利他性의 진화… 혈연선택설이 맞나 집단선택설이 맞나?

입력 2014.02.15 03:05

혈연선택설 -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원리로 설명 유전자 공유하기 때문에 이타성 생겨
집단선택설 - 공공 이익 위해 희생하는 사람 많으면 그렇지 않은 집단과 경쟁에서 승리

진화생물학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이타성을 규명하는 것이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기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혈연선택설은 이를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원리로 설명한다. 친족들은 나와 어느 정도 유전자를 공유한다. 형제간에는 평균적으로 50%의 유전자를 공유한다. 삼촌 관계에서는 25%, 사촌 관계에서는 12.5%이다. 따라서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친형제 두 명이나 사촌 여덟명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물에 뛰어들 수 있는 셈이다. 혈연선택설은 동물 사회에서 널리 나타나는 이타적 행동을 모두 이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집단선택설은 집단 간의 경쟁에서 이타성의 원천을 찾는다. 집단에 대해 충성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 집단-다시 말해 이타적인 사람이 많은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학설은 모든 이타성을 집단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는 말하지 않고, 개인(유전자)과 집단 둘 다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 때문에 다수준 선택설로 불리기도 한다. 윌슨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집단 내에서는 이기주의가 이타주의를 이긴다. 그러나 이타적인 집단이 이기적인 집단을 이긴다."

혈연선택설은 지난 수십년 동안 학계의 정설로 굳어져 왔으며, 에드워드 윌슨은 리처드 도킨스와 함께 이 학설을 체계화하고 널리 퍼뜨린 대표적인 학자였다. 그의 집단선택설로의 전향이 관련 학계에서 거의 쿠데타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도킨스는 집단선택설의 내용을 담은 윌슨의 책 '지구의 정복자'(2012년 출간)를 "강하게 내팽개쳐야 할 책"이라고 비난했다. 혈연선택설 진영에서는 "집단선택설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혈연선택설로도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으며, 집단선택설로만 설명 가능한 예는 없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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