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는 列島가 그리워하던 가미카제… "단언컨대, 아베노믹스는 실패합니다"

입력 2013.08.17 03:01

일본의 차세대 경제학자, 오바타 교수의 도발적 주장
아베노믹스의 인기요? 경제 아닌 사회심리학적으로 봐야죠
그동안 마음이 꽉 막혔던 일본인들은 가미카제같은 존재를 기다렸습니다
모든 걱정을 한번에 없애줄 존재 말이죠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행복한 꿈을 꾸고 싶었던 겁니다
아베노믹스는 '일종의 눈속임'입니다···인플레 2% 달성? 애시당초 불가능해요
엔저가 일본에 도움이 된다고요? 그것도 깨져야 할 상식이죠
어쩌면 엔고가 유리할 수도 있단 말입니다
아베 정책 비판했더니 TV출연 뚝 끊겼어요···씁쓸하지만, 난 요즘 코미디쇼에 나갑니다

지난 12일 발표된 일본의 올 2분기 경제성장률(연율 환산 2.6%)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면서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베노믹스 비판론은 일본 내부에도 적지 않다. 대표적 비판론자인 오바타 세키(小幡績·46) 게이오대 경영대학원 교수를 서울 카이스트경영대학원에서 만났는데, 그는 "아베노믹스는 눈속임이다.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올 들어서만 '리플레는 위험하다' '하이브리드 버블' 등 아베노믹스 비판서 2권을 낸 그는 최근 '카이스트·게이오·칭화대 MBA 공동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일본 사회에서 아베노믹스가 크게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그는 경제학이 아니라 사회심리학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일본 국민의 마음은 꽉 막혀 있었습니다. 모든 걱정을 단번에 날려 줄 가미카제(神風)라도 불어주기를 바라는 심정이지요.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꿈을 꾸고 싶다는 겁니다."

그는 "재미있는 것은 '아베노믹스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6~7할이나 되는 반면 '생활이 나아졌습니까' '소비를 늘리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네'는 1할뿐이고, '바뀌지 않았다'가 8할"이라고 전하고 "그런데도 아베노믹스 지지 비율이 높은 것은 '내 급료가 오르지 않더라도 일본 분위기가 밝아진다면 이전보다 나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주류 언론이 아베노믹스 비판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요즘엔 TV 출연도 못한다"면서 "대신 코미디 쇼나 슈칸겐다이(週刊現代·폭로 기사 위주의 옐로페이퍼)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오바타 교수는 도쿄대 경제학부를 수석 졸업했고, 대장성(현 재무성)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8년 만에 퇴직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3년부터 게이오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경제 주간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 최근호는 오바타 교수가 쓴 '리플레는 위험하다'를 올여름의 경제 필독서 20권 중 하나로 꼽았다. 이 잡지는 '깊은 연구 없이 아베노믹스 예찬이 퍼지는 상황에서 경고음을 내고 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정통적인 경제학 스탠스를 견지하면서 기대만으로 시장을 조작하는 일의 무모함을 알기 쉽게 전달해 준다'고 서평에 썼다. 아베노믹스가 왜 실패한다고 보는지 오바타 교수의 주장을 다섯 가지로 요약해 본다.

그래픽=김성규기자 사진=채승우기자
①인플레는 일어나기 어렵다

아베노믹스의 요체는 인플레이션을 의도적으로 유발해서 현금을 들고 있는 것보다 값이 오르기 전에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수요를 늘려 경기를 개선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오바타 교수는 "일본 정부의 2% 인플레 목표 달성은 애당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0%에 근접한 인플레이션이 지난 20년간 계속돼 온 것은 사람들이 물건을 사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요가 늘지 않는다는 것. 수요가 늘어나려면 개인의 구매력이 더 생겨야 하는데, 그러려면 임금이 늘어야 한다. 하지만 일본인의 평균 임금 수준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돈 많이 받던 베이비부머가 은퇴하고, 돈 못 받는 젊은이들로 고용 시장이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금리가 낮아도 매출이 늘어날 전망이 보이지 않으면 기업은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 개인도 소득이 없는 한 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금융 정책으로 수요 회복의 계기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만, 물가가 계속 상승하기 위해서는 수요가 계속적이고 자율적으로 생겨나지 않으면 안 된다. 금융 정책만으로는 인플레 유발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오바타 교수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고안해 낸 혁신적 기구이다. 디플레 탈피를 위한 두 고육책이 성공하지 못한 것은 역으로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를 보여준다고 오바타 교수는 주장한다.

