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돈 벌려면 차트 믿지마라… 그럴듯한 패턴? 그건 다 우연

입력 2014.01.04 03:05

화제의 경제·경영書 '부자들의 생각법' 쓴 하노 베크 교수
市場과 거리를 둬야 - 버핏, 왜 월街에 살지 않을까… 많은 정보가 판단 어렵게 해
본전 생각 버려라 -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 추가 매수로 물타기 말아야
경제 전문가들 믿지말 것 - 그들에게 딱 하나 물어봐라 "그래서 얼마나 버셨어요?"
통계의 트릭 잘 살펴야 - 최근 3년간 수익률 1위? 누적 말고 매년 수익 따져야

1998년 독일 대표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편집국.

경제학박사 출신의 하노 베크(Beck) 씨가 금융 전문 기자로 첫발을 내디딘 날이었다. 첫날 업무는 증권시장 동향을 전하는 기사를 쓰는 것이었다.

첫날부터 모든 게 착착 진행되는 듯했다. 이날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에 전문가와 통화해 의견을 구했다. 그는 주가가 하락한 이유가 "유로화 강세 때문"이라고 했다. 대학에서 배운 환율 이론에 맞는 설명이었다. 코멘트를 받아 적고 몇몇 주식 시세를 덧붙여 새내기 금융 기자의 따끈따끈한 첫 기사가 완성됐다. 그런데 다음 날 정신이 번쩍 드는 일이 벌어졌다.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다른 전문가에게 전화를 걸어 이유를 묻자 "유로화 강세 때문"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어제는 유로화 강세 때문에 주가가 내려갔는데, 오늘은 그것 때문에 주가가 올랐다고?

그 뒤에도 그는 비슷한 경험을 수없이 겪었다. 전문가들이 저마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서로 모순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럼에도 하나같이 그럴듯하게 들렸다. 이론과 현실의 차이가 만든 소용돌이에서 허우적거리던 그는 행동경제학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았다. 전통 경제학은 인간을 합리적인 존재로 가정한다. 하지만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한 행동경제학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의 심리를 파헤친다.

8년을 금융 전문 기자로 일한 그는 2006년 포르츠하임대 경제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나서 기자 생활을 하며 겪은 모순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돈을 버는 법과 지키는 법에 대한 책을 쓰기 시작했다. 시티그룹 독일본부 선정 '2013년 경제경영 최우수 도서'에 오른 '돈은 생각하지 않는다(Geld denkt nicht)'가 가장 최근에 쓴 책이다. 이 책은 지난 11월 한국에도 '부자들의 생각법'이라는 이름으로 출간, 예스24 주간 경제·경영서 순위에서 3차례 1위를 차지했다. 최근 독일 마인츠(Mainz) 중앙역 3층의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베크 교수를 만났다. 다음은 그가 제시하는 투자 전략을 5가지로 요약한 것이다.

화제의 경제·경영書 '부자들의 생각법' 쓴 하노 베크 교수
하노 베크 교수는 “부자들은 자신의 약점을 다스리고 다른 이의 약점을 거울삼아 돈 벌 기회를 찾는 사람들”이라면서 “돈을 벌지 못하는 ‘우리들’의 약점이 무엇인지 책을 통해 파헤쳐 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 마인츠(독일)=최원석 기자

1. 시장과 거리 두기

그가 올바른 투자를 위해 가장 강조한 것은 "시장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채권왕' 빌 그로스가 창립한 세계 최대 채권 펀드회사 핌코(Pimco)의 본사 뉴포트비치는 캘리포니아의 작은 해변 도시이고,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도 월스트리트에서 멀리 떨어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다. 왜 그럴까?

"시장 가운데에 있다고 해서 정보력이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는 무엇이 진짜 중요한 정보인지 판단을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시장과 거리를 둬야 하는 다른 이유는 집단이 반드시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를 볼까요? 그들은 손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책임을 회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하는 겁니다. 잘되면 본인이 잘한 것이고, 잘 안 되면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잘 안 됐다고 말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집단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쉽고 간단한 방법이 있을까? 그는 뜻밖에도 역사책을 많이 읽으라고 조언했다.

"전설적인 투자자들의 책장에는 역사책이 많습니다. 1929년 대공황을 겪었던 사람들의 쓰라린 경험이 후대에 제대로 전해지지 않기 때문에 같은 역사가 반복되는지도 모릅니다. 불에 실제로 닿아 덴 아픔과 그 아픔을 전해 들은 것은 명백히 강도가 다르니까요."

