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영화 100% 흥행 기적… 비법은 회사 내 계급장 떼기

입력 2013.09.14 03:31

'세계 최고 애니메이션 영화업체' 픽사 사장 에드 캣멀
픽사의 조직 운영 어떻게…
제작팀에 예산 등 全權부여 과정은 통제하지 않고 결과물로만 평가
시행착오 용인하는 조직문화가 핵심
시시콜콜 챙기는 미시 경영은 독약일 뿐
'꿈의 공장'은 늘 깨어있다

지난 6일 오전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차를 몰아 북동쪽으로 30분을 달리니 까만 철기둥 정문 위에 커다랗게 'PIXAR'라는 간판이 나타났다.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등 애니메이션 14편으로 전 세계에서 85억달러(약 9조3000억원)를 빨아들인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창의적 인 조직으로 소문난 곳이기도 하다.

'A stranger from outside(외부에서 온 낯선 사람)'라고 적힌 손님용 출입증을 받고 입장하니 회사가 거대한 리조트처럼 꾸며져 있었다. 드넓은 잔디밭, 곳곳에 솟아오른 야자수, 야외 수영장에 비치발리볼 경기장까지….

출근 시간을 맞아 직원들은 '스티브 잡스 빌딩'이라는 간판이 달린 본사 건물로 들어갔다. 믿기지 않을 만큼 큰 중앙 로비에서 직원들은 바퀴가 둘 달린 킥보드를 타고 씽씽 지나다녔고, 곳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큰소리로 웃고 떠들었다.

지난 6일 픽사 사옥에서 만난 에드 캣멀 사장이 최근 개봉한 '몬스터대학교'의 주인공 캐릭터 사진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뒷배경은 몬스터대학교의 기본 개념을 스케치한 그림을 합성한 것이다. / 데버러 콜먼 픽사 사진에디터
지난 6일 픽사 사옥에서 만난 에드 캣멀 사장이 최근 개봉한 '몬스터대학교'의 주인공 캐릭터 사진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뒷배경은 몬스터대학교의 기본 개념을 스케치한 그림을 합성한 것이다. / 데버러 콜먼 픽사 사진에디터
계단으로 2층에 올라갔더니 은색 머리칼과 구레나룻을 가진, 사람 좋은 인상의 할아버지가 안경 너머 동그란 눈으로 환하게 웃으며 마중 나왔다. 에드 캣멀(Catmull·68) 픽사 사장이다. "어서 들어오세요!"

그의 사무실 크기는 기자를 안내한 8년차 마케팅 부서 직원 다니엘라씨의 방 크기(2평)와 비슷했다. 방 안엔 컴퓨터와 책, 그리고 '몬스터 주식회사' 캐릭터 인형이 있었다. 사무실 구석에는 킥보드가 있었다. "킥보드를 이용하면 회사 내부에서 편안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거든요."

그는 픽사의 전신인 루카스필름 시절부터 픽사에 몸담았고, 1986년 스티브 잡스가 인수한 뒤에도 CTO(최고기술책임자)와 사장으로 계속 일해 왔다. 픽사의 아버지인 셈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흥행 성공률은 15%에 불과하다. 그런데 픽사가 출시한 영화는 100% 흥행했다. 기적의 묘약은 캣멀 사장이 34년에 걸쳐 픽사에 심어온 '평평한' 조직 문화였다.

