부업체 활용하면 돼

전체 품질 높이려 하기보다
소비자 요구에 기술 집중

'원플러스 원'이란 휴대폰을 아시는지? 지난 4월 중국에서 나온 휴대폰이다. 이 제품을 뜯어본 국내 휴대폰 전문가들은 깜짝 놀랐다. 64GB 스마트폰 가격이 349달러(약 35만원)에 불과한데도 부품이나 성능이 삼성전자 '갤럭시 S5'(판매가 86만원)에 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본지 9월 30일자 A4면 참조〉. 핵심 부품은 퀄컴, 삼성전자, 도시바, 소니 등 한국 스마트폰과 거의 동일한 제품을 썼다.

더 놀라운 건 이 제품을 만든 회사가 창업한 지 1년도 안 된 회사라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원플러스(Oneplus)라는 회사가 그곳이다. 창사 4개월 만에 첫 제품 원플러스 원을 출시했고, 6개월 만에 100만대를 팔아치우는 초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9월부터는 월 손익도 흑자로 돌아섰고, 내년에는 1000만대 판매가 목표라고 한다. 샤오미(小米)가 설립 3년 만인 지난해 중국에서만 1870만대를 팔아 업계를 놀라게 했는데, 원플러스는 이 속도를 추월할 기세다.

본지 제품 비교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1년도 안 된 회사가 이렇게 수준 높은 제품을 내놓다니 충격적"이라면서 "35만원이라는 가격은 국내 기업이 대적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돌풍의 기업 원플러스의 창업자 피트 라우(Lau·39) 대표가 지난달 은행권 청년창업재단 주최로 열린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찾아 위클리비즈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중국 벤처업계의 주 세력인 '하이구이(海龜·해외 유학파)'와 달리 중국 저장(浙江)대 출신 토종 기업인이다. 중국 휴대폰 제조업체 오포(Oppo) 부사장으로 일하다 "완벽한 스마트폰을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를 품고 회사를 직접 차렸다.

피트 라우 원플러스 창업자가 지난달 25일 서울 광진구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스타트업 네이션스 서밋 2014’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안주하지 말라(Never Settle)’는 사훈과 함께 16개국에서 온 600명 직원이란 다양성을 강조했다.
피트 라우 원플러스 창업자가 지난달 25일 서울 광진구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스타트업 네이션스 서밋 2014’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안주하지 말라(Never Settle)’는 사훈과 함께 16개국에서 온 600명 직원이란 다양성을 강조했다. /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제공
―고품질 스마트폰을 낮은 가격에 내놓을 수 있는 비결이 뭔가.

"좋은 부품을 쓰는데도 가격이 싼 건 마케팅 비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홍보 판촉은 철저히 바이럴(viral·구전)에 의존한다(삼성전자는 마케팅비로 연 10조원 이상을 쓴다). 전량 온라인 판매라 유통 비용도 필요 없다. 이런 비용을 고객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레노버, 화웨이, 샤오미뿐 아니라 쿨패드, 케이터치(天語), 오포(Oppo), 지오니(金立), 하이센스(海信) 등 중국 휴대폰 업체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비결이 뭔가. 중국에 부품 업체 저변이 워낙 넓어 부품가를 낮출 수 있고 인건비가 싼 게 아무래도 강점이 아닐까.

"물론 그런 요소를 배제할 순 없다. 그렇지만 제품 자체의 질이 엄청나게 높아졌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글로벌 업체 휴대폰을 위탁 생산하면서 제조 역량을 키워왔고, 내수 시장이 워낙 커(중국 내에서 판매되는 휴대폰은 연 3억대에 달한다) 제품의 질만 뒷받침되면 얼마든지 팔 수 있다. 제품에 집중하다 보니 기술력이 올라가고 이런 요소가 휴대폰 업체들에 동기부여가 된다. 열거한 휴대폰 업체들은 대부분 과거 산자이(山寨·모조품)폰 생산업체에 지나지 않았으나, 이제는 프리미엄 제품에서도 당당히 일류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작아 기술력이 있다고 해도 자생적으로 성장하기엔 한계가 있다."

―일부 전문가는 단지 좋은 부품을 가져다 조립한다고 명품이 나오는 게 아니라 그 모든 공정을 통합하는 노하우, 이른바 '동시 공학(同時工學)'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건 경험에 좌우되는데, 중국 휴대폰 업체들은 아직 설익었다고 한다.

"나 역시 10년 넘게 엔지니어로 살았다. 그런 게 대단히 신비스러운 기술이라고 보지 않는다. 좋은 제품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말은 맞다. 삼성 역시 오랜 시간 기술력을 다졌고, 축적된 기술을 잘 응용하려면 경험이 중요하다. 하지만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지금 조금 뒤처지더라도 4~5개월이면 따라잡을 수 있다. 우리는 자체 개발이 어려운 부분은 외부 업체나 엔지니어 힘을 빌려 해결한다. 예컨대 소프트웨어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사이어노젠(Cyanogen)에서 맡는다. 모든 걸 혼자 하려 하는 건 이제 혁신 모델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삼성과는 기술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 삼성은 전체적인 휴대폰 품질을 높이려 하지만, 우리는 소비자가 원하는 성능이 있을 때 그 방면에 기술력을 집중시킨다. 기술력 향상에 대한 접근법이 다르다."

