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 노키아… 400개의 벤처 "세계시장 다시 이끌자"

입력 2013.12.21 03:04

노키아 출신들이 만든 '욜라'의 CEO 피에니마키

작지만 뛰어난 기동력으로 승부
100명이 스마트폰 운영체제 개발… 136개국에서 사전 주문 받아

노키아 출신들이 만든 '욜라'의 CEO 피에니마키
욜라의 토미 피에니마키 CEO가 지난달 출시한 첫 스마트 폰을 보여줬다. / 최원석 기자
스마트폰 운영체제 개발회사인 욜라 사옥은 수퍼셀 바로 아래층에 있었다. 게임회사인 수퍼셀에 비해 보안이 훨씬 엄격해 보였다.

토미 피에니마키(Pienimaki·40) CEO를 만난 곳도 회사 내부가 아니라 건물 1층 로비의 카페에서였다. 수퍼셀이 회사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인터뷰 이후 회사 내부 시설까지 안내해 준 반면, 욜라는 회사 내부를 끝까지 보여주지 않았다. 피에니마키 CEO는 매우 사려 깊은 목소리와 겸손한 태도의 소유자였지만, 인터뷰 내용에서 강렬한 투지를 읽을 수 있었다.

'욜라'라는 회사 이름은 핀란드어로 '작은 돛단배'란 뜻이며, 그들이 만든 운영체제 '세일피시'는 돛 모양의 등 지느러미에 매우 빨리 움직이는 것으로 유명한 '돛새치(참치의 일종)'를 뜻한다. 작지만 강한 기동력으로 애플이나 삼성전자 같은 공룡에 대항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피에니마키 CEO는 지난달 27일 헬싱키에서 출시 행사를 가진 욜라폰을 들고 나타났다. 욜라의 첫 번째 작품이다. 처음 준비한 1만대는 발표 전에 이미 판매가 끝났다. 욜라가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세일피시'라는 이름)를 탑재했으며, 단말기는 중국의 제조업체를 통해 위탁 생산한다. 피에니마키 CEO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처럼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며 "협력사에 돌려주는 이익을 구글보다 높여 참여 업체를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일피시의 장점은 무엇인가? 왜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 대신 욜라폰을 써야 하나?

"욜라폰은 버튼 없이 매우 쉽게 앞뒤 화면으로 이동할 수 있다. 화면을 슬쩍 밀기만 해도 바로 앱이 실행된다. 써보면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보다 더 조작이 쉽고 단순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고객들로부터 '지구상에서 가장 직관적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3개의 동영상을 한꺼번에 열 수 있고, 여러 앱을 동시에 사용해도 스마트폰 구동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 안드로이드 앱도 대부분 사용할 수 있다."

-단말기를 직접 제작하지는 않나?

"우리는 노키아가 아니다. 노키아는 개발비를 1조원이나 들인 스마트폰 운영체제 '심비안'을 결국 포기했다. 우리는 그와 비교도 안될 작은 개발비와 인력으로 더 좋은 체제를 만들 자신이 있다. 애플이 자체적으로 단말기를 만들지 않는 것처럼 우리는 운영체제만 개발하고 단말기는 외주 업체에 맡긴다.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중요한 시대는 이제 끝나가고 있다."

-어떻게 100명의 인력으로 애플이나 구글보다 더 뛰어난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만들었다고 주장할 수 있나?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은 운영체제를 처음 개발한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개선한다 해도 기존 것을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제약이 많다. 세일피시는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개발했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게 훨씬 쉽고 사용이 편리하다. 현재 136개국에서 사전 주문을 받아 놓은 상태다. 물량 면에서 아직 대단한 수준은 아니지만, 얼리어답터라든가 애플이나 안드로이드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당장 제2의 노키아가 될 수 있다고는 얘기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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