2011년 '토이스토리3' 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기념해 픽사 직원들이 사옥 중앙 로비에 모였다 / 픽사제공
2011년 '토이스토리3' 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기념해 픽사 직원들이 사옥 중앙 로비에 모였다 / 픽사제공
"루카스필름에 있을 때부터 수많은 실리콘밸리 기업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또 급속도로 몰락했습니다. 그런 기업들이 성장할 때는 매우 똑똑한 사람이 있었고, 창의적이며, 좋은 고객이 있었고, 흥미진진했어요. 그런데 정점에 올랐을 때 그들은 바보짓을 하더군요. 그러고는 해체되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도대체 이 회사들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하고 말입니다. '왜 그들은 바보짓을 할까. 그러면 만약 우리도 성공을 거두면 바보짓을 할까'란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1995년 토이스토리를 내놓았을 때 저는 제 꿈(첫 번째 장편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을 이룬 셈이었습니다. 그리고 혼란에 빠졌습니다. '목표를 이뤘는데, 그럼 이제 뭐하지?'란 생각을 한 것이죠. 그리고 저는 새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 목표는 '어떻게 지속 가능한 창의적 조직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관료주의를 언제나 미심쩍어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조직의 가치는 조직에 계급(hierarchy)을 만들 때 왜곡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때 픽사의 조직을 변화시켜 나간 철학이 무엇입니까?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만약 성공을 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이어나가려는 의무감을 가지게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들은 일하는 과정을 통제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 많은 희생이 발생합니다. 직원들을 움츠러들고 얼어붙게 만들며, 결국 변화에 두려움을 가지게 만듭니다. 그러면 어떻게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할까요? 경영자들은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하죠. '직원들에게 대우를 잘해줘라' 또는 '창의적인 사람이 돼라'고 말이에요. 하지만 이들에게 동시에 이렇게 말합니다. '넌 지켜야 하는 예산이 있고 마감에 맞춰 일을 끝내야 돼'라고요. 자 그런데 그들에겐 뭐가 더 중요할까요?"

―예산과 마감 시한이겠죠.

"맞습니다! 만날 똑같은 말만 반복하죠. 좋은 말만 합니다. 하지만 사실 관리자들의 관심은 온통 '아, 내 통제에서 벗어나면 안 되는데'에 있습니다. 그것이 모든 것을 망칩니다. 그래서 우리의 과제는 어떻게 조직을 홀가분하게 만들 수 있을까였어요. 사람들이 실수를 하게 만들고, 그것에 '오케이!'라고 해주는 거였습니다. 세상은 너무 복잡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톱다운 방식으로만 보면 위에 있는 사람은 항상 뚜렷한 관점을 가지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최고의 결정만 내리면 아래 직원이 잘해주길 바랍니다. 그러나 세상을 나가 보면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불확실합니다. 그래서 제 관점은 결정을 내릴 때 누구에게도 허락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그게 핵심입니다. 그렇게 하면 많은 직원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한마디로 조직의 구조 그 자체를 조직이 스스로 알아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재창조하는 겁니다. 직원들에게 스스로에게 문제를 해결하도록 권한을 주는 거죠. 그렇게 하려면 그들이 실패하고 시행착오를 겪도록 놓아두고, 그것에 대해 만족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훨씬 튼튼한 조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장님은 모든 영화 제작의 전권, 심지어 예산 문제까지 감독과 해당 팀에 준다고 합니다. 그들의 제작 모임엔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고요. 그건 경영자로서 위험한 일 아닙니까?

“아, 물론 과정과 제작비, 직원 등 이 모든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집니다. 예산이나 스케줄이 가장 중요하면 그 문제에도 집중하죠. 그렇다면 열린 문 정책과 질서 사이에 균형을 맞춰주는 건 무엇일까요? 그건 결과로서 영화가 매우 탁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매일 예산을 살펴보고, 스케줄을 체크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밤을 새워서 일하도록 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결과물만 탁월하면 그걸로 됐다는 겁니다. 제가 일하면서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은 직원들 스스로 ‘내가 쓰레기 같은 것을 만들었구나’라고 느끼게 하는 겁니다.”

픽사 애니메이션의 흥행 실적
12년간 히트작 없던 디즈니를 구하다

캣멀 사장이 말하는 평평한 조직문화란 어떤 것일까? 2006년 디즈니와 픽사가 합병한 뒤 디즈니의 구원투수로 영입된 그가 디즈니에서 어떤 일을 벌였는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했을 때 픽사 직원들은 공포에 떨었다. 픽사와 디즈니는 앙숙 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은 정반대로 흘렀다. 오히려 디즈니가 픽사에 손을 내민 것이다. 디즈니의 밥 아이거 회장은 픽사의 에드 캣멀 사장과 존 래스터 CCO(최고창조책임자)에게 계열사인 디즈니애니메이션 사장과 CCO를 각각 겸임하게 함으로써 애니메이션 종가 디즈니의 명성을 되살리는 일을 맡겼다.

