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직 덜 연결됐다

입력 2014.03.08 03:00

美 기술 문화 잡지 '와이어드' 창간한 케빈 켈리의 'IT시대 예언'
22억명이 모바일 사용하지만 세계가 컴퓨터 시스템에 연결된
'와이어드' 수준은 10점 만점에 2점 시작의 시작 단계에 있을뿐
모든 기기 통합한 '원 머신' 나온다
만들 기업은 구글 삼섬도 후보
디지털화로 세상 모든 산업은 소프트웨어회사로 바뀔 것 앞으로 CEO 최고 덕목은 유연성

케빈 켈리(62)씨의 집은 아름드리나무들이 우거진 산자락에 있었다. 2층짜리 통나무 집이었다. 서재로 들어가니 1층부터 2층 천장까지 서가가 높게 연결돼 있었다. 시대를 대표하는 IT 구루 중 한 사람의 집에 기대한 선입견과는 많이 달랐다.

와이어드(Wired)지 공동 창간인 겸 초대 편집장인 케빈 켈리씨는
와이어드(Wired)지 공동 창간인 겸 초대 편집장인 케빈 켈리씨는 "우리의 미래는 서비스에 있다"면서 "복제한 것은 무료로 나눠주고, 대신 개인의 시간, 즉시성, 신용을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 크리에이티브커먼스 제공
그는 구레나룻으로 둘러싸인 입을 열어 "집 뒤쪽으로 가면 야생동물이 많다. 퓨마도 있고, 코요테도 있고, 여우도 있다"며 웃었다.

그는 미국의 권위 있는 기술 문화 잡지 와이어드(Wired)를 공동 창간한 사람 중 한 명이며, 첫 7년 동안 그 잡지의 편집장을 맡았다. 그는 그 전엔 '홀어스카탈로그(Whole earth catalog)'란 잡지의 편집장을 맡았는데, 이 잡지는 스티브 잡스가 매우 좋아했으며, 잡스가 자주 썼던 'stay hungry, stay foolish(항상 갈구하라, 항상 우직하라)'란 말을 처음 유행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또 '기술의 충격' 등 10여 권의 책을 썼다.

'와이어드'란 말은 '컴퓨터 시스템에 연결된'이란 뜻이다. 켈리씨가 1993년 그 잡지를 처음 낸 뒤 불과 21년 만에 세상은 과거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연결'됐다. 모바일과 인터넷은 우릴 거미줄처럼 엮었다. 지난해 페이스북 가입자 수가 10억명이고, 모바일 기기 이용자 수는 22억명이며, 인터넷 사용자 수는 23억명이다. '초연결(hyperconnectivity)'이란 말이 나올 정도이다.

그러나 켈리씨에게 "현재 세상이 충분히 '와이어드'된 상태라고 보는가? 10점이 만점이라면 현재 수준은 몇 점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그의 답변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2점입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그것도 시작의 시작에 있을 뿐입니다. 디지털화된 수준도 2점입니다. 아직 미래에 일어날 무수한 일이 남아 있고, 우린 그것을 못 보고 있을 뿐입니다."

그가 예측하는 미래 중엔 전 세계 거의 모든 사람이 1인 기업을 소유해 60억~70억개의 기업이 생긴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기업을 가지는 것은 아닐 수 있고, 한 사람이 여러 개 기업을 가지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숫자는 지구 상에 있는 인구 전체의 숫자와 비슷해진다는 겁니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가지는 것처럼, 사람들이 하는 모든 것은 테크놀로지화가 될 것이며, 어느 순간 그것은 기업이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창업이 너무 과정이 어렵고 규제가 많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미래엔 창업이 매우 쉬워질 겁니다. 기술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겁니다."

그는 약 200년 전 처음 사진 기술이 나왔을 때를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 당시 누군가가 '앞으로 모든 사람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면 당신은 미쳤다고 했을 겁니다. 왜 모든 사람이 그 엄청난 크기의 사진기를 가져야 하며, 집에 인화실을 둬야 하느냐면서요. 그러나 200년 동안 사진기는 너무 쉽고, 값싼 것이 돼버렸습니다. 창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1970년대만 해도 가난한 프리랜서 사진작가였다. 주로 아시아를 여행하며 사진을 찍었다. "한국에도 갔었죠. 당신이 태어나기도 전에요." 그는 한복을 입은 사람들, 삿갓을 쓴 사람들, 부산항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여줬다.

-당시만 해도 IT와 무관한 인생을 살고 있었습니다. 다소 히피족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디지털 구루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히피족에서 디지털족으로의 전환이랄까요, 그것은 어떻게 일어난 일입니까?

"그 전환은 1982년 최초의 온라인 네트워크 한 곳으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요청을 받으면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때까지 제게 첨단 기술이란 차갑고 딱딱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애플2 PC가 나온 시점이었는데, 매우 흥미롭긴 했지만 그다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컴퓨터와 전화기가 결합했을 때(모뎀을 의미), 매우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것은 사람과 매우 비슷했고, 매우 유기적이었고, 살아있는 생물 같고 친근했습니다.

