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SW벤처 키우려면 SAP처럼 기다려줘야"

입력 2014.04.05 03:04 | 수정 2014.04.08 11:00

SAP에 회사 매각한 차상균 교수

차상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겸 SAP 한국연구소 총괄이사
2005년 7월 7일 일본 도쿄. SAP의 제품 발표회 행사장 뒤 회의실에서 차상균<사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SAP 최고기술책임자(CTO) 샤이 애거시와 평소 친분이 있던 SAP의 기술자 비샬 시카를 만났다. 한 달 전 독일 SAP 본사에서 만난 후 두 번째 만남이었다.

차 교수는 처음에 공동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SAP는 인수를 간절히 원했고, "인메모리 DB 기술과 개발팀 15명 모두를 중요하게 쓰겠다"고 약속했다. 차 교수는 그 자리에서 회사를 매각하기로 합의했고, 그때부터 서울대 연구실에서 본격 기술 개발에 돌입한다.

제품은 2010년 완성됐고, 보완을 거쳐서 2011년 6월 출시됐다. 그리고 SAP는 이 상품으로만 2011년 2억달러, 2012년 5억달러, 2013년 9억달러 매출을 거뒀다는 게 차 교수 설명이다. 차 교수는 "내 기술과 SAP가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던 비슷한 기술이 상호보완적이었다. 하나만 가지고는 지금처럼 통합 시스템을 만들기 어렵다"며 "'HANA'라는 이름엔 이 두 가지 기술을 하나로 합쳤다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SAP한테서는 충분히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금전적인 이유 외에도 8년 동안 SAP의 기술 개발, 의사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해 보면서 기술과 사업 노하우를 배우게 된 걸 가장 큰 자산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시장을 개척하는 꿈은 이뤘으니 이제는 사회와 국가를 위한 것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다 잘하는데 소프트웨어 분야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계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연구 개발을 하고, 사업을 할 수있게 도와줄 사람과 시스템이 엄청나게 모자랍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만 육성할 게 아니라, 차세대 소프트웨어 기술을 대학이나 벤처 기업이 연구 개발한 다음, 글로벌 기업과 협업 또는 인수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실리콘 밸리를 보세요. 창업하는 대부분의 기업이 기업공개보다는 인수를 선택하잖아요? 우리 벤처기업들이 직접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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