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 기구들 떨어진 권위 되찾아야 세계적 문제 대응하는 각국 정부 능력도 개선

입력 2013.12.21 03:04

피터 맨덜슨 前 EU 통상담당 집행위원
피터 맨덜슨 前 EU 통상담당 집행위원
세계경제포럼 최근 설문 조사는 세계적 도전에 대한 대응 능력에서 정부가 기업이나 미디어보다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어떤 면에서는 이해되지만 정부가 직면하는 도전이 너무 다양하며, 많은 문제에 대해 장기적 해결책을 찾는 건 어렵다. 정부를 평가하는 시도 자체는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볼 수도 있다. 정부에 요구되는 정도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다른 분야에서는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과 집단, 국가의 이해 상충을 효과적으로 조정해서 효율적 결과를 이끌어 내는 정부의 능력은 감소해 왔으며, 그 결과 정부에 대한 신뢰는 추락했다. 지난달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정상회의 직전 인도에서 1주일을 보냈는데, 대부분은 정부에 대해 불평을 쏟아냈다. 연방 정부와 주 정부 모두 느리고, 우유부단하며, 부패했고, 상상력이 부족하며, 근시안적이고, 한마디로 가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법치가 아닌 독재 같은 다른 대안은 훨씬 형편없는 미래를 가져다줄 뿐이다.

글로벌 도전에 대응하는 정부의 능력은 더 일반적 문제다. 국가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대륙 간 경제를 통합하는 세계화는 정부에 대한 수요 급증을 야기함과 동시에 정부가 답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은 감소시켰다. 다시 말해 정부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

세계화는 많은 사람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그들의 삶과 생계는 정부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안정된 삶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정책 대응은 개별 국가의 정부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오래전 유럽 국가들이 공동 관리 필요성을 인지하고 유럽연합(EU)을 만든 이유다. EU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확장된 국가 그룹 가운데 세계화에 최선의 대응을 하는 조직이라 볼 수 있다. 함께 일하는 것이 따로 일하는 것보다는 낫다.

우리는 인구가 많은 주요 신흥 경제가 국제 환경을 변화시키는, 점점 다극화되는 세계에 살고 있다. 그러나 다자(多者)간(multilateral) 프레임워크는 감소하면서 세계에 의미와 일관성을 부여하는 능력은 약화되고 있다.

국제 무역 시스템과 그 중심부에 있는 세계무역기구(WTO)를 고려해 보자. 도하라운드의 종말 이후 다자간 협상 포럼으로서 WTO가 지녔던 위상은 급격하게 약화됐다. WTO의 다음 단계와 국제무역 시스템에서의 역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유럽부흥개발은행, 지역 개발은행 등 주요 국제 금융기관들 역시 21세기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다자주의가 쇠락하는 추세를 바꿔야만 세계적 도전에 대응하는 정부의 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 기업은 신음할 수 있고, 방송 매체는 트집 잡을 수 있지만, 세계의 많은 중요한 문제에 대한 대답은 더 많은 혹은 적어도 더 나은 정부의 역할에 있다. "정부는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정부 자체가 문제다"라는 건 레이건의 유명한 주장이었다. 그러나 만약 정부가 해결책의 일부가 아니라면, 문제는 더욱 커지기만 할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