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6300억원… 세계서 가장 단단한 日 유리천장 뚫다

    • 0

    입력 2013.06.29 03:05

      디엔에이 창업자 난바 도모코의 성공 神話
      가부장적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지금 들어간다" 전화 오면 전원 대기… "신문 가져와… 채널 돌려" 지시뿐
      딸들 귀가시간 6시, 1분 어겨도 불벼락… 속박에서 벗어나려 내 인생 개척

      일본은 세계에서 '유리천장(여성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 가장 단단한 나라 중 하나다. 올해 초 영국 회계법인 그랜트손턴이 세계 44개국 주요 기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7%로 44개국 중 꼴찌였다. (한국은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난바 도모코 디엔에이 창업자는 의외로 "유리천장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생에 '나는 여성이니까'라고 의식하고 일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기업가 모임에도 나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성 CEO가 적은 이유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여성은 사회적 선택지가 남성보다 훨씬 많기 때문일 것"이라는 게 그의 논리다. 남성이 가정주부를 한다면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지만, 여성이라면 아기가 생겨 전업주부가 되더라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굳이 남성처럼 풀타임으로 일하는 데만 목숨 걸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난바씨 역시 "만약 아이가 생겼다면 지금처럼 사업 벌이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아이를 키우는 것에서 회사에서 일로 성취하는 것만큼의 자부심을 느꼈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난바 도모코(앞줄 오른쪽)씨의 아기 때 모습.
      난바 도모코(앞줄 오른쪽)씨의 아기 때 모습. 일본 가부장의 전형이었던 아버지와 함께 찍었다. 왼쪽은 난바씨 언니. 아버지는 아들을 원했기 때문에 난바씨의 모습이 마치 아들처럼 보인다. / 디엔에이 제공

      그는 "동네 골목대장 같은 아이"였다고 한다. 5자매였는데, 위의 3명이 죽었다. 그 다음에 태어난 언니와 난바씨가 살아남았다. 아버지는 남자 아이를 원했기 때문에 아버지로부터 전혀 환영받지 못했다. 태어난 이후로 줄곧 그런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여성스러운 것을 싫어하게 됐다.

      도쿄 북쪽, 동해(東海)에 면해 있는 니가타(新潟) 출신인 그는 매일 저녁 "지금 들어간다"는 아버지 전화가 오면 어머니·언니와 함께 하던 일을 멈추고 아버지 맞을 준비를 했다. 어머니와 언니는 부엌에서 술·안주를 데워 상에 올리고, 그녀는 아버지 옆에 정좌한 채 술을 따랐다. "신문 가져 와", "채널 돌려"라는 지시에 그녀는 윔블던 볼보이처럼 움직여야 했다.

      딸들의 귀가 시간은 오후 6시. 1분이라도 어기면 불벼락이 떨어졌다. 아버지는 "여자는 교육이 필요 없다"는 식이어서 대학도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여대에 간다는 조건으로 겨우 도쿄 유학을 허락받았다.

      디엔에이의 2012년 실적

      아버지에게 받은 심한 속박은 역으로 자신의 뜻대로 인생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 매킨지 파트너 자리를 걷어차고 창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창업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 모두가 반대했지만 정작 본인은 담담했다.

      "왜 높은 지위를 버리고 낮은 쪽으로 가려고 하느냐는 것이었어요.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인 것을 버리고 불안한 쪽으로 간 것이었죠. 하지만 우선 지위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낡은 생각이라고 생각했어요. 모두가 지위가 높다고 해도 나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나는 '잘 안되면 다른 거라도 하지'라는 식이었어요. 할인마트 캐시어를 해도, 학원 강사나 가정교사를 해도 잘할 자신 있어요. 마음먹으면 못할 게 뭐 있나요. 직장 그만두고 다른 일 한다는 게 두려운가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