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영 전문가 4人이 말하는 잭 웰치·짐 굿나잇의 경영 방식
GE의 '시장형 기업 문화'는 잘릴까 무서워 분발해… 문제는 조직문화가 약화돼
SAS의 '공동체형 문화'는 사원 엄청난 충성심 발휘
불황에 1~2년은 참지만 너무 길어지면 못 견딜수도
기업마다 성격이 달라 어느 방식을 선택하든 절대적으로 좋고 나쁘다고 단정할 수 없어
경영의 세계에 정답이란 없다. 각 기업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신이 처한 환경에 가장 적합한 해답을 찾아나갈 뿐이다.
잭 웰치 GE 전 회장과 짐 굿나잇 쌔스인스티튜트 회장은 경영 방식에서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이다. 경영 철학은 정반대지만, 두 사람 모두 조직을 크게 성장시켰다. 이 중 누가 옳고 그르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각각의 방식엔 모두 장단점이 존재한다. 경영 전문가 4명에게 두 거물 경영인으로부터 취할 점과 버릴 점을 들어봤다.
①김성수 서울대 경영대 교수
조직 유형엔 상반되는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GE와 쌔스는 각각의 유형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하나는 GE가 대변하는 '시장형 기업 문화(market culture)'이고, 다른 하나는 쌔스가 대변하는 '공동체형 문화(clan culture)'다. 일본은 공동체형을 택했다가 조금씩 시장형으로 돌아서고 있고, 우리는 공동체형에서 시장형으로 기업 문화가 급변했다.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다. 시장형은 직원들이 분발하게 된다. 잘릴까 무서워서이다. 부드럽게 말하면 동기 부여고, 사실은 공포감 조성을 통한 동기 부여다. 이렇게 하다 보면 직원 역량의 평균치가 엄청나게 향상될 수 있다.
문제는 조직 문화가 악화되는 것이다. 지나치게 경쟁적이 되고, 보신주의가 된다. 또 근속 연수가 긴 사람들이 뭉치므로 새로운 사람이 잘릴 확률이 더 높아진다. 매년 10%를 기계적으로 자르다 보면 나중엔 괜찮은 사람도 자르게 된다.
웰치 회장은 워낙 카리스마가 있기 때문에 하위 10% 퇴출 방침을 20년 동안 밀어붙였지만, 이멜트 회장은 취임 후에 그 방침을 버렸다. 감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무조건 10% 쫓아내는 일은 안 한다.
반면, 공동체형이 뭐가 좋으냐면, 사원들이 엄청난 충성심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공동체형은 위기가 오면 사람 수는 건들지 않는 반면, 급여는 탄력적으로 조정한다. 총액 인건비는 사람 곱하기 급여다. 시장형은 사람을 잘라서 줄이는 스타일이고, 공동체형은 사람은 놔두고 1인당 급여를 삭감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 불황이 깊어지면 어려움에 부닥친다. 1~2년은 참을 수 있지만, 시간이 길어지면 견뎌낼 수 있는 기업은 없다.
②이지환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인사관리 측면에서 보면 잭 웰치식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목표를 따라가지 못하는 직원들을 무작정 이끌고 가기에는 기업이 져야 할 비용이 너무 크고, 효율성도 떨어진다.
하위 10%를 자르는 대신, 이들이 조직에 제대로 적응하도록 교육할 수도 있지만, 개인마다 학습 능력 차이가 있고, 배움에 따른 변화나 효과는 표면적 성과로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잭 웰치와 굿나잇 회장 중 누구의 경영 방식이 옳고, 누가 그르다고 할 수는 없다. 이들이 처한 상황 자체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회사인 쌔스는 사업 성격과 구성원 연령이 비교적 젊다. 또 기업형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상장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경영자가 받는 압력도 GE 같은 상장 기업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③박형철 머서 코리아(인사 컨설팅 회사) 대표
개인적으로 잭 웰치의 경영 방식에 동의한다. 쌔스처럼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주고,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조직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는 이야기다. 요즘 경영계에서도 '진정성 경영' '따뜻한 경영'을 강조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떤 직원은 기회를 줘도 잘 개선이 되지 않는다.
성과가 부진한 직원을 조직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이는 조직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힘들어지고, 의욕이 떨어진다. A급 직원은 '나는 열심히 일을 하는데, 저 사람들과 대우가 차이가 없네'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 결과, 역량이 떨어지는 직원만 남고, 우수 직원은 조직을 떠나게 된다.
업무 성과가 떨어지는 직원은 적성에 맞는 부서로 이동시키는 게 좋다. 3년 정도 시간이 지나도 업무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그때는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기업을 보라.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늘 문제가 되는데, 그 이유는 평생 고용 때문에 조직원들이 무사태평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조직 문화로 굳어진 것이다.
웰치 회장은 A급 직원에 대한 보상을 강조했고, 굿나잇 회장은 조직 전체를 한배를 탄 동료라고 인식하고 전체를 이끌어나가는 리더십을 채택했다는 데서 가장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기업마다 성격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두 사람의 방식 중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좋고,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잭 웰치의 경영 방식으로는 직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잭 웰치 회장 밑에서 일한 직원 가운데 어느 누구도 "나는 우리 조직의 경영자를 신뢰한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창조경제가 더 강조되는 사회로 접어들면, 잭 웰치보다 굿나잇 회장의 경영 방식이 더 권장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쌔스를 100% 해고가 없는 기업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쌔스는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뿐 내부 평가 시스템은 굉장히 빡빡하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직원은 동료 평가에서도 낮은 평가를 면할 수 없다. 또한 쌔스는 목표를 높이 세우는 기업이다. 아무리 근무 환경이 사원 친화적이라고 해도, 조직의 목표를 따라가지 못하는 직원은 구조조정 같은 극단적 방식이 없다고 해도 조직에 계속 남아 있기 어렵다. 굿나잇 회장이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조직 내 썩은 사과를 그대로 방치한다는 뜻은 아니다.
쌔스의 경영 방식은 이 회사가 성공적 실적을 올리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잭 웰치가 GE CEO가 되었을 때는 기업이 위기 상황이었다. 만약 장차 쌔스의 경영이 순조롭지 못하고 적자가 누적된다면 그때도 지금 같은 방식을 고수할 수 있을까? 또 쌔스는 상장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외부적 압력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