“제가 갔을 때 디즈니는 무려 12년 동안 아무런 히트작이 없었습니다. 라이온킹이 마지막 히트였어요. 문제는 디즈니가 과정을 통제하는 회사였다는 겁니다. 일부 감독의 시각으로만 결정된 스토리로 영화를 만들어 참패했습니다. 또 너무 극심한 미시 경영(micro managing)이 벌어지고 있었어요.” 그는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을 이어갔다.

“한 예로 재무팀이 영화 제작팀을 통제하고 있었고, 이 때문에 두 팀은 지속적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저는 당장 재무팀을 없앴습니다. 완전히 불필요했거든요. 영화 제작팀 스스로 예산을 얼마 써야 하는지 알고, 데드라인도 잘 알고 있거든요.

저는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그런 세세한 문제엔 아무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건 제작팀이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그 재무팀은 시시콜콜 ‘당신들은 지금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어요. 그런 바보 같은 소리가 어디 있습니까. 어떻게 처음부터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나요? 저는 제작팀에 ‘영화를 만들 때 제작비를 스스로 결정하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오, 좋습니다!’라고 반기더군요. 순식간에 행복해졌어요. 그래서 나온 것이 ‘라푼젤’이었습니다. 아니 좋은 영화 만들었잖아요? 예전에 사람들은 불필요한 문제에 시간 낭비를 하고 있었던 겁니다.”

디즈니에서 캣멀이 부임하기 전엔 ‘보물섬’부터 ‘공주와 개구리’까지 제작비가 1억5000만달러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캣멀이 주도한 ‘라푼젤’은 갑자기 2억6000만달러를 썼다. 그는 디즈니에 픽사의 문화를 하나씩 도입했다. 무엇보다 실패를 해도 안전하다는 문화를 만들었다. 디즈니는 2010년 ‘라푼젤’ 로 5억9000만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린 뒤 다시 과거의 황금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디즈니와 픽사를 완전히 별개로 운영하는 원칙은 엄격히 고수한다고 했다. “사람을 주고받거나, 서로 도움을 주는 일을 하지 말자는 겁니다. ” 그는 매주 화요일 디즈니가 있는 할리우드로 갔다가 수요일에 다시 픽사로 오는 생활을 한다.

매일 평가회의… 칼 같은 피드백

캣멀 사장이 픽사에 구축한 평평한 조직 문화는 오늘도 매일 살아 숨 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직원 모두가 참여하고 결정하는 피드백 문화이다.

픽사에선 3~4개의 영화 제작이 동시에 진행되며, 영화 하나에 200~300명이 매달린다. 그런데 제작팀이 매일 오전 의식처럼 치르는 행사가 하나 있다. 애니매이터와 디렉터들이 그룹별로 작은 영화방에 모여 전날의 업무 진척 상황(미완성 작품)을 발표한 뒤 상사와 동료의 피드백을 받는 일일 리뷰회의이다. 경영진과 다른 부서 직원도 수시로 참여한다. 소파에 반쯤 누워 커피와 과자를 즐기면서 하는 회의지만, 피드백은 칼날처럼 날카롭다. 영화 하나를 만들기까지 이런 회의를 꼬박 2년을 한다.

‘집단 창의성’이 실현되는 현장인 것이다. 관리자가 일방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대부분의 기업들 눈엔 마치 외계의 모습 같을지 모른다.

‘두뇌위원회’란 제도도 있다. 픽사의 대표 감독 7~8명이 1년에 3~4차례 모여 현재 진행되는 영화 프로젝트에 대해 비평하는 위원회이다. 위원회의 모토는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게(brutally honest)’이다. 그러나 위원회의 의견은 조언일 뿐 반드시 수용할 필요는 없다.

―직원이 매일 미완성 작품을 보여주면서 피드백을 받는 일은 직원에겐 굉장한 스트레스겠어요.

