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ire

    • 조승연 오리진 보카 대표

입력 2014.11.15 03:02

불리한 戰場서 병사들 뒤로 끌어낸데서 유래
피곤한 사회생활서 물러나는 것으로 뜻 확장

retire는 '은퇴하다'이다. 프랑스어 '끌다'의 tirer에서 나왔다. '뒤로'를 뜻하는 접두사 re와 결합해 '스스로를 북적북적한 곳에서 조용한 곳으로 끌어낸다'는 의미에서 개인적 취향에 집중하려고 '현역에서 은퇴하다'로 발전했다. '말을 질질 끌다'로 파생돼, 듣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 길고 지루한 연설을 뜻하게 된 tirade 등과 사촌 단어이다.

중세 프랑스 군대에는 '작전'이라는 것이 없었다. 기사는 앞만 보고 용맹하게 돌진하면 됐다. 어차피 갑옷과 승마 장비가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 무거워 돌격을 시작하면 중간에 방향을 바꿀 수가 없었다. 달리는 속도를 늦추면 뒤따라 돌진하는 아군 창에 맞거나 말에 밟혀 죽기도 했다. 돌격 중에 적군과 칼싸움을 벌이다가 전세가 밀리기 시작하면 아까운 병사들을 희생해야 했다. 그래서 장군들은 전세가 불리하다는 판단이 서면 전갈을 보내 전투 중인 군인들을 '끌어냈다'. 프랑스어로 '끌다'가 tirer여서 점차 '후퇴하다'를 retirer라고 했다.

프랑스가 통일을 이룬 후 기사들의 치열한 전투는 궁중 음모전으로 변했다. 왕실을 둘러싼 사교계는 화려한 매너와 문화생활이라는 가면 속에서 서로 왕의 은총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남을 모함하는 치열한 전쟁터로 변했다. 점차 궁중 생활이 너무 피곤해져 궁중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는 것 역시 'retire' 즉 전장에서 후퇴한다는 의미로 표현했다. 18세기 유럽에서는 고대 로마 시대 정치가이자 장군이던 키케로의 책이 유행했다. 키케로는 사회에 자신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면 사회생활의 전쟁터에서 retire, 즉 후퇴해 조용히 시골로 들어가 전원생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세기 이후 유럽에서도 키케로의 책을 읽은 사람이 많아져 일정 나이가 되면 현역에서 물러나는 제도를 만들었는데 이것 역시 사회생활을 전쟁에 비유해 retire한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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