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뜻은 '인간 대신 내쫓긴 염소'
요즘은 조직 罪 뒤집어쓴 개인 지칭
조직의 불운을 개인에게 뒤집어씌워 벌하면 '희생양'이 되었다고 말한다. 영어로는 scapegoat다. 떠나다 scape와 염소 goat가 합쳐졌다. 원래는 '도망간 염소'를 뜻했다. 고대 유대인 부족사회에서 죄지은 인간 대신 염소를 쫓아내던 풍습에서 희생양이라는 단어로 쓰이게 되었다. 탈출의 escape와 같은 어원이다.
고대 지중해 연안 마을은 명절을 맞아 장애인, 병든 자, 범죄자 등을 한곳에 모아놓고 동네 사람들이 모여 돌을 던지거나 막대기로 때려 마을 밖으로 내쫓는 풍습이 있었다. 이들은 마을에서 쫓겨나 돌산으로 올라가 맹수의 밥이 되거나, 돌산에서 천천히 굶어 죽었다. 마을 지도자들은 그들처럼 병약하고 힘없는 자들을 두면 마을에 재앙이 내릴 수 있으니 동네 밖으로 몰아내 재앙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오랜 옛날 우리나라에도 있던 고려장처럼 생산 능력이 없는 사람이 식량 축내는 것을 막는 조치였다고 한다.
그런데 성경의 레위기 16장을 보면 하느님이 유대족 추장 아론에게 말씀하신다. "두 염소를 제비뽑아, 한 마리는 여호와에게 희생하고, 한 마리는 아사셀을 삼아라." 아사셀은 히브리어로 '쫓다'인데, 인류학자들은 이때부터 유대 부족들이 장애인 등 지도자들이 마을에 재앙을 내린다고 지목하던 약자들을 마을에서 추방하는 대신, 동네 염소를 쫓아내는 것으로 대신했다는 증거로 본다.
성경을 영어로 번역할 때 사람들은 '아사셀'을 떠나는 즉 escape하는 염소 goat라고 해서 scapegoat라고 불렀다. 오늘날까지 국가의 경제 사정이 안 좋으면 특정 정당이나 정치가, 이민자 등 소수 그룹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워 박해하거나, 기업의 성과가 안 좋으면 특정 부서나 임원에게 책임을 물어 불이익을 주는 것을 scapegoating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