“그렇죠.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습니다. 그런데 매일 하면 달라진다는 겁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 직원들이 자신의 작품을 존 래스터 감독(‘토이스토리’의 감독이며 현 CCO)에게 보여주면 긴장할 겁니다. 그런데 그 방에 있는 모든 동료가 다 똑같이 보여주면, 그 정도로 긴장하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매일 하면 더 이상 긴장이 없어집니다. 바로 그 긴장이 없어진 그 순간, 다시 일에 집중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합니다. 그때 창의성이 생겨납니다. 자아 중심 사고방식에서 문제 중심 사고방식으로 전환하는 겁니다.”

픽사의 직원 다니엘라씨는 “일일 리뷰회의에서 높은 목청과 넘치는 에너지로 자신만의 주장을 해야 하는데, 마치 아이가 태어나면서 말을 배우는 과정과 같다”고 말했다.

사옥 2층에 마련된 영화 ‘몬스터대학교’의 제작 과정 전시 공간엔 영화 제작의 고충을 엿볼 수 있는 피드백의 흔적이 있었다. 남성인 ‘악어’ 캐릭터가 여성인 ‘지네’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주는 스케치 그림이 수백 점 걸려 있는가 하면, 영화를 보는 관객의 감정선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열망, 배신 같은 30개의 키워드로 분석한 표도 걸려 있었다.

①스티브 잡스의 픽사 CEO 시절, 픽사 3인방인 에드 캣멀, 스티브 잡스, 존 래스터(왼쪽부터)가 자리를 같이했다.
①스티브 잡스의 픽사 CEO 시절, 픽사 3인방인 에드 캣멀, 스티브 잡스, 존 래스터(왼쪽부터)가 자리를 같이했다. ②픽사 직원은 사무실 공간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마음껏 꾸밀 수 있다. 사진은 한 직원이 마치 산속 오두막처럼 꾸민 사 무실에서 일하는 모습. ③④픽사는 '픽사 대학'이라는 사내 교양 강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영화와 직접 관련이 없는 프로그램도 많다. ⑤존 래스터 CCO(앞줄 왼쪽에서 둘째)와 직원들이 3D 안경을 쓰고 함께 영화를 감상하고 있다. / 픽사 제공
픽사 대학서 재충전… 직원끼리 소통

픽사 본사는 지붕을 유리로 덮은 세로로 150m 길이의 기다란 건물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픽사의 CEO이던 시절 직접 설계에 참여해 2000년에 세웠다. 그런데 건물의 남녀 화장실 4개, 회의실 8개, 카페, 식당이 모두 거대한 중앙 로비에 몰려 있고, 사무실은 중앙 로비를 기준 삼아 좌우로 포진해 있다. 건물의 양쪽 끝에서 중앙으로 걸어오려면 4~5분은 걸린다. 그런데 이런 불편함에도 이유가 있다. 캣멀 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스티브는 중앙으로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는 시설을 디자인했어요. 예술을 담당하는 직원, 기술을 담당하는 직원이 의도하지 않게 우연히 만날 때 컴퓨터 앞에 온종일 앉아있는 것보다 더 창의성이 배가된다는 생각이었죠. 전문 분야가 완전히 다른 직원들에게 일종의 결혼을 시켜주는 겁니다(웃음).”

픽사는 스토리와 애니메이션을 담당하는 파트는 오른쪽에, 컴퓨터 기술을 담당하는 파트는 왼쪽 공간에 배치했는데, 이는 인간의 뇌 구조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좌뇌와 우뇌의 스파크가 일어날 때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태어난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존 래스터 픽사 CCO는 “기술은 예술에 영감을 불어넣고, 예술은 기술에 도전한다”고 말하곤 한다.

캣멀 사장은 ‘픽사 대학’이라는 사내 교양 강좌 프로그램의 목적도 ‘관계 맺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많은 기업이 교육 프로그램을 훈련과 교육 목적이라 생각하지만, 정말 큰 목적은 관계 맺기에 있어요. 이 수업은 예술을 하는 사람, 기술하는 사람이 같이 듣죠. 자기 업무만 해선 못할 상호작용을 합니다.”

흥행신화는 패배자들이 쓴 것

―사장님은 ‘항상 나보다 유능한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고 하셨죠. 픽사의 모든 직원은 사장님보다 유능한가요?

