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가 단순한 짝퉁 기업?… 구글·애플·삼성의 장점만 빼닮았다

    •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입력 2014.08.30 03:03

中서 삼성 꺾고 스마트폰 1위 오른 '샤오미' 본사 탐방기

경영진 대부분 구글·MS 출신
누구나 CEO와 메신저 소통
당구대·방갈로·개집 등… 구글처럼 자유로운 분위기
그래도 밤 10시까지 일해

애플처럼 스마트폰 위탁생산
광고 등 마케팅비용 안쓰고… 100% 온라인으로만 판매
자체 개발한 모바일OS, 안드로이드보다 속도 빨라

철저한 온라인·고객중심 전략
24시간 온라인 고객 대응… 상담사들도 모두 본사 소속
1시간내 AS 안되면 새걸로… 애플처럼 광적인 팬 형성돼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최근 베이징에 갔다가 요즘 가장 '핫'한 회사인 샤오미(小米) 본사를 방문해볼 기회를 얻게 됐다. 2010년 설립, 이제 겨우 4년밖에 되지 않은 이 회사는 지난 2분기 중국 시장에서 1499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삼성전자를 꺾고 1위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14%의 시장점유율로 삼성전자, 레노버, 애플을 꺾은 것이다. 올해 세계 판매 목표는 계속 상향 수정해 6000만대로 잡고 있다.

샤오미는 애플처럼 직접 생산공장을 갖지 않고 제품을 위탁생산한다. 그리고 매년 MI1, MI2, MI3, MI4라는 식으로 일 년에 1~2개의 대표 상품만 내놓는다. 가격은 애플 아이폰, 삼성 갤럭시의 거의 반값이다. 거의 100%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하는데 지난해 5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광고 등 마케팅 비용은 거의 쓰지 않고 충성 고객과 강력한 유대관계를 판매 채널로 활용한다. 한마디로 기존 휴대폰 회사와는 확연히 다른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중국어로 '좁쌀'이라는 이름의 이 회사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일으키는 돌풍이 과연 계속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했다. 2시간 남짓한 짧은 방문이었지만, 이 회사의 부상이 단지 싼 가격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샤오미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지 않고, 삼성이나 애플을 위협할 수 있는 무서운 아이가 될 것이다.

샤오미 본사는 베이징의 외곽 지역인 하이디엔이라는 곳에 있었다. 서울로 치면 상암동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상암동에 자리 잡고 있는 팬택이 연상되기도 했다.

금속탐지기 통과도 없이 쉽게 들어가다

회사에 들어가면서 놀란 것은, 샤오미가 보안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 직원이 우리 일행을 맞아줬는데, 이름 등 등록절차 없이 방문 스티커를 하나씩 받아 붙이고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매번 방문할 때마다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하고 랩톱 컴퓨터에 보안을 위한 봉인 스티커를 붙이게 하는 한국 전자회사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샤오미 본사 내부의 다양한 풍경. 층간을 이동하는 미끄럼틀(왼쪽), 로비에 마련한 마스코트 견이 사는 개집(오른쪽 위), 방갈로 모양 회의실(오른쪽 중간), 애플 스토어를 꼭 닮은 샤오미 매장(오른쪽 아래).
샤오미 본사 내부의 다양한 풍경. 층간을 이동하는 미끄럼틀(왼쪽), 로비에 마련한 마스코트 견이 사는 개집(오른쪽 위), 방갈로 모양 회의실(오른쪽 중간), 애플 스토어를 꼭 닮은 샤오미 매장(오른쪽 아래). / 임정욱 센터장 제공
마침 방문한 시간이 직원들이 한창 출근하는 오전 10시쯤이었다. 옆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데, 누군가 달려와서 뛰어들었다. 꽉 찬 엘리베이터에 가까스로 끼어들어 간 사람과 눈이 마주쳤는데 알고 보니 CEO 레이 준이었다. 목례를 하자 그는 빙긋 미소를 보냈다. 직원들에게 들으니 회사 분위기가 무척 수평적이어서 직원 누구나 레이 준에게 메일이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한다.

회사 로비에는 마스코트 견이 사는 개집이 있다. 곳곳에 방갈로 모양의 회의실이 마련돼 있고, 비치된 당구대에서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구글 캠퍼스처럼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올 수 있는 미끄럼틀이 설치되어 있기도 하다. 샤오미를 예전에 방문했던 사람들이 "샤오미는 실리콘밸리 회사 같다"고 말한 것이 이해가 갔다. 그러나 '칼퇴근'하는 실리콘밸리 회사 직원들과 달리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근무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샤오미 CEO 레이 준
샤오미 CEO 레이 준 / 샤오미 홈페이지
경영진 10명 중 8명이 구글과 MS 출신

샤오미는 회사 설명부터 시작했다. 레이 준 CEO는 사무용 오피스프로그램과 안티바이러스 백신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킹소프트 사장을 역임했으며, 엔젤 투자자로 활약하다가 샤오미를 설립했다. 공동 창업자인 빈 린 사장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이다. 톱 경영진 10명은 모토롤라 출신 등 2명을 제외하곤 모두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이다.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담당 수석부사장을 맡고 있던 휴고 바라가 해외시장 담당 부사장으로 샤오미에 와 있다는 것을 특히 강조했다.

