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회사 會計보고서 그냥 믿다간 낭패

    • 박상훈·딜로이트 중국비즈니스센터 상무

입력 2014.04.12 03:07

中기업 투자사의 한숨 - 감사보고서에 있는 자산… 실제론 없는 경우 수두룩… 공시 시스템도 없어
실패 예방하려면 - 실적보고서만 믿지 말고… 담당 회계법인 평판 체크… 외부감사인 자주 바뀐 곳… 더 면밀한 투자검토 필요

박상훈·딜로이트 중국비즈니스센터 상무
박상훈·딜로이트 중국비즈니스센터 상무

이 부장을 처음 만난 것은 상하이의 한 찻집에서였다. 한국 기업이 투자한 중국 기업의 재무팀장인 이 부장은 고민이 많아 보였다. 한국의 중견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다가 최근 본사가 지분 투자한 한·중 합자회사의 관리 담당으로 파견 나오면서 걱정이 늘었다.

업계에서 인정받는 실력을 갖춘 본사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비교적 괜찮은 판매망을 보유한, 같은 업종의 중국 기업을 인수했다. 본사의 기술력과 중국 회사의 판매 네트워크가 결합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투자는 신속하게 이뤄졌다. 시장에서 중국 회사의 인지도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터라 투자 위험에 대한 고려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문제가 많았다.

"판매가 대비 원가율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높아요. 게다가 인수하기로 한 자산 중에 실제로 없는 것이 많고, 폐기해야 할 것도 적지 않고요. 회사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전혀 갖추지 않아서 자금이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재산은 제대로 있는지 제때 확인할 수가 없어요"

인수 전에 경영 상태에 대해 실사를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회사의 판매망이 주 관심사였고 투자의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꼼꼼히 챙기지 못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특히 회사의 과거 실적과 현재의 재산 상태에 대해서는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형식적인 실사를 수행했다고 했다.

삽화

감사보고서에 지나치게 의존한 점이 마음에 걸렸다. 감사보고서에 의심을 품는 '불경'을 서슴지 않는 것은, 중국의 회계감사 제도가 우리와 비교할 때 몇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 비즈니스에서 낭패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중국의 회계감사 제도와 관행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다.

먼저, 상장회사를 제외하고는 기업의 법정 감사보고서가 외부에 공시되지 않는다. 우리는 법정 감사보고서를 정해진 기간 내에 금융감독원의 공시시스템을 통해 외부에 공시해야 하지만, 중국은 아직 이러한 의무와 시스템이 없다. 둘째, 외부 감사인 선임에 대한 보고 의무가 없다. 회계감사 도중 특별한 이유 없이 감사인을 바꾸거나, 한 회계연도에 대해 복수 회계법인에서 감사를 받을 수도 있다.

우리는 일정 기한까지 외부 감사인(회계법인)을 선임한 후 금감원에 보고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보고된 감사인을 변경할 수 없다. 감사 진행 도중 감사인을 바꿔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감사 결과를 유도할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제도 외에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은, 회계법인 간 감사 품질의 차이다. 물론 우리도 명망 높은 회계법인과 그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어 각각의 감사 품질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중국은 그 격차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일부이긴 하지만, 회계감사의 가장 기본적인 절차도 수행하지 않고 감사보고서를 발행하는 회계법인이 적지 않다.

이 부장이 파견 근무 중인 중국 회사는 비상장 기업으로 지방의 소형 회계법인으로부터 회계감사를 받고 있었다. 이 부장은 회계감사인을 만나고 나서 다시 한 번 실망했다. 몇 가지 복잡한 회계 문제에 대해 문의했지만, 대답이 시원치 않을 뿐 아니라, 도리어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냐고 되묻는 통에 난감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장부상의 과거 실적에 대한 의심도 더 깊어졌다.

최근 중국 정부는 일부 업종을 제외한 중국 내 기업에 매년 규정된 기한 안에 공시시스템을 통해 회사의 재무 현황을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2014 회계연도부터 기업은 신용 정보 공시시스템을 통해 연도보고서를 정부기관에 제출하고 시스템에 등록된 연도보고서는 외부에서 조회할 수 있게 된다. 우리의 전자공시시스템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국 기업 회계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외부 감사인 사전 보고 제도 미비나 회계법인 간 현격한 감사 품질 차이 등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이 부장의 회사와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좀 더 보수적인 잣대를 가지고 재무제표 등 회사 관련 정보를 이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감사보고서를 무작정 믿기보다 먼저 외부 감사인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글로벌 회계법인이 감사인일 경우 신뢰도가 높다고 할 수 있고, 여타 회계법인은 인터넷 등을 통해 업계 순위나 평판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할 수만 있다면 감사인의 잦은 변경이 있었는지를 확인해 두면 좋다. 외부 감사인을 자주 교체하는 회사는 좀 더 면밀히 살펴보는 게 안전하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