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 마케팅' 한국에선…

입력 2013.09.28 03:07

고객 뇌 반응 조사… 히트 화장품 만들어
성형외과는 '단순한 광고' 로 성공

KT&G의 화장품 제조 계열사인 KCG라이프엔진이 2011년 말에 출시한 스킨케어 브랜드 '동인비'는 출시 100일 만에 매출 130억원을 돌파해 화제가 됐다. 성공 요인은 여성 소비자의 두뇌를 미리 읽어 여러 화장품의 기능들 가운데 '촉촉함'을 제품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당시 여성 소비자 60명을 모아 놓고 뇌파검사를 진행했다. 이들에게 먼저 자기 얼굴과 다른 여성의 사진을 보면서 피부에 집중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스킨케어 화장품을 쓸 때 피부에서 가장 개선하고 싶은 점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탄력' '촉촉함' '늘어짐''윤기' '모공' '잡티' 등 10가지 단어를 바꿔가며 물어봤다. 결과는 의외였다. 여성들은 말로는 탄력을 개선해야 할 1순위로 뽑았지만, 뇌파검사 결과 소비자들의 뇌는 '촉촉함'이란 단어에 가장 활성화됐다. 결국 KCG라이프엔진은 화장품의 수분량을 높이는 방법에 집중해 출시했다.

롯데홈쇼핑은 최근 시선 추적 방식을 이용해 카탈로그를 개선함으로써 구두 매출을 올렸다. 기존 A4용지 크기 카탈로그는 각 페이지에 구두 사진을 최소 2개에서 최대 15개에 이르기까지 중구난방으로 넣었다. 그런데 한 페이지에 구두 사진을 몇 개씩 넣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알기 어려웠다.

이 회사의 의뢰를 받은 뉴로 마케팅 업체 브레인앤리서치는 구두 소비자 50명에게 다양한 숫자의 구두 사진이 들어간 카탈로그 여러 장을 주고 언제 가장 시선이 오래 머무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구두 사진이 1~8개 들어간 카탈로그를 볼 땐 구두 사진 하나에 시선이 머무르는 시간이 2초였다. 하지만 구두 사진이 9~12개 들어간 카탈로그를 볼 때는 구두 사진 하나당 시선이 3초 이상 머물렀고, 12개 이상이 됐을 땐 2초로 내려왔다. 이 조사 결과에 따라 카탈로그 한 페이지에 구두 사진 숫자를 9~12개로 한정해 홍보한 결과 매출이 늘어났다.

한 대형 가전업체는 지난해 청소기를 쓰는 주부들의 애로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주부 30여명의 집을 찾았다. 주부들이 청소할 때 어떤 동작에서 근육 신경에 가장 많은 힘이 들어가고 스트레스를 받는지 신경 근전도 조사를 실시했다. 최근 많이 이용되는 뉴로 마케팅 조사 방법의 하나이다.

주부들에게 1시간가량 직접 청소를 시키면서 조사했더니 주부들은 청소기의 전선을 전원에 꽂고 빼기 위해 허리를 구부릴 때 허리의 근육 신경에 힘이 많이 들어갔고, 스트레스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기를 들고 어느 방에서 다른 방으로 문턱을 넘을 때 손목이나 어깨, 다리의 근육 신경에 가장 힘이 들어가리라는 예상과는 달랐다. 이 가전업체는 이 조사를 근거 삼아 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무선 청소기를 만들어 팔고 있다.

대전의 한 성형외과는 대다수의 경쟁 성형외과가 하는 것처럼 여성 모델 사진으로 홈페이지 팝업창을 만들어 '최대 ○○% 할인'이란 문구와 함께 홍보했지만 효과가 미미했다. 그래서 뉴로 마케팅 회사인 뉴로킷의 조언을 받아 새로운 실험을 했다. 모델이 등장하는 팝업창을 없애고 빨간색 배경에 노란색 글자로 '내 얼굴에 드라마가 시작된다'라는 간단한 문구만 썼다. 이렇게 바꾼 이유는 적절한 색깔의 보색대비와 단순한 문구의 사용이 무의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뉴로 마케팅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물론 뉴로 마케팅에도 한계가 있다. 소비자의 두뇌가 어떻게 감정적으로 반응하는지는 알 수 있지만,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는 아직 알기 어렵다. 또 특수 장비를 쓰기 때문에 조사 비용이 비싸며, 통상 20~100명 이내 인원을 조사하기 때문에 수백명에서 수천명을 동원해 직접 묻는 마케팅 방식보다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다. 김학진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장 가능성은 크지만 아직 뉴로마케팅은 기존의 마케팅을 보조하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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