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일의 '사람이 경영이다'] 머리는 집에 두고 출근하라고요?

    • 정동일·연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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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4.04.12 03:07

      신입사원의 좌절 - 의욕 충만 상태로 입사… 처음 듣게되는 말은 "입 다물고 설치지 마라"
      학습된 무기력증 -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시키는 일만…' 생각 번져… 길들이기 문화 깨져야 진정한 창조경제 가능

      정동일·연세대 경영대 교수
      정동일·연세대 경영대 교수

      기업의 임원이나 중간 관리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요즘 젊은 직원들 참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몰입도도 많이 부족한 것 같고 자발적으로 일하는 능력도 떨어지는 것 같고…" 라는 식으로 불평을 토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젊은 직원들이 입사할 때 경험했던 경쟁률을 생각한다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3월 13일 진행될 삼성그룹 채용에 10만명 이상 지원자가 몰려 경쟁률이 적어도 20대1은 될 것이라고 한다. 2013년 현대차그룹과 신한은행의 입사 경쟁률이 100대1, LG유플러스는 180대1이었다고 한다.

      이런 높은 경쟁을 뚫고 입사한 직원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가상의 사례를 통해 원인을 찾아보자.

      #1 원하는 회사에 입사했다는 흥분을 안고 맞이한 첫 주. 사장이 신입사원에게 환영하는 말씀을 해주신단다. 최고경영자를 만난다는 설렘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강당에 신입사원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장보다 먼저 도착한 임원 한 명이 "사장님이 오시면 열심히 경청하고 가급적이면 질문을 삼가 달라"는 지시사항을 전달한다. 그러길 30분. 지루한 기다림이 언제 끝나나 하는 순간 팡파르가 울려 퍼지면서 "사장님과 임원들이 등장하십니다"란 멘트와 함께 사장이 등장한다. 김 사원은 미리 지시받은 대로 열심히 박수를 치고, 사장은 비서가 준비한 원고를 신입사원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줄줄 읽고 연단을 내려와 바삐 사라진다. 김 사원은 느낀다. '아~사장님은 인간이 아니라 신이시구나. 그분이 말씀하실 땐 입 다물고 궁금한 게 있어도 조용히 있어야 하는구나.'

      #2 입사한 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업무 파악도 조금 되는 것 같고, 회사의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것들이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김 사원은 자꾸 이런 비효율적인 관행이 신경에 거슬리고, 더 창의적인 방법으로 업무를 추진할 방법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김 사원은 용기를 낸다. 회의에서 자신만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제안서를 써본다. 그러던 어느 날 팀장이 조용히 보자고 한다. 팀장의 마음을 움직였구나 하는 생각에 흐뭇하다. 하지만 팀장은 "김○○씨! 넌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설치냐? 아직 인사파일에 잉크도 안 마른 주제에 뭘 안다고 기존의 업무 방식이 어쩌고저쩌고 떠드는 거야. 앞으로 이렇게 나대지 말고 시키는 일이나 열심히 해!" 김 사원은 느낀다. '아, 팀원으로 사랑받으려면 절대 나대지 말고, 팀장이 하는 말이 아무리 틀려도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

      150대1 경쟁을 뚫고 입사한 김 사원은 이렇게 길들여지기 시작한다. 자발적으로 일하다가 나댄다고 찍히고, 다른 방식으로 업무를 추진하면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꿈꾸다 별종이라 찍힌다. 결국 김 사원은 업무와 회사에 대한 몰입과 열정을 상실한 채 겉돌기 시작한다.

      이른바 '학습된 무기력증(learned helplessness)'에 빠지게 된다. 이것이 무서운 이유는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두 명의 직원이 학습 된 무기력증에 빠져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만 하기 시작하면, 주인의식을 가지고 몰입해 일하는 직원들마저 '내가 이렇게 한다고 연봉을 올려주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알아주지도 않는데…' 하는 생각과 함께 변하게 된다. 결국 이런 태도가 회사의 문화로 자리 잡는다.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사원들이 길들여지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첫째, 상사의 권위주의적인 태도이다. 상사가 되고 보직을 맡은 것을 대단한 훈장으로 느끼는 태도와 행동. 그리고 지위 중독에 빠져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을 가지고 명령과 지시를 일삼다 보면, 사원은 어느덧 의욕을 상실하고 시키는 일만 하는 좀비로 바뀌게 된다.

      둘째는 관료적인 조직 문화이다. 변화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기존의 업무 방식과 기준을 벗어나는 행동을 이단시할 때 창의와 혁신은 물 건너가고 조직은 서서히 병들어 간다. 결국 '나서봐야 좋을 것 없으니 중간만 하자'는 암묵적인 룰에 익숙해져 간다.

      셋째는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한 소통 시스템의 부재이다. 아직도 상명하달의 문화 때문에 너무나 많은 한국 기업이 소통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카카오톡을 자세히 본적이 있는가? 내가 한 말은 노란 풍선으로, 상대방이 한 말은 하얀 풍선으로 표시된다. 카카오톡에서는 하얀 풍선과 노란 풍선이 적절히 섞여 있어야만 소통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팀장과 대화하는 김 사원에게는 오로지 이 팀장이 날리는 하얀 풍선만 눈에 보인다.

      21세기 창조경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의사 결정 권한과 자율성의 보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도 머리를 집에 두고 출근해야 하는 부하를 선호하는 상사가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150대1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김 사원 길들이기를 제발 그만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