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4.07.19 03:04
일과 삶의 균형

몇 년 전 본사 CEO가 언급한 'TG IM(Thank God it's Monday)'이 사내에서 유행어가 된 적이 있다. 'TG IF(Thank God it's Friday)'를 약간 비튼 것으로 계속되는 환경 변화와 도전 속에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자" "새로운 출발은 지금 이 순간부터" 같은 파이팅 정신을 강조했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과 성과 중심의 글로벌 회사에서 비즈니스만큼 강조하는 가치가 있다. 바로 '일과 삶의 균형(Work & Life Balance)'이다. 덕담이나 캠페인성 구호가 아니라 회사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직원들 스스로 끊임없이 고민하게끔 장치를 마련한다. 이쯤 되니 "일만 열심히 하라고 해도 벅찬데 개인 삶과 균형감까지 갖추라고 하니 피곤하다"는 투정도 나온다.
얼마 전 후배 직원이 고민을 털어놓았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니 워크 라이프 밸런스란 말이 피부로 와 닿긴 해요. 하지만 제 인생만 추스르기도 힘든데 이젠 팀원들 것까지 챙겨야 한다니 막막하네요."
실제 '상사의 리더십 평가' 설문 조사 항목에는 '상사가 직원들이 회사 생활과 개인 생활 간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얼마나 지원하느냐'는 대목이 있다.
이렇듯 글로벌 기업에서는 건강한 업무 환경을 저해하는 환경 제거가 기본이다. '업무 희롱(work harassment)'이란 조항도 있다. 서구에서는 이를 직장 내 성희롱이나 인종차별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취급하는데 폭언이나 폭행은 물론, 조직 내 지위를 이용해 업무 외 시간에 부담이나 압박감을 주는 언행까지 포함될 수 있다. 성희롱과 마찬가지로 가해자의 의도보다 피해자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가 중요하다. 업무 희롱 문제가 공식 제기되면 회사는 이를 조사해 해당 직원을 징계하거나 코칭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다.
글로벌 회사는 재택근무나 유연근무제, 모성 복지 같은 제도를 통해 건강한 업무 환경을 만들고 더 나아가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가치가 조직 전반으로 스며들게 한다.
한 동료 임원은 이메일을 '예약 발송'하는 게 습관화됐다고 한다. 일하다 보면 주말이나 평일 늦은 밤에도 이메일을 쓰게 되는데, 부하 직원들이 혹여 불필요한 부담감을 가질까 봐 이메일을 즉시 보내지 않고 다른 시간에 보내도록 설정하는 것이다. 물론 시각을 다투는 급한 사안은 예외다. 홍콩에 있는 중국인 동료는 업무 외 시간이나 주말에 휴대폰 문자나 이메일에 답을 하려다가, 잠깐 숨을 고르고 '꼭 지금 보내야 하나'를 고민한다고 했다.
이런 시스템적인 장치 이상으로, 개인도 눈물겹게 노력한다. 뉴욕의 한 일본인 동료는 일주일에 최소 네 번 요가나 필라테스 운동하는 걸 철칙으로 삼는다. "신체적으로, 감정적으로 건강하게 일을 잘하려면 이런 브레이크가 절실하다. 그래야 또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수 있으니까." 잦은 해외 출장 중에도 새벽에 한 시간 수영하는 건 절대 거르지 않는다는 뉴질랜드인 동료도 있다. 뉴욕 맨해튼 사무실에서 기차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사는 미국인 동료는 아이 셋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일찍 귀가할 때가 있다. 대신 밤 9시부터 이메일 작업을 하고 주말도 희생해가며 급한 사안을 책임지고 마무리한다.
한 글로벌 회사 여성 CEO는 "하루 15시간 넘게 일하고도 행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녁 6시에 칼퇴근하면서도 불행한 사람이 있지 않느냐"며 "일과 삶의 균형이야말로 개인에 따라 정의도 방식도 다르다"고 말했다.
사실 주변에 보면 일 자체가 인생이어서 굳이 균형을 맞추려고 애쓸 필요가 없는 사람도 있다. 어떤 동료는 "우리 인생이 다 '일하는 인생(working life)'인데 인위적으로 둘을 나누는 게 더 이상하다"고도 한다.
다양한 국적의 동료와 얘기를 나누다 보니 글로벌 회사에서 일과 삶의 균형이란 '야근 제로' '스마트 오피스'나 '9시 출근~5시 칼퇴근'이 아니라 자신의 일과 삶을 꾸려나가는 자율성이 얼마나 주어지느냐에 그 열쇠가 있는 것 같다. 몇 년 전 한 리더십 포럼에서 경영의 대가 마셜 골드 스미스는 "자신의 삶이 행복하고 의미 있다고 느낄 때, 훌륭한 리더십이 나오고 회사가 좋아진다"고 말했다.
