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의 재발견… "베푸는 자가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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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3.07.20 03:04

      29세 때 와튼스쿨 최연소 종신교수 된 애덤 그랜트의 유쾌한 반란
      남 도와주는 '기버' 중 꼴찌 많지만 1등도 그만큼 많이 차지해
      요즘은 협업과 팀으로 일하는 시대 소셜미디어 보면 나쁜 사람 바로 알아
      직원 평가 방식 바뀌어야, 일을 얼마나 잘하느냐만 따지지 말고 타인에게 좋은 영향 주는지도 고려해야

      아담 그랜트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 중 하나는 '신데렐라'와 '콩쥐팥쥐'류의 동화다. 착한 사람이 결국엔 승리하고 보상받는다는 주제를 담은 비슷한 이야기가 확인된 것만 수백 개가 넘는다.

      왜 그럴까. 사람들은 누구나 깊은 의식 속에 "착한 사람이 잘돼야 한다"는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사람을 너무 쉽게 믿는 착한 사람의 실패 사례가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가.

      실제로 많은 연구 결과는 남에게 주기만 하는 사람이 사회에서 실패할 확률도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베푸는 사람이 이기적인 사람보다 수입이 평균 14% 적고, 사기 등 범죄 피해자가 될 위험이 두 배 높으며, 실력과 영향력은 22% 낮게 평가받는다는 조사도 있다. 적자생존과 무한 경쟁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이란 추론도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올봄 미국의 31세 신예 심리학자가 쓴 '베푸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주제의 책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가 유쾌한 반란을 일으켰다.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한때 아마존 종합 3위, 뉴욕타임스 2위까지 올랐고, 국내 번역본도 교보문고 종합 2위까지 올랐다. 이 책의 미덕은 수없이 많은 실증 분석과 사례를 통해 그동안 과소평가돼 온, 베푸는 삶의 성공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보여준 데 있다.

      저자 애덤 그랜트(Grant) 교수는 2011년 29세에 와튼스쿨의 최연소 종신교수가 됐다. 지난해 포천지는 그를 40세 이하 세계 톱 비즈니스 교수 40인 중 한 명으로 꼽았고, 비즈니스위크는 '올해의 인기 교수'로 선정했다. 그는 최근 2년간 학부 강의 평가에서 수강생 80여명 전원으로부터 4.0 만점을 받았다.

      그를 만난 것은 필라델피아 시내에서 택시로 20분 정도 떨어진 주택가의 퓨전 레스토랑이었다. 청바지에 빨간 라운드티, 진한 감색 재킷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환하게 웃을 땐 입이 얼굴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와 음식을 나눠 먹으며 2시간 반에 걸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의 말을 이해하려면 우선 그가 쓰는 독특한 용어부터 익숙해져야 한다. 그는 사람에겐 세 가지 유형이 있다고 주장한다.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기를 좋아하는 '기버(giver)'와 준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바라는 '테이커(taker)',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매처(matcher)'가 그것이다.

      그랜트 교수가 뽑은 비즈니스계 3개 기버
      성공의 방정식이 바뀌다: 먼저 베풀면 성공은 따라온다

      ―책의 핵심 주제가 무엇인가. 단지 성공한 사람 중에 기버가 일부 있다는 게 아니라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버가 돼야 한다는 것 아닌가. 즉, '기브(give)'를 하면 성공할 확률이 커진다는 것인가.


      "그렇다. 정확히 맞는다. 사람들 대부분이 기버는 꼴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테이커는 사람을 이용하고 기버는 자기 시간과 에너지를 소진해버려 결국 녹초가 돼 버린다는 것이다. 수많은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기버는 흔히 말하는 성공의 사다리 맨 아래로 추락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사다리 맨 위도 역시 기버가 많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증거가 아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기버가 꼴찌를 할 뿐만 아니라 일등도 많이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도와줌으로써 당신을 성공하게 만드는 정말 많은 강력한 방법이 있다."

      실제로 그랜트 교수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영업 사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적이 나쁜 영업 사원들의 '기버 지수'는 실적이 평균인 영업 사원들보다 25% 더 높았는데, 실적이 좋은 영업 사원들의 기버 지수도 평균보다 높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또한 최고 영업 사원은 기버였으며, 테이커와 매처보다 50% 높은 실적을 올렸다.

      ―갈수록 베푸는 일이 성공하는 데 더 중요해진다고 했는데, 왜 그런가.

      "통신과 교통의 발달로 세상 사람들이 더욱더 서로 연결되기(connected) 때문이다. 과거에 사람들은 훨씬 독립적이고 분리된 채 일했지만, 요즘은 많은 조직이 협업을 하고 팀으로 일한다. 서비스산업의 폭발적 성장도 한몫했다. 그 분야 사람들은 손님과 고객에게 얼마나 혜택을 주고 잘 봉사하느냐가 생명이다. 여기에 소셜 미디어가 힘을 보탰다. 페이스북 프로필만으로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낼 수 있다. 나쁜 사람은 금방 들통 난다."

      ―기존 경영학과는 사뭇 다르다. 현재의 경영학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제 기업은 성과를 평가하고, 인재를 보상하고 진급시키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사람들의 동기·능력·재능, 그리고 그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느냐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치느냐도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한다."