“참 좋은 질문이군요(웃음). 유능하다는 것은 똑똑하다는 뜻 말고도 다양한 뜻이 있어요. 그건 직원들이 나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며 나를 돕는 존재임을 받아들이겠다는 믿음을 이야기한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당신보다 객관적으로 덜 유능한 사람도 편안하게 고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새로 뽑은 직원이 있으면 무조건 ‘이 직원은 나에게 없는 기술이 있겠거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픽사의 대부분의 직원은 저에게 없는 능력이 있어요.”

‘픽사 웨이’란 책을 쓴 빌 캐포더글리에 따르면 픽사 신화를 창조한 주역들은 패배자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존 래스터 CCO는 사회 초년병 시절 디즈니에 입사했다 해고당한 전력이 있다. 그랬던 그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디즈니의 구원투수로 금의환향하게 된다. 또 메가 히트작 ‘인크레더블’과 ‘라따뚜이’를 만든 브래드 버드 감독도 한때 디즈니에 취직했다가 쫓겨났으며, 워너브러더스에서 만든 ‘아이언 자이언트’는 흥행에 참패했다.

―브래드 버드 감독을 어떻게 변화시킨 건가요.

“자신만의 공간과 기회를 준 겁니다. 브래드는 제겐 정말 대단한 친구예요. 사실은 그가 실패자가 아니라 그가 속한 조직이 실패한 겁니다. 그래서 전 그를 뽑을 때 ‘그를 지원하자. 열정을 살려보자’고 했죠.”

버드 감독은 인크레더블이 빅히트를 친 뒤 이렇게 말했다. “이 모든 것은 픽사의 경영진이 우리가 정신 나간 짓을 하도록 그냥 내버려 두었기에 가능했어요.”

하수구까지 들어가 보고 실감 영상 재현

―픽사의 규칙 중 하나는 ‘우수한 이야기 먼저, 그런 다음 애니메이션’이라고 들었습니다. 훌륭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비결이 무엇입니까?

“비결의 하나는 회사 밖으로 나가는 겁니다. 일상적인 경험에서 탈출하는 거죠. 예를 들어 ‘니모를 찾아서’를 만들 때 우린 하수구에 들어갔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하수구 시스템요. 기억합니까? 니모가 배수로에 빠집니다. 그래서 하수구에 갔어요. 하수구가 어떻게 작동할까? 현장에서 우린 확인합니다. 물고기가 하수구에 들어가면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직접 체험해 봤더니 답은 ‘생존할 수 있다’더군요(웃음). 아니, 보통 사람은 하수구에서 견학 같은 것 안 하잖아요(웃음).”

―이번에 개봉한 ‘몬스터 대학교’는 어떻습니까?

“우리가 만들려는 대학은 매우 저명하고 품격 있는 대학이어야 했습니다. 뭘 했을까요? 우린 하버드에 갔습니다. UC버클리에도 갔습니다. 매우 품격 있고 고풍 있는 캠퍼스에 간 것입니다. 기숙사에도 들어갔죠. 기숙사 안은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떻게 생겼을까? 생각보다 지저분하더군요(웃음). 학생들이 게시판에 어떻게 글을 올릴까? 그걸 가지고 영화에 반영한 겁니다.

영화 ‘라따뚜이’ 때는 파리에 갔습니다. 쥐가 요리사가 되는 영화잖아요? 그래서 우린 파리 최고의 레스토랑들에 갔습니다. 레스토랑의 바닥과 천장, 그리고 그 바닥에 쌓인 먼지는 뭔지, 그 형태가 어떻게 생겼는지, 사람들은 뭘 입고, 뭘 먹는지 전부 사진으로 찍어옵니다. 실제 그곳의 주방에서 발견한 부분이 영화에 반영됐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그 최고의 레스토랑 주방에는 못 들어가 봅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관객은 모릅니다.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 그러나 관객은 그 장면에서 ‘아, 이 영화가 뭔가 진짜다’라는 직감을 갖게 됩니다. 그 진짜라는 직감을 가질 때 비로소 관객은 영화에 푹 빠져들게 됩니다. 우린 관객이 모르는 현실을 반영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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