삶이 행복해지면 일을 잘하게 되는 걸까, 아니면 일을 잘해서 성과를 잘 내면 행복해지는 걸까. 다른 건 몰라도, 직원들의 삶이 행복하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할 때, 조직도 함께 그 길을 걸어갈 것 같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과 성과 중심의 글로벌 회사에서 비즈니스만큼 강조하는 가치가 있다. 바로 '일과 삶의 균형(Work & Life Balance)'이다. 덕담이나 캠페인성 구호가 아니라 회사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직원들 스스로 끊임없이 고민하게끔 장치를 마련한다. 이쯤 되니 "일만 열심히 하라고 해도 벅찬데 개인 삶과 균형감까지 갖추라고 하니 피곤하다"는 투정도 나온다.
얼마 전 후배 직원이 고민을 털어놓았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니 워크 라이프 밸런스란 말이 피부로 와 닿긴 해요. 하지만 제 인생만 추스르기도 힘든데 이젠 팀원들 것까지 챙겨야 한다니 막막하네요."
실제 '상사의 리더십 평가' 설문 조사 항목에는 '상사가 직원들이 회사 생활과 개인 생활 간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얼마나 지원하느냐'는 대목이 있다.
이렇듯 글로벌 기업에서는 건강한 업무 환경을 저해하는 환경 제거가 기본이다. '업무 희롱(work harassment)'이란 조항도 있다. 서구에서는 이를 직장 내 성희롱이나 인종차별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취급하는데 폭언이나 폭행은 물론, 조직 내 지위를 이용해 업무 외 시간에 부담이나 압박감을 주는 언행까지 포함될 수 있다. 성희롱과 마찬가지로 가해자의 의도보다 피해자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가 중요하다. 업무 희롱 문제가 공식 제기되면 회사는 이를 조사해 해당 직원을 징계하거나 코칭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다.
글로벌 회사는 재택근무나 유연근무제, 모성 복지 같은 제도를 통해 건강한 업무 환경을 만들고 더 나아가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가치가 조직 전반으로 스며들게 한다.
한 동료 임원은 이메일을 '예약 발송'하는 게 습관화됐다고 한다. 일하다 보면 주말이나 평일 늦은 밤에도 이메일을 쓰게 되는데, 부하 직원들이 혹여 불필요한 부담감을 가질까 봐 이메일을 즉시 보내지 않고 다른 시간에 보내도록 설정하는 것이다. 물론 시각을 다투는 급한 사안은 예외다. 홍콩에 있는 중국인 동료는 업무 외 시간이나 주말에 휴대폰 문자나 이메일에 답을 하려다가, 잠깐 숨을 고르고 '꼭 지금 보내야 하나'를 고민한다고 했다.
이런 시스템적인 장치 이상으로, 개인도 눈물겹게 노력한다. 뉴욕의 한 일본인 동료는 일주일에 최소 네 번 요가나 필라테스 운동하는 걸 철칙으로 삼는다. "신체적으로, 감정적으로 건강하게 일을 잘하려면 이런 브레이크가 절실하다. 그래야 또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수 있으니까." 잦은 해외 출장 중에도 새벽에 한 시간 수영하는 건 절대 거르지 않는다는 뉴질랜드인 동료도 있다. 뉴욕 맨해튼 사무실에서 기차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사는 미국인 동료는 아이 셋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일찍 귀가할 때가 있다. 대신 밤 9시부터 이메일 작업을 하고 주말도 희생해가며 급한 사안을 책임지고 마무리한다.
한 글로벌 회사 여성 CEO는 "하루 15시간 넘게 일하고도 행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녁 6시에 칼퇴근하면서도 불행한 사람이 있지 않느냐"며 "일과 삶의 균형이야말로 개인에 따라 정의도 방식도 다르다"고 말했다.
사실 주변에 보면 일 자체가 인생이어서 굳이 균형을 맞추려고 애쓸 필요가 없는 사람도 있다. 어떤 동료는 "우리 인생이 다 '일하는 인생(working life)'인데 인위적으로 둘을 나누는 게 더 이상하다"고도 한다.
다양한 국적의 동료와 얘기를 나누다 보니 글로벌 회사에서 일과 삶의 균형이란 '야근 제로' '스마트 오피스'나 '9시 출근~5시 칼퇴근'이 아니라 자신의 일과 삶을 꾸려나가는 자율성이 얼마나 주어지느냐에 그 열쇠가 있는 것 같다. 몇 년 전 한 리더십 포럼에서 경영의 대가 마셜 골드 스미스는 "자신의 삶이 행복하고 의미 있다고 느낄 때, 훌륭한 리더십이 나오고 회사가 좋아진다"고 말했다.
삶이 행복해지면 일을 잘하게 되는 걸까, 아니면 일을 잘해서 성과를 잘 내면 행복해지는 걸까. 다른 건 몰라도, 직원들의 삶이 행복하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할 때, 조직도 함께 그 길을 걸어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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