―기존 휴대폰 강자들, 삼성이나 애플은 그럼 뭐가 문제라고 보나.

"작은 신생 업체가 그런 거대 기업을 상대로 충고할 순 없고, 다만 휴대폰 시장이 점점 세분화되고 있다는 걸 주목해야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삼성이나 애플이 보지 못하는 촉감에서도 소비자 만족을 추구한다. 대나무로 덮개를 만들기도 하고, '베이비 스킨'이라 해서 아기 피부처럼 반들반들한 휴대폰도 있다. 그런 요구가 실제로 있기 때문에 만든다. 덮개를 만드는 데 시간과 공을 꽤 많이 들이는데 이런 게 차별화 지점이다. 휴대폰을 잡았을 때 드는 '그립감'까지 신경 쓴다. 하드웨어에서는 더 이상 큰 차별화를 하기 어렵다. 관건은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는 사용자 피드백을 얼마나 빨리 반영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표] 갤럭시S5와 원 플러스 원 휴대폰 비교
―사용자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한다는 점에서 샤오미와 전략이 상당히 흡사하다.

"갓 창업해서 샤오미랑 비교되는 건 조심스럽다. 샤오미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우리는 가격이나 스펙, 브랜드 이미지, 포장, 휴대폰 두께 등 모든 걸 소비자와 소통한 다음 결정한다.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불평하긴 하지만 이게 우리가 후발 주자로 시장을 돌파할 수 있는 경쟁력이라고 믿고 있다. 휴대폰 디스플레이가 0.06㎜ 튀어나왔는데 소비자들이 얇게 해달라고 요청해 0.01㎜ 줄였고, 또 줄여 달라고 해서 0.04㎜까지 줄인 일도 있다. 한 달에 설계를 36번 변경한 적도 있다.

샤오미는 내수에 집중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 실제 판매도 미국에서 40% 가까이 이뤄지고 있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글로벌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다음 달에는 인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가격이 얼마나 싸냐는 우리 관심사가 아니다. 품질이 우선이다. 가격을 통제할 생각은 없다."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면 중국 휴대폰이 아무래도 외국 기술을 모방한 게 많아서 특허 소송 등 장벽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미 숱하게 들어 잘 알고 있다. 어차피 회사가 크게 성장하려면 거쳐야 할 과정이다. 우리는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대응하겠다. 모르는 부분은 배워가면서 대응하고, 내야 할 특허료가 있다면 마땅히 내야 하지 않겠나. 어차피 창업의 본질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있다. 다만 소수 휴대폰 제조사가 특허를 가졌다 해서 다른 제조사에 전혀 기회를 잡을 수 없게 하겠다는 건 아름다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6개월 만에 100만대에 만족하나.

"이제 시작인데 몇 대를 팔았느냐는 관심사가 아니다. 스타트업이 1년 만에 완제품을 내놓았다는 데 만족한다. 우리 휴대폰을 써본 소비자 피드백을 접하면서 앞으로 더 제품을 잘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를 다질 뿐이다. 호평이 확산되면 자연히 판매도 늘어날 것이다. 시장점유율과 순이익 같은 건 이런 노력의 부산물일 뿐이다. 좋은 휴대폰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고향 특산품을 보내준 소비자도 있고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해 망하면 다시 못 살 수도 있는데 좀 높게 잡아라'고 걱정해주는 미국 고객도 있었다. 이런 반응들이 우리를 달리게 하는 힘이고 즐거움이다."

최고급 스마트폰을 만드는 중국의 스타트업 기업 ‘원플러스’에는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최고급 스마트폰을 만드는 중국의 스타트업 기업 ‘원플러스’에는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 원플러스 제공
―직원들에게 어떤 점을 강조하는가.

"꿈이 있는지 본다. 꿈이 없는 직원을 쓰면 회사에도 미래가 없다. 우리 회사는 실리콘밸리 회사처럼 오픈 마인드를 강조한다. 회사에 내 개인 사무실이 따로 없다. 애완견을 키울 수도 있고, 사무실 안에 팝콘 기계도 설치했다. 직원 중 중국 등 아시아인이 3분의 1, 유럽인이 3분의 1, 미국인이 3분의 1 정도 된다."

―사훈 'Never Settle'은 어떤 뜻을 담고 있는가.

"말 그대로 안주하지 말자는 것이다. 완벽한 휴대폰을 만들기 위해 임직원이 하루 12시간 이상, 주 6일 일에 몰두한다. 이 구호는 우리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다면 고치도록 요구하라는 것이다. 왜 불만이 있는 제품을 사는가? 원플러스를 창업한 것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아쉬운 점이 많아 완벽한 휴대폰을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휴대폰 말고 다른 전자제품도 내놓을 계획이 있나.

"인터넷과 관련된 모든 제품을 고려하고 있다. 태블릿은 애플 아이패드가 워낙 강력해 조금 두고 보고 있다. 미래의 모바일 시장은 스마트워치나 의료, 스마트 홈까지 광범위하게 포괄해야 할 것이다. 일단 내년에는 2분기에 원플러스 원 2를 출시하고, 이후 웨어러블 기기에 도전해 보겠다. 스마트워치가 유력하다. 중요한 건 사용자들이 원한다면 뭐든 해볼 생각이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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