'홀어스카탈로그'에서 일할 때 자체 네트워크를 만들었는데, 특히 '웰(The Well)'이라고 불리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어 대중의 참여가 가능해졌습니다.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는데,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기술에 대한 생각을 바꿨습니다. 컴퓨터가 우리의 삶에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저는 기술이란 사실 매우 인간적이고 공동체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와이어드는 전 세계 매체 중 거의 최초로 이메일을 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마 필자들에게 이메일을 처음 제공했을 겁니다. 필자들이 직접 독자들과 접촉하는 것을 매우 파워풀하다고 여겼죠. 독자들이 피드백을 줄 수도 있고 그다음 스토리에 대해 힌트를 줄 수 있고요. 그것은 매우 당연한 조치였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 멀티비츠, 그래픽=정인성 기자
사진=게티이미지 멀티비츠, 그래픽=정인성 기자
―와이어드가 올해로 창립 21주년이 됩니다. 와이어드를 창립한 목적이 무엇이었습니까?

“컴퓨터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대화하기 위해 만든 잡지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처럼 컴퓨터만 아는 괴짜만 염두에 둔 건 아니었지만요. 그러나 우린 컴퓨터의 기술적 측면은 아예 배제했습니다. 우린 컴퓨터의 기술력을 논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컴퓨터의 영향에 대해 논하고 싶었습니다. 사회적 영향력,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말입니다. 그래서 와이어드지는 라이프스타일 잡지였습니다. 그 라이프스타일은 기술의 라이프스타일이었습니다. 롤링스톤스란 잡지가 있습니다. 그 잡지는 음악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음악의 문화에 대한 잡지입니다. 와이어드는 기술의 문화에 대한 잡지였습니다. 우린 테크놀로지가 문화의 중심이 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와이어드지 표지에 등장한 스티브 잡스
와이어드지 표지에 등장한 스티브 잡스
―창간호부터 편집장이었는데, 당시 편집 방향은 무엇이었나요?

“독자에게 미래에 출간된 잡지를 미리 보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1993년인데 ‘아, 이건 2013년쯤에 출간될 잡지 같다’는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그건 지금 지루해 보일지 모르지만, 당시에 독자들은 열광했습니다(웃음). ‘너무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상당히 급진적인 편집을 했기 때문이죠. 이를테면 우린 모든 기술 용어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신문은 고등학교 수준을 겨냥하지만, 우린 그 이상의 사람들과 대화하려고 했습니다. 예컨대 ‘모뎀(MODEM)’ 같은 것도 설명하지 않았죠. 그냥 친구와 대화하듯이 쓰는 것을 지향했거든요. 독자들을 가르치려 드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과 대화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오랜 기간 건강하게 살다 갑자기 죽는 시대 온다

―저서 ‘기술의 충격’에서 “기술은 우리의 제2 자아”라고 말씀하셨죠.

“디지털 시대가 오기 전에 인간은 이미 기술을 통해 재구성됐습니다. 칼이 생기면서 날카로운 발톱이 필요 없어졌고, 옷이 생겼기 때문에 털이 필요하지 않게 됐습니다. 기본적으로 기술 발명은 우릴 바꿔놨습니다. 그래서 우린 인간이면서 기술의 일부입니다.”

―그러나 때로 인간은 기술의 급격한 발전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기술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나아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 사람은 진전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기뻐하지 않습니다. 보통 인류의 진전은 기술이 가져오고 있는데도요. 사실 기술이란 제로섬(zero-sum)이나 (한쪽만 이익을 보고 다른 쪽은 손해를 보는) ‘윈루즈(win-lose)’가 아닙니다. 기술은 윈윈(win-win)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파일이 있는데 나도 있지만, 당신도 복제해서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기술에 대해 윈루즈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기술은 윈윈을 이야기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고령화 시대에 기술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높은 품질의 삶과 함께 장수할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매우 오랜 기간 건강하게 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죽는 것입니다. 우리가 나이 들수록 기술은 우릴 더욱 도와줄 것입니다. 장기(臟器) 기능이나 소통 기능이 떨어지면 기술을 통해 그런 기능을 보전할 수 있습니다. 즉 인간의 삶의 품질은 똑같이 유지하다가, 다시 말해 삶의 품질이 저하되지 않다가 어느 순간 죽는 것입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저희와 인터뷰하며 “2029년이면 컴퓨터가 사람 지능을 뛰어넘을 것이며, 2045년부터 사람이 영생할 것이라 했습니다. 동의합니까?