경영진의 면면에서 보듯 샤오미의 시작은 원래 소프트웨어 회사다.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인 MIUI(미유아이)를 회사 설립 2개월 만에 내놓았다. 샤오미의 첫 스마트폰인 MI1은 그 1년 뒤인 2011년 8월에 나왔다.

처음 발표된 뒤부터 매주 금요일에 항상 업데이트 판이 나오는 것으로 유명한 MIUI는 샤오미폰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삼성 갤럭시 등 다른 안드로이드폰에서도 쓸 수 있어 전 세계에서 폭넓게 쓰이고 있다. 샤오미는 전 세계에 MIUI 사용자가 5000만명이 넘고, 26개 국어로 나와 있고, 지금까지 200번 가까이 업데이트됐다고 밝혔다. 애플 운영체제인 iOS와 흡사한 사용환경을 제공하는 MIUI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보다 속도가 빠르고 부드럽다는 평을 받는다. 샤오미 앱스토어인 MI 마켓은 중국의 안드로이드앱 마켓에서 4위이며 계속 상승 중이다.

1주일 내내 24시간 온라인으로 고객 대응

회사 설명을 들으면서 놀란 것은 철저한 온라인 중심 전략과 고객 중심 철학이었다. 샤오미는 일주일 내내 24시간 온라인을 통해 고객 대응을 한다. 전화 상담은 업무시간 동안 주 7일 내내 받는다. 그리고 전체 직원 7500명 중 고객상담(CS) 담당 직원이 1700명인데, 아웃소싱이 아니고 모두 본사 소속 직원이라고 강조했다. 고장 난 제품은 한 시간 내에 수리하는 것이 원칙이며, 안 되면 무조건 새것으로 교환해 준다고 했다.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판매하지 않는 샤오미는 고객과의 소통을 회사 홈페이지인 MI.com을 통해서 한다. 깔끔한 제품 소개 등 기본적인 정보 외에 고객들을 위한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 충성스러운 샤오미 팬들을 '미팬(MiFan)'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샤오미 홈페이지에 중국 각지에서 열리는 샤오미 팬 미팅과 동호회 사진을 날마다 올린다. 마치 다음 팬카페와 블로그를 합쳐놓은 것 같은 분위기다. 온라인에 신제품이 공개되자마자 불티나게 판매되는 것은 이런 열성 팬 덕분이라는 것이다.

고객들과 어떻게 소통을 해서 이렇게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해 샤오미의 공동 창업자 리완치앙 부사장이 최근에 낸 책도 있다. 제목은 '참여감'. 소셜마케팅을 통해 어떻게 고객들이 '참여감'을 갖게 하였는가 경험을 적었다. 샤오미 홈페이지를 둘러보니 웬만한 인터넷 회사 이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 노하우가 뛰어나다는 인상을 받았다.

회사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약 500m 떨어진 MI 스토어에 갔다. 온라인으로만 살 수 있는 샤오미의 제품을 실제로 만져보고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중국의 대도시마다 한 곳씩만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휴대폰 케이스, 헤드폰, 스마트폰 충전기와 샤오미의 마스코트인 토끼 인형 등을 살 수 있지만, 정작 스마트폰은 이곳에서 살 수 없다. 그냥 구경만 할 수 있다. 이제 중국 전역에 약 20곳쯤 된다는 MI 스토어는 애플스토어와 분위기가 너무 비슷했다. 청색 셔츠를 입은 직원들까지 흡사하다.

너무나 쉬운 온라인 구매

샤오미와 관련해 가장 궁금했던 점은 아무리 싸다고 해도 몇십만원짜리 제품을 어떻게 그렇게 온라인에서 순식간에 많이 판매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한국 같으면 공인인증서도 필요하고 워낙 복잡해서 모든 사람이 그렇게 쉽게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안내를 해준 샤오미의 찰리씨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거의 모든 온라인 결제가 알리페이(알리바바의 전자결제 서비스)로 이뤄진다. 진짜 쉬워서 별문제가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자기의 휴대폰을 꺼내서 실제로 보여준다.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에 들어가서 어떤 상품을 장바구니에 넣은 뒤 결제 방법으로 알리페이를 선택해 패스워드만 입력하면 바로 결제가 완료된다.

급변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 돌풍이 과연 계속될지 아니면 예전 대만의 HTC가 그랬듯이 순식간에 몰락할지는 알 수 없다. 너무 애플을 베낀 듯한 디자인과 분위기도 "이래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토종 브랜드에 열광하는 중국인들의 성원으로 홈그라운드 이점을 얻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만져본 MI4폰과 MIUI 소프트웨어는 기존 프리미엄 폰의 반값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MI4폰을 세밀하게 리뷰한 미국의 테크미디어 아스테크니카(Ars Technica)는 "중국의 아이폰 킬러(샤오미)는 독창적이지는 않지만, 놀랍다"고 평했다. 이 매체는 또 "MI4를 갤럭시S5와 비교하면 메모리를 더 넣고 배터리 크기를 키워서 더 좋은 품질로 만든 다음에 가격을 반으로 깎은 것"이라며 "조금만 샤오미를 사용해 보면 이 회사의 엄청난 잠재력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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