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포르셰·IBM… 끊임없이 변화 추구하지만 결코 '자기다움' 잃지 않아

    • 홍성태 한양대 교수

입력 2014.09.06 03:04

장수 브랜드의 공통점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하고 있는 샤넬의 대규모 전시회가 화제가 되고 있다. '문화 샤넬전: 장소의 정신'이라는 제목의 이 전시회는 창업자 코코 샤넬이 손수 흰색 바탕에 검은색 포인트로만 꾸몄던 작업실 겸 매장의 정신을 통해 샤넬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다.

샤넬은 자신의 제품이 얼마나 좋은지를 알리려 하지 않는다. 대신 샤넬의 문화가 무엇인지 알린다. '패션은 사라지지만 스타일은 남는다'는 코코 샤넬의 말처럼, 품질이 좋아도 정신(spirit)이 없다면 그 브랜드는 오래도록 사랑받지 못한다. 코코 샤넬이 세상을 떠난 지 이미 40년이 넘었지만 '샤넬'이란 브랜드는 더 번창하고 있다. 디자이너가 사라지고 없는데, 어떻게 그녀의 옷이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단 말인가. 칼 라거펠트라는 걸출한 디자이너가 샤넬의 정신과 콘셉트를 잘 해석하여 뒤를 잇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제품들은 트렌드와 유행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아니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화려하다거나 유행에 민감하다는 것이 승리의 공식은 아니다. 엄청나게 잘 차려입지 않아도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한 사람, 미남미녀가 아니어도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좋은 브랜드를 보면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을 대하는 기분이 든다. 아무리 품질이 뛰어나도 자기만의 컬러가 없으면 금세 잊히기 쉽다.

장수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제품이 끊임없이 변화한 듯 보이지만, 결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포르셰의 디자인 정책은 '바꾸어라, 그러면서 바꾸지 마라(Change it, but do not change it)'이다. 마구잡이 변화가 아닌 중심 콘셉트를 잃지 않아야만, 자기만의 기업 문화와 컬러를 만들 수 있다. 발렌시아가가 창업자의 은퇴 이후 새로운 디자이너들의 영입을 통해 정체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이 보관하고 있던 아카이브(archive)가 중심을 잡아주었기 때문이다. 비단 패션뿐만 아니라 어떤 산업에서도 업의 본질과 정신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는 것은 중요하다.

IBM은 1911년대에 시작하여 천공 기계부터, 메인 프레임 컴퓨터, 포트란 프로그램, 타자기, ATM 기계, UPC 바코드, 퍼스널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산만하게 제품을 개발한 듯 보이지만, 실은 '사무 업무 효율의 극대화'라는 창업자의 사명(mission)을 실천했던 것이다.'한결같다'는 단순히 '변함이 없다'가 아니다. 자기만의 컬러를 지키되 트렌드에 맞춰 디테일하게 변해야 한결같다고 말한다. 최고의 광고맨이었던 데이비드 오길비는 "소비자는 아내와 같다"라는 말을 남겼다.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려면 역설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다만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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