“2029년에도 불가능하지만, 앞으로 100년 안에도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물론 기술이 분명 인간의 특성을 확장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제기됩니다. 당신에게 500가지 특성이 있습니다. 여기서 질문은 그 특성 500개를 모두 복제해야만 당신을 복제하는 것이냐 하는 겁니다. 만약 특성을 400개만 복제하면 당신을 복제했다고 말할 수 없느냐는 겁니다. 이런 문제를 우리는 ‘시맨틱(semantic)’이라고 말합니다. 당신이 죽거나 오래 사는 문제는 사실 언어 차이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50년 이끌 최고 발명품은 ‘3D 프린팅’

―2008년 테드(TED)에서 ‘앞으로 웹(web)의 5000일’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웹이 더욱 똑똑해지고 더욱 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연으로부터 2000일 정도가 지났는데, 웹은 선생님의 예상보다 똑똑해지고 빨라지고 있나요?

“웹이 탄생하기 5000일이나 7000일 전엔 웹에 대한 전혀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더 좋은 TV 정도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웹은 더 좋은 TV가 아닙니다. TV와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앞으로 5000일을 생각할 때 사람들은 ‘더 나은’ 웹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5000일 후엔 더 나은 웹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웹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웹을 개선하는 정도가 아니라, 웹을 뛰어넘는 것이 만들어져 가고 있다는 겁니다. 그것은 지금 형성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시스템의 발전은 웹 이상의 것을 만들 겁니다.”

―종국에는 세상의 모든 지식과 기기가 통합된 ‘원 머신(one machine)’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 단 하나의 기계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전 세계의 모든 기기, 즉 TV, 스마트폰, 태블릿, 킨들이 모두 사라지고 그 기능이 한 가지 기계로 통합될 것입니다. 앞으로 70년 또는 100년간은 이 단 하나의 기계를 위한 모든 혁신이 진행될 것입니다. 이 기계는 우리의 자아를 확장할 것입니다. 우린 이 기계를 느끼게 될 것이며, 여기에 예전보다 훨씬 많이 의존하게 될 겁니다. 구글이 당신 머리에 연결됐다고 생각해보세요. 당신의 메모리에 세상 모든 지식과 그동안 일어났던 모든 일이 전부 들어 있게 된다면, 당신은 이것에 매우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의 자아 자체가 확장할 것입니다.”

―원 머신을 만들 기업이 어디인가요?

“현재로는 구글이 가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존도 그렇고요. 물론 삼성, 바이두 같은 기업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구글과 아마존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글로벌한 인공지능(AI)을 만드는 것입니다.”

―한 인터뷰에서 지난 50년 동안의 최고 발명품으로 ‘링크(link)’와 ‘태그(tag)’를 꼽았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50년을 이끌 최고 발명품은 무엇일까요?

“3D 프린팅입니다. 세상에 나온 지 꽤 됐지만, 현재 저평가되어 있는 기술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삶을 크게 바꿔 놓을 겁니다.”

―오랫동안 유니버설 라이브러리(universal library·세계적으로 보편화된 도서관)에 대해 이야기해왔습니다. 구글은 지금 세상의 모든 책을 스캔해서 거대한 디지털 도서관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게 현실화될 경우 사람들은 더 자주 책을 읽을까요?

“아니요. 구글의 디지털 도서관의 목적은 책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게 아니라 책을 검색하는 것에 포인트가 있습니다. 필요한 정보만 짚어내는 것이죠. 물론 읽는 행위 자체는 늘겠죠. 그러나 완결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일은 드물 겁니다. 지금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세심한 위키피디아가 탄생하는 거니까요.”

제품 대신 시간을 팔라

―아직 많은 기업이 기술의 진화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합니다. 이를테면 중견 제조업체의 사장이 급변하는 기술 흐름에서 버려야 할 자질은 무엇이고, 가꿔야 할 자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앞으로 모든 산업은, 제조업이든 무엇이든, 기술 발전에 따라 소프트웨어 회사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지금 자신이 인터넷 관련 회사 사장이 아니라 해도 언젠가는 모든 것이 디지털화가 될 것이니까요. 따라서 모든 CEO는 하이테크한 사람이 돼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자질은 유연성입니다. 앞으로 CEO들이 유연성과 효율성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유연성을 택해야 합니다. 또 중앙 집중화와 분권화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분권화를 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열려 있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복제할 수 없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죠. 또 제품 대신 시간을 팔라고 하셨습니다.

“복제한 것은 무료로 나눠 주세요. 그 대신 개인의 시간, 즉시성, 신용을 팔아야 합니다. 한마디로 제품에서 서비스로 초점을 바꿔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는 서비스에 있습니다. 애플은 그것을 가장 잘 이해하는 기업이죠. 그들의 스마트폰은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받기 위한 기기일 뿐이죠. 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해 기기를 만들 뿐이라는 의식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시간을 팔라’는 말은 무슨 의미입니까?

“시간은 서비스입니다. 시간은 창출하는 것입니다. 아무도 시간을 복제할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기업은, 자사 제품이 복제될 확률이 높은 것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팔지 않는 것이 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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