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그먼의 '학습된 무기력 실험'
무방비로 전기 충격에 노출됐던 8마리
대부분 대피 가능했는데도 도망 안쳐
2마리만 탈출 시도… 극복 의지 보여줘
대부분 역사적 발견이 그렇듯 긍정 심리학의 단초가 된 '학습 된 무기력 실험'도 우연한 산물이다. 원래부터 그런 목적으로 한 실험이 아니었다. 동물의 조건 반응을 확인하는 일종의 '파블로프의 개' 실험이었다.
1966년 당시 박사 과정에 입학하려던 셀리그먼 교수는 펜실베이니아 대학 리처드 솔로몬 교수 연구실을 찾았다. 동물 실험을 통해 정신 질환의 과정을 추론하는 솔로몬 교수를 존경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사차 만난 그로부터 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실패하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개에게 전기 충격을 줄 때 높은 고음을 함께 들려줘 나중엔 전기 충격 없이 고음만 들어도 개들이 반응하는 것을 입증하는 실험이다. 문제는 이 실험을 위해 1차 단계로 개에게 전기 충격을 줄 때 장애물을 뛰어넘어 나가도록 하는 실험이 성공해야 하는데, 계속 실패하고 있었던 것이다. 개들이 전기 충격을 받아도 장애물을 뛰어넘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들으면서 셀리그먼은 "실험이 당초 의도했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어떤 것이 일어나고 있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바로 '학습 된 무기력'의 개념을 떠올린 것이다. 개들은 짖거나 껑충대거나 어떤 행동을 하든 아무 상관 없이 전기 충격이 생겼다 사라진다는 것을 학습했고, 이 때문에 포기하는 것 아닐까?
셀리그먼은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마침내 그는 스티븐 마이어라는 동료 박사 과정 학생과 함께, 24마리의 개를 세 그룹으로 나눠 각기 다른 상자 속에 집어넣고 바닥에 전기 충격을 주는 '학습 된 무기력 실험'을 하게 된다. A그룹은 전기 충격을 받지만, 코로 어떤 버튼을 누르면 전기 충격이 꺼지도록 했다. B그룹은 상자 속에 버튼이 없어 어떻게 해도 전기 충격을 막을 수 없다. C그룹은 전기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 비교 집단이다.
24시간 이후 개들을 다른 상자에 옮겨 놓고 다시 전기 충격을 준다. 상자 중앙에 있는 나지막한 담을 넘으면 쉽게 전기 충격을 피할 수 있다. 그러자 A그룹은 담을 넘어 탈출했지만, B그룹은 담을 넘을 생각도 하지 않고 전기 충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자신이 뭘 해도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는 무기력에 '학습' 된 것이다.
셀리그먼은 각기 8회에 걸쳐 다른 개들을 대상으로 이 실험을 반복했다. 24마리의 개가 동원된 셈이다. 그 결과 B집단의 여덟 마리 개 가운데 여섯 마리가 상자 안에서 그냥 주저앉으며 탈출을 포기했다. 반면에 A집단에선 여덟 마리 중 포기한 개가 한 마리도 없었다.
이 연구는 조직에서 보상과 처벌 못지않게 조직원에게 스스로 선택하고 현실을 통제할 수 있게 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