2. 기술적 분석 멀리하기

차트 분석은 매력적이다. 금융시장의 변화가 미리 결정된 것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우리를 안심시킨다. 베크 교수는 그러나 기술적인 분석을 통해 주가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우연은 말 그대로 예상 불가능한 영역이지만,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고 매우 그럴듯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마음만 먹으면 과거의 주식 시세 차트에서 수천 또는 수만 가지 규칙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기술적 분석을 믿는 사람들은 이런 패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할 겁니다. 하지만 그런 패턴이 우연한 것이라면 분석 자체도 의미 없는 일입니다."

이를테면 미국 월가엔 '수퍼볼 지표'라는 게 있다. 수퍼볼에서 내셔널풋볼콘퍼런스(NFC) 소속팀이 우승하면 다우지수가 오르고,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 팀이 우승하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통계를 보면 신기하게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수퍼볼 결과와 다우지수는 논리적으로 아무 관계가 없으며 전적으로 우연의 산물이다.

하노 베크 교수가 추천하는 '부자 되는 7가지 방법'
3. 본전 생각 버리기

베크 교수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우선 돈을 크게 잃을 확률을 줄여야 하는데, 이때 본전을 찾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본전 찾기의 대표적 사례가 '물타기(추가 매수)'이다. A사의 전망이 밝다는 이야기를 듣고 A사 주식을 100유로에 샀는데, 주가가 며칠 오르다 곤두박질을 치기 시작한다. 어느새 80%가 폭락해 20유로가 됐다. 이럴 경우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첫째는 80유로 손실을 인정하고 앞으로 이런 주식에 손대지 않는 것이다. 둘째가 바로 물타기다. 이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계산법은, 주가가 20유로에서 60유로까지 오르더라도 여전히 본전과 비교하면 40유로 손실을 보게 되지만, 20유로에 주식을 더 산다면 추가 매수한 주식으로 40유로를 더 벌게 돼 본전 100유로를 모두 찾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럴 때 당신이 해야 할 질문은 딱 하나입니다. '지금 A사를 처음 알게 됐다면 주식을 사겠습니까?' 추가 매수의 유혹을 느낄 때 반드시 이 질문을 하세요. '아니요'라는 답이 나오면 추가 매수를 포기해야 할 뿐 아니라 이미 갖고 있는 주식도 팔아야 합니다."

사람은 이미 투자한 곳에 계속 투자하려는 성향이 있다. 경제학 용어로 '매몰 비용'의 오류이다. 그러나 투자를 계속할 것이냐, 그만둘 것이냐를 결정하는 데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이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4. "얼마 벌었느냐"고 물어보기

베크 교수는 글로벌 금융 위기를 예측했다고 하는 경제 전문가들에게는 딱 하나만 질문해 보라고 했다. "그래서 얼마나 버셨어요?"

많은 경제 전문가가 어떤 사건이 일어난 뒤에 자신이 그 사건을 예측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이를 '사후 확신 편향'이라는 용어로 정리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예측하지 못했던 전문가도 그 일이 일어나고 난 뒤엔 마치 자신이 예측했었다는 식으로 생각이 바뀐다는 것.

베크 교수는 "지금도 수많은 전문가가 먹고살기 위해 언론에 나와 전망을 밝히고 책을 내는 것을 볼 때 아마 리먼 쇼크 때 크게 벌지 못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5. 통계 믿지 않기

그동안 실적이 가장 좋은 투자회사 상품을 골라 돈을 맡기는 것은 어떨까? 베크 교수는 통계의 트릭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어떤 펀드가 3년 연속 상위권에 머무르고 있으면 우연일 리 없다고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우연히 3년 연속 상위권에 있을 확률이 12.5%나 됩니다. 통계에서 3년은 현실을 반영하기에 너무 짧습니다. 과거 기록을 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최근 3년이 아니라 20~30년을 보는 게 좋습니다."

또 첫해에 한 펀드매니저가 우연히 월등한 성적을 냈다면, 그다음 2년간 평균 수준의 실적을 냈더라도 첫해의 성공 덕분에 3년 내내 누적 수익률 1위 자리에 머무를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최근 3년간 펀드 수익률 1위'라고 광고할 수 있지만, 이 펀드의 실력이 진짜 뛰어난 것은 아니다. 이런 함정을 피하려면 누적 수익률이 아니라 매년 수익률을 살펴봐야 한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