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중국과 투자협상, 철저히 小人이 되어야

    • 변웅재 율촌 중국사무소 대표 변호사

입력 2014.10.04 03:07

분쟁출발은 사소한 것 - 中과 만든 합자회사… 도장을 누가 관리할지
사전에 합의안해 마찰… 결국 회사 해산까지 가
언어적 오해 주의해야 - 接受라는 단어의 뜻… 우린 수령, 中은 동의
協議라는 문구 의미… 우린 논의, 中은 합의

변웅재 율촌 중국사무소 대표 변호사
변웅재 율촌 중국사무소 대표 변호사

"선소인, 후군자(先小人,后君子)." 2002년에 참여했던 북경 현대자동차 합자 협상에서 중국 측 협상 대표가 처음에 한 말이다. 그 뜻은 '먼저 소인이 되고, 나중에 군자가 되자'는 것으로, 협상을 할 때는 소인배처럼 작은 것까지 신경 쓰다가 일단 계약을 체결한 뒤에는 군자처럼 계약 같은 것 신경 쓰지 말고 통 크게 지내자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필자의 경험으로는 협상할 때도 소인이고, 계약을 체결하고 나서도 소인이 되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분쟁이란 결국 사소한 것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우리나라 A 회사는 중국 B 회사와 중국에 합자회사를 설립하였다. 그런데 오랜 협상을 통해 합자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회사의 도장을 누가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해 사전에 합의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중국 주주가 임명한 동사장(법정 대표)과 우리나라 주주가 임명한 총경리(일상 경영 담당)가 의견이 서로 달라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 뒤 총경리는 "원활한 회사 운영을 위하여 회사의 도장을 모두 자신이 관리하겠다"고 선언하고 도장을 자신이 관리하는 금고에 넣었다. 그러자 동사장은 총경리가 합자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물리적으로 총경리의 권한 행사를 중지시켰다. 결국 이 사건은 회사가 해산되는 데까지 이르게 되는데, 그 직접적인 발단은 사소해 보이는 '도장 관리' 문제였던 것이다.

투자협상 일러스트

어느 날 우리나라에 투자한 중국 기업 사장이 "사기를 당했다"고 하면서 찾아왔다. 투자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가 나중에 알고 보니 아직 일부 토지의 소유권이 확보되지 않았고 허가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 기업 사장이 이러한 사실을 몰랐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관련 서류와 보고서들이 중국어로 충실하게 번역되어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분쟁의 발단 역시 사소해 보이는 번역 문제였던 것이다.

중국 상하이 자동차의 쌍용 자동차 투자 실패 이후 기술력 있는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중국 기업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영업 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자신들이 투자한 한국 기업에서 기술을 획득하는 것이 자칫하면 범죄 행위로 간주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기술 유출은 고의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업무상 기술 정보를 받아서 개인 노트북 컴퓨터에 보관하고 있다가 별다른 생각 없이 이 노트북 컴퓨터를 가지고 해외로 출국하게 되는 경우에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투자 관련 분쟁들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정답은 투자 계약 협상을 하고 이후에 이를 이행할 때까지 철저하게 '소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 계약 협상은 대체로 짧은 시간에 여러 사항이 동시에 논의되며, 적당히 '나중에 합의하기로 합의(agreement to agree)'하고 넘어가려는 유혹이 가장 많은 분야다. 그러나 향후 분쟁의 소지를 최소화하려면 적당히 넘어가는 사항들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특히 다음과 같은 사항은 꼼꼼히 잘 챙기는 것이 좋다.

첫째, 실제 업무와 관련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다른 나라에 투자한다는 것은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매우 실무적인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도장 관리가 그 좋은 예이다. 투자 계약이란 추상적인 약속을 모은 것이 아니라, 잘 작성된 기업의 매뉴얼처럼 하나하나 따라서 하다 보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언어적인 오해가 없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한·중 간의 크고 작은 분쟁을 자세히 살펴보면 번역상의 문제로 인한 것이 적지 않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면 '접수(接受)'라는 표현의 우리나라 의미는 '받았다'라는 단순한 수령의 의미이지만, 중국어에서는 어떠한 제안을 수용했다는 '동의'의 의미가 있다. 또한, 아직도 많은 기업이 중국어의 '협의(協議·대개 합의를 의미)를 우리나라의 '협의'(대개 논의를 의미)로 그냥 직역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 또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셋째, 투자 관련 분쟁 해결의 방법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서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흔히 국제 중재 약정이 좋다고 알려졌지만, 중국의 경우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은 중국 외의 국제 중재를 약정할 경우 중국 내에서 가압류나 가처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 중재가 신청에서 판정, 그리고 실제 집행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에 그 기간에 상대방의 책임 재산을 미리 확보하거나 상대방의 특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인데, 이러한 조치를 하기 어렵다는 것은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비록 중국과 한국이 가까운 나라이긴 하지만, 양국 간 법률과 기업 문화, 사회 시스템이 많이 다르고, 서로 투자 경험도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혜로운 소인이 되어 하나하나 잘 챙기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군자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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