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도덕적 타락을 의미
후세에 마케팅 담당자들이
일탈 꿈꾸는 젊은 소비층 겨냥해
고급품을 deluxe라 부르자 뜻 변해
deluxe는 고급 세트 상품을 말한다. 원래는 라틴어 소유격 전치사 de와 '뼈가 삐었다'인 luxus가 합쳐져 '도덕적 타락' 또는 '성적 외도'라는 의미로 쓰였다. '사치'의 luxury, '방탕하다'의 luxuri ant와 같은 단어이다.
군사 문화였던 고대 로마 공화국은 검소한 생활 태도가 가장 중요한 삶의 미덕이었다. 그러나 로마 공화정이 몰락하고 로마 제국이 들어서자 가치관이 바뀌었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부터 사치를 즐기고 성(性)적으로 무분별한 삶을 살기 시작한 것이다.
라틴어로 luxus는 '뼈가 삐다'는 뜻이었는데 구(舊)세대들은 사치와 방탕을 일삼는 신세대들 가치관을 '삐었다'고 개탄하기 위해 'luxus하다'라고 표현했다.
로마의 뒤를 이어 유럽의 맹주가 된 프랑스도 18세기가 되자 귀족들 사치와 방탕이 극에 달했다. 반대로 잘못된 화폐 개혁 정책으로 민중들 삶은 갈수록 참혹해졌다.
당시의 프랑스 귀족 아르젠송 백작은 이런 문제를 크게 개탄하고 귀족들을 따끔하게 꼬집어 '궁전에 맞선 철학자'라는 별명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귀족들이 백성을 돌보지 않고 마차·옷·보석 사치에만 신경을 쓰니, 가치관이 '삐었다'라고 개탄하기 위해 그들이 vie de luxe, 즉 '타락한 삶을 산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후세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오히려 일탈을 원하는 젊은 소비 계층에 de luxe를 귀족들이 즐기던 것으로 어필하면 잘 팔릴 것으로 보고,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고급 상품을 deluxe 상품으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고급 세트 상품'이라는 의미로 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