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콘텐츠로 '재미'를 보기란 쉽지 않다

    • 박찬우·왓이즈넥스트 대표

입력 2013.10.26 03:01

대중은 웃음에 인색하다
시중에 뜨는 유행어를 들이댄다고 해서 대중이 마음 열진 않아

기업의 業에 충실해야
기업의 소셜미디어 재미에만 치중하면 기업 정체성 흩뜨려

박찬우·왓이즈넥스트 대표
박찬우·왓이즈넥스트 대표
"뭐 좀 재밌는 거 없어요? 아, 좀 먹히는 거 있잖아요."

기업의 소셜미디어 담당자들과 콘텐츠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다. 이러한 코멘트와 더불어 그들이 내놓는 콘텐츠 유형도 대체로 비슷하다. 정신없이 화려한 이모티콘, 다양한 컬러로 꾸민 콘텐츠, 제품이나 행사를 소개하는 웹툰…. 이른바 '튀는' 콘텐츠의 전시장이랄까. 그중에서도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를 활용한 콘텐츠나 패러디를 가미한 영상이다. 소위 '웃기는' 콘텐츠이다.

하지만 담당자들의 생각처럼 '재미있는' 콘텐츠로 '재미'를 보기란 쉽지 않다. 우선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난항을 겪는다. 이모티콘이나 다양한 컬러를 적용한 콘텐츠는 당연히 가독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웹툰은 눈에 띄기는 하지만 검색 엔진에 노출되기 어려운 데다 기업의 일방적 메시지 위주로 만들어지기에 독자들의 반향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표현 방식은 둘째 치고라도 기업의 메시지를 유머 코드로 콘텐츠화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문제다. 최근 '단언컨대' 신드롬을 일으킨 베가 아이언의 광고를 패러디한 '왕뚜껑'처럼 '웃기는' 콘텐츠가 효과를 본 적도 있지만 기업이 만든 패러디나 유머 코드의 소셜 콘텐츠는 그들만의 개그로 잊혀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소셜 웹에서 재미있는 콘텐츠란 대체 어떤 것일까? 많은 기업 담당자들이 '재미있다'를 '웃긴다'라고만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여기서 '재미있다'는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이는 소셜 웹의 본질을 생각해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소셜 웹의 기본적인 역할은 근본적으로 기존 미디어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시각을 제공해 많은 이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아이디어 상품으로 유명한 온라인 쇼핑몰 '펀샵(http://www.funshop. co.kr)'을 보자. 기존 온라인 쇼핑몰과 차별화된 펀샵의 제품 소개는 쇼핑몰 콘텐츠로서는 예외적으로 소셜 웹에서도 널리 회자될 만큼 인기가 있다. 단순한 풍선 인형을 37세 회사원으로 설정하고 그 일상을 스토리로 표현한 '케니 더 벌룬'의 제품 소개는 펀샵의 마니아를 만들어낸 대표적인 콘텐츠다. '케니 더 벌룬'은 사람 모양으로 생긴 풍선이며 딱히 용도가 없지만 '펀샵'에서는 인기 아이템이다. 펀샵의 제품 정보 콘텐츠에서 말하는 '재미'는 곧 '색다른 시각'이다.

온라인 쇼핑몰 ‘펀샵’에서 판매했던 풍선 인형 ‘케니 더 벌룬’.
온라인 쇼핑몰 ‘펀샵’에서 판매했던 풍선 인형 ‘케니 더 벌룬’. 단순한 풍선 인형을 37세 회사원으로 가정하고 갖가지 재미있는 스토리를 붙여 고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펀샵 홈페이지 캡처
자동차용품으로 유명한 기업 불스원은 자동차 관리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제품 담당자가 자사의 블로그(http:// blog.bullsone.com)를 통해 사용법을 직접 설명한다. 이 사용 설명서는 쉬우면서도 깊이가 있어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재미'는 '공유할 만한 가치'를 뜻한다.

한국지엠 블로그의 '대리운전기사의 캡티바 시승기(http://blog.gm-korea. co.kr/1829)'에서는 신개념의 자동차 시승기를 만날 수 있다. 기존 시승기는 자동차 전문가가 새로운 차를 시승한 느낌을 어려운 전문 용어를 사용해 표현한다. 반면 이 시승기는 친구처럼 편하고 쉽게 신차를 탄 느낌을 전달한다. 여기서 말하는 '재미'는 바로 '공감'이다.

이렇듯 소셜 웹에서 재미는 '웃긴다' 외에도 '색다른 시각' '공유할 만한 가치' '공감' 등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많은 기업이 기본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는 소셜미디어의 기능을 염두에 둔 탓인지 겉으로 보이는 '재미'에 집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재미를 추구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재미는 기업의 '업'에 충실해야 하고, 기업의 정체성을 흩뜨려서는 안 되며, 기업의 격을 떨어뜨려서도 안 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자.

최근 모 개그 프로그램의 "느낌 아니까~"라는 필 충만한 유행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이 이런 유행어를 아무 데서나 들이댄다고 해서 대중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대중은 생각보다 웃음에 인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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