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 변호사 쓸 경우 집행유예 가능성 15% 높아지고, 실형 2년 줄어든다"

입력 2013.12.14 03:07 | 수정 2013.12.14 14:44

실증적으로 입증된 '전관예우'
고위직 아니면 효과 없고 지속기간도 퇴직 후 1년뿐
언론이 주목하는 사건엔 판사가 부담감에 예우 안해

전관예우

재판을 할 때 전관(前官) 변호사를 쓰느냐 마느냐에 따라 구속이나 집행유예 여부가 좌우된다는 속설은 법조계에선 누구나 다 아는 비밀이다. 이른바 '전관예우(前官禮遇)' 관행이다.

이 같은 비밀 아닌 비밀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경제학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 피츠버그대 경제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최한수(41)씨는 '전관예우의 힘(Revolving door attorneys and the Power of Connections)'이란 논문에서 "기업인 재판에서 전관 변호사를 쓸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15%포인트가량 높아지고, 실형 선고에서는 형량이 2년 가까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2000년부터 2007년 6월 사이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기업인 270명에 대한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다.

최씨는 이 논문에서 "전관을 쓰지 않은 피고인이 실형을 받을 확률은 41% 정도였으나, 전관을 쓰면 확률이 26%로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최씨는 피고인이 재벌기업 소속인지 아닌지, 회사 내 지위는 얼마나 높은지, 피해액 규모가 얼마인지 등 다른 변수를 통제 변수로 감안한 뒤, 전관 변호사를 썼는지 여부에 따라 판결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별도로 추출해 냈다. 전관의 기준은 지방법원 부장판사 이상, 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이상으로 잡았다.

조사 대상 피고인 270명을 변호한 변호사 1098명의 약력을 조사해 보니 전관은 158명(14%)이었다. 이 논문에서 입증한 또 다른 속설은 전관 효과의 지속 기간에 대한 부분이다. 논문은 "'전관 효과'가 퇴직 후 1년 이내 사건을 수임한 전직 고위 법관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1년이 지나면 그 효과가 사라진다"면서 "퇴직 후 1년이 지난 뒤에는 전관이라도 집행유예나 양형을 줄이는 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분석했다.

전관예우에 서열주의 (hierarchy)가 나타난다는 점도 드러났다. 전직 판검사 출신이면서 퇴직 후 1년 이내 사건을 수임했더라도 고위직이 아니면 전관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어 최씨는 언론의 역할에 주목했다. 전관 변호사를 쓰더라도 언론에서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루면 전관 효과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원문 : Revolving door attorneys and the Power of Connec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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