      ―베푸는 사람 중에서도 어떤 사람은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어떤 사람은 실패한다. 왜 그런가.

      "한없이 베풀기만 하다 녹초가 되면 결국 실패한다. 성공한 기버의 공통적 특징은 다른 사람의 이익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도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가 '인간의 본성에는 두 가지 큰 힘이 있다. 하나는 자기 이익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에 대한 배려이다. 자본주의의 미래는 둘을 합친 하이브리드 엔진'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CEO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기버를 꼽는다면.

      "'니모를 찾아서'와 '토이 스토리'를 제작한 픽사(3D 애니메이션 업체)의 에드 캐트멀 회장이 생각난다. 픽사가 다른 회사에 인수됐을 때 그는 직원을 해고해야만 했다. 상사가 그를 불러 말했다. '나는 두 사람의 이름을 원합니다. 내일 아침까지 가져오세요.' 에드는 다음 날 아침 그의 사무실로 가서 말했다. '여기 두 사람 이름이 있습니다.' 그러곤 그는 자기 이름과 다른 고위직의 이름을 냈다. 그리고 말했다. '여기서 해고될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해고하고 싶다면 나를 해고하세요'라고…. 멕 휘트먼 HP CEO와 존 헌츠먼 시니어 헌츠먼코퍼레이션 창업자도 대단한 기버이다."

      ―당신이 CEO라면 당장 무엇을 하겠는가.

      "직원들이 서로 더 많이 잘 베풀도록 격려하는 문화를 만들겠다. 채용할 때 능력은 있더라도 테이커는 배제하고, 기버와 매처 위주로 선발하겠다. 이미 테이커를 구분할 수 있는 일부 기법이 개발되고 있다. 또 직원 중에서 기버가 더 많은 보상을 받고 승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그랜트 교수는 서로 베푸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당장 적용할 수 있는 기법으로 '호혜의 고리(reciprocity ring)'를 들었다. 15~30명으로 소그룹을 만들고 한 사람이 어떤 부탁이든 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랜트 교수는 "IBM·시티그룹·에스티로더 등 많은 기업과 같이 활동을 해봤는데, 약 80% 이상의 부탁이 해결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일주일에 한 번 20분씩만 해도 조직 내에 혁신적 아이디어와 생산성이 넘쳐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적 테이커에 대처하는 방법

      그랜트 교수 본인 스스로도 베풂을 실천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자기 휴대전화 번호를 모든 학생에게 공개하고 언제든 도움이 필요할 때 전화하라고 한다. 그가 하루에 받는 이메일은 약 300통. 모든 이메일에 24시간 이내에 답장을 해준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그는 또 1년에 써주는 추천서가 100통이 넘는다고 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똑같이 '베풂의 근육'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근육이 처음엔 약하지만 계속 운동하면 강해지는 것처럼 베풂도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 간의 관계를 깊고 넓게 만든다"고 말했다.

      ―베풂과 성공의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사람의 세 유형
      "두 사람의 영향이 컸다. 고등학교 때 스프링보드 다이빙 코치였던 에릭 바스트라와 하버드대 입시 때 면접관이었던 존 기어락이라는 변호사이다. 에릭은 방과 후에도 함께 남아 조언과 훈련을 해주면서도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았다. 정말 모든 정열을 쏟아 나를 가르쳤다. 뉴욕의 성공한 변호사였던 존은 남들보다 4배나 긴 2시간이나 나를 인터뷰했다. 하버드가 왜 나를 받아줘야 하는지 제대로 된 추천서를 써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때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와우, 이런 훌륭한 사람들이 남을 위해서도 이렇게 애를 쓰다니, 정말 대단한데'라는 것이었다."

      ―스티브 잡스나 잭 웰치, 마이클 델 같은 경영자는 엄격한 경영으로 유명했다. 그들은 테이커인가 기버인가.

      "모든 성공한 사람이 기버는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회사를 위해 무엇이 좋은지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할 때도 많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이 회사의 최고 이익을 위해 갖고 있었던 정열이다. 적어도 그들이 개인적 이익을 회사의 이익 앞에 내세우지 않았다는 점에서 테이커가 아니라고 본다."

      ―구글은 언제나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당신에게 전화할 정도로 관계가 긴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가까이에서 본 구글의 장점은 무엇인가.

      "그 회사엔 정말 기버가 많더라. 절반 이상인 것 같았다. 구글이 성공한 가장 중요한 이유가 이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든 남을 돕고 베푸는 규범과 그것을 장려하는 인센티브가 잘 정착돼 있었다. 이런 것들이 엄청난 생산성과 혁신, 그리고 강력한 고객 서비스로 이어졌다."

      ―살다가 테이커를 만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우선, 그를 변화시킬 것인가, 멀리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변화시키겠다면 그를 먼저 도와주라. 그러고 나서 그에게 다른 사람을 도와주라고 요청해 보라.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일이 그의 최고의 관심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그가 바뀌지 않는다면 '매처'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 그가 하는 대로 되갚아 주는 방식, 즉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이다. 다른 방법은 소문을 내서 이름에 흠집을 내겠다고 위협하는 것이다. 험담은 때론 매우 강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