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위스키보다 3배 더 비싸도… 싱글몰트 위스키 찾는 직장인들

입력 2014.04.26 03:02 | 수정 2014.04.26 03:40

한잔에 1만5000원대서 최고 25만원까지

이태원에 있는 싱글몰트 위스키 바‘볼트+82’.
이태원에 있는 싱글몰트 위스키 바‘볼트+82’. / 이태경 기자
지난 18일 저녁 7시. 요즘 뜨는 위스키 바 중 하나인 '볼트+82'를 찾아갔다. 지도에는 서울 한남동 제일기획 사옥 앞에서 순천향병원 쪽으로 내려가는 언덕길 중턱에 있다는데 위치를 찾을 수가 없었다. 간판이 없었기 때문. 왜 간판도 안 걸고 장사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요즘은 간판 없는 바가 유행인 것 모르셨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부 한쪽 벽에서는 고전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고, 그 옆으로 세계 각국 싱글몰트 위스키 300여종을 진열한 선반이 있었다. 각자 와인잔처럼 생긴 테이스팅 글라스에 연한 갈색 술을 반쯤 채워둔 상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회사원 이모(37)씨는 "폭탄주로 섞어 마시는 회식은 몸도 힘들고 지긋지긋하다"면서 "마음 맞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치 은밀한 아지트 같은 이곳이 더 끌린다"고 말했다.

이 바의 핵심 주종(酒種)은 싱글몰트(single malt) 위스키. 여러 곡물을 섞어 만드는 '블렌디드 위스키'와 달리 보리만을 증류시킨 위스키를 일컫는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마치 와인처럼 어디서 만들었는지, 얼마나 숙성했는지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다. 조니워커나 밸런타인, 윈저나 임피리얼은 모두 블렌디드 위스키. 반면 글렌피딕, 매캘런 등이 대표적인 싱글몰트 위스키다.

한때 유행했던 위스키 음용법은 '폭탄주'였다. '빨리 취하고 신나게 놀자'는 한국 정서에 맞았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지금 마시는 위스키가 '밸런타인 30년산'인지 '윈저 17년산'인지도 몰랐다.

이런 위스키 소비 문화를 병째 들이붓는다 해서 '병술 문화'라 한다면, 요새는 '잔술 문화'로 바뀌고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가 유행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국내에 싱글몰트 위스키를 약 100여종 이상 도입해 온 유용석 싱글몰트 코리아 대표는 "주류 문화가 성숙해지면서 위스키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생겨났고 싱글몰트가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공장형 대량생산이 어려워 보통 블렌디드 위스키보다도 약 3배 비싸다. 현재 국내 위스키 시장 규모는 약 6500억원, 병으로 치면 약 2500만병 정도다. 싱글몰트 위스키 유통량은 전체의 4%(100만병)에 불과하지만, 시장 규모로 보면 약 10%(650억원). 전체 위스키 시장이 2000년대 초반 이후 정체된 가운데, 싱글몰트 위스키 부문만 최근 4년 새 3배나 커졌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제조하는 증류소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고, 종류도 국내에만 450여종이 넘어 바텐더의 추천을 받아서 마시는 게 좋다.

서울에서는 압구정동, 이태원, 홍대 인근을 중심으로 싱글몰트 위스키 바 약 50여곳이 운영 중이다. 저렴한 건 한 잔(30mL)에 1만5000원부터, 비싼 건 25만원까지 있다.

커피 바 K는 2007년 국내에 가장 먼저 싱글몰트 위스키 전문 바로 태어났다. 상호엔 커피라는 이름이 들어가지만, 실제로는 싱글몰트 위스키와 칵테일이 주력 메뉴다. 싱글몰트 위스키를 500여종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서 처음 시작한 프랜차이즈로 청담동 1호점에 이어 한남동에 2호점을 열었다.

한남동 볼트+82에서는 1인당 입장료로 5000원을 받는데, 그 대신 직접 만든 시금치 딥과 크래커 등의 안주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구두 수선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홍대 근처에서는 팩토리가 꼽힌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특성상 다른 곳보다 분위기가 젊고 트렌디하며, 가격도 약간 저렴한 편이다. 초보자를 위한 테이스팅 메뉴가 있어, 세 가지 싱글몰트 위스키에다 간단한 안주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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