②인플레가 일어나도 걱정이다

설사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더라도 기대하던 수요 증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오바타 교수는 내다봤다. 고용 시장이 악화된 상황에서 물가가 오를 조짐을 보이면 일본인들은 되레 돈을 쓰지 않고 저축을 하려 할 것이고, 수요는 늘어나기는커녕 줄어든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실질 소득이 줄어들고 생활수준이 떨어지므로 이에 대비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부자를 제외하고는 가격이 오르기 전에 사려고 달려드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 오히려 저축을 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안 그래도 낮은 임금으로 고통받는 젊은 세대의 실질임금이 더 줄어든다. 오바타 교수는 "젊은 층 소득을 높이는 것이 경기 개선이나 국가 미래를 위해 중요한데, 아베노믹스는 이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란 것 자체가 좋지 않다. 실질소득을 떨어뜨리고, 경제 회복의 의지를 꺾는다"고 말했다. 그는 "3%의 인플레이션 때문에 영국이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실업률도 매우 높다. 그래서 문제 해결을 위해 영란은행은 총재를 캐나다에서 '수입'해 왔다"고 말했다.

③국채 폭락으로 일본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

오바타 교수는 "국채(정부가 발행한 채권) 가격 폭락의 위험성이 아베노믹스의 급소"라고 말했다.

물론 일본 국채 폭락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지금까지 수없이 제기돼 왔다. 일본의 국가 부채가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해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런 우려가 제기되고 헤지펀드들이 국채 매도에 나설 때마다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국채를 사들여 국채 폭락 우려는 기우로 판명되곤 했다.

오바타 교수는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고 말한다. 그는 그 이유로 엔저를 꼽는다. 그는 아베노믹스가 추진하는 엔저 자체가 국채 가격 폭락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달러 베이스로 투자를 생각할 경우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일본 국채 가격이 사실상 하락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 국채의 90% 이상을 일본 투자자(주로 기관투자가)가 보유하고 있고, 해외투자자의 일본 국채 투자 비중은 10%가 안 돼 이런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오바타 교수는 '하이브리드 버블'이란 책에서 "해외 투자자의 국채 보유비율이 낮긴 하지만 매매회전율이 높아 국채 선물(先物) 거래량의 40%를 점유하고 있어 단기적 영향력 측면에선 중요한 투자자"라고 설명했다.

또 엔저와는 별개로 당국의 의도대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시장 금리가 따라 오르고 상황은 더 악화된다. 오바타 교수는 "일본은행(중앙은행)은 '멍청하니까' 비싼 값에(낮은 금리에) 국채를 사들이고 있지만, 시중은행은 앞으로 점점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에 맞춰 국채 금리도 올리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는 국채 가격의 하락을 의미한다. 만일 국채 가격이 폭락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투자의 일환으로 일본 국채를 200조엔 가까이 보유한 일본 은행들이 큰 평가 손실을 보게 되고,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다. 이는 은행의 도산으로 이어지고, 기업은 대출길이 막혀 투자를 하기 어려워진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은행에 구제금융을 투입하는데,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더 많이 발행해야 하고, 이는 국채 가격 하락을 더욱 부채질한다.

④엔저는 일본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엔저가 일본 경제에 오히려 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엔저는 수출과 대기업 의존형 구조를 고착화하는 반면, 일본 젊은이들이 창업을 하거나 취업하는 데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엔저가 일본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상식은 깨져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도요타가 렉서스를 미국에서 5만달러에 팔 경우, 이 가격은 시장의 최적으로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엔화 약세가 돼도 도요타가 값을 크게 내리지는 않는다. 따라서 자동차 수출이 크게 늘어나지도, 일본 공장의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지도 않는다. 다만 도요타의 이익률이 올라갈 뿐이다.

그는 또 일본 수출 기업의 상당수가 달러가 아닌 엔화 베이스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제품의 높은 경쟁력을 기반으로) 엔화 가치가 떨어져도 득을 보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말한다. 여기에 덧붙여 그는 "일본이 지속 성장하려면 종전처럼 전부 일본에서 생산해 해외에 수출하는 모델, 일본이 혼자 잘해서 잘살겠다는 식으로는 불가능하다"며 "현지에 가서 그 시장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현지 파트너와 협업하는 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데, 이런 현지 투자 방식의 진출에는 엔고 쪽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아베노믹스
⑤주가 상승은 경제와 무관하다

오바타 교수는 아베노믹스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가 내용 면에서는 크게 바뀐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단지 주가가 올라서 소비가 조금 늘었다는 정도인데, 낙관론이 사라지면 주가도 떨어지고 소비도 줄어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속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기가 좋아진 데다, 아베노믹스로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심리가 일면서 주가가 올랐을 뿐 펀더멘털에 기인한 주가 상승이 아니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과거 일본 사례를 분석해 봐도 양적 완화나 엔저의 초반부에는 주가가 잠깐 크게 올랐다가 결국 떨어지는 과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 주가는 여전히 아베노믹스 이전 수준에 비해서는 높지만, 4월 4일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의 금융 완화 정책 발표에 따른 상승분은 이미 반납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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