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들여 했는데… 국내 컨설팅 잔혹사

입력 2013.06.29 03:05

스마트폰 대응 늦었던 LG, 확장전략에 발목 잡힌 웅진… 대표적 無用論으로 꼽혀
두산그룹 구조조정, 신한·조흥은행 합병… 성공 사례로 평가 받아
삼성전자, 요구 분명히 하고 납품업체 평가하듯 확인
현대차, 아이디어·정보를 얻는 목적으로 많이 활용

세계 컨설팅시장 매출 규모

국내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컨설팅을 받을 필요가 있나, 없나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컨설팅 무용론자들이 흔히 드는 사례 중 하나가 LG전자이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 대응에 뒤처진 원인 중 하나가 컨설팅 회사라는 것이다. 매킨지는 2007년 남용 부회장이 취임하면서 LG전자 경영 전략에 깊숙이 관여했다. 당시 매킨지는 단기간 내에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저가 휴대폰이나 저가 노트북 등 신흥국용 제품을 확대하라는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매킨지는 매년 300억원 내외씩 총 1000억원 정도의 컨설팅 수수료를 받아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민은행도 김정태 행장 시절 매킨지를 즐겨 썼다. 국민은행은 1999년부터 4년간 매킨지에 500억원가량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강정원 행장으로 바뀌면서 규모가 급감했고, 어윤대 회장 때부터는 일절 쓰지 않았다. 어 회장은 "수백억씩 들어가는데 비용 대비 별로 도움 안 된다. 조직에 대해 제일 잘 아는 것은 직원"이라고 말하곤 했다.

웅진은 아예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출신들을 임원으로 영입했는데, 이들이 극동건설 인수 등 확장 전략을 주도하면서 재무 건전성이 나빠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STX와 금호그룹도 컨설팅업체의 조언을 받고 적극적인 M&A에 나섰다가 그룹 전체가 어려워진 경우다.

그러나 컨설팅 업체가 관여해 잘된 경우도 있다. 매킨지가 두산그룹을 구조조정한 것은 성공 사례로 꼽힌다. 1990년대 중반 매킨지는 두산그룹이 비핵심 자산을 매각, 계열사 통폐합 등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보고서를 제출했고 두산은 그것을 그대로 따랐다. 두산음료와 OB맥주를 매각하고, 현재의 중공업 중심 산업구조를 짰다. 올리버와이만이 관여한 2005년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합병 프로젝트도 비교적 잘 처리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컨설팅 회사 활용법

컨설팅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모든 걸 전부 맡기지 말고 필요한 것을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요구하며, 경영 판단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삼성전자는 구매에서 납품업체 평가하듯 컨설팅업체를 철저하게 평가하고, 분명하게 요구하며, 요구한 부분을 반드시 확인한다. A컨설팅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는 아무리 컨설턴트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부족하면 다음부터는 그 컨설턴트를 회사에 발도 못 붙이게 한다"고 했다.

현대자동차는 정보나 아이디어를 얻는 목적으로 컨설팅 업체를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B컨설팅사 임원은 "현대차는 '일단 프레젠테이션해봐'라는 식으로 아이디어만 빼내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박영훈 엑센추어코리아 경영 컨설팅 대표는 컨설팅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컨설팅 업체에 컨설팅을 의뢰하는 목적에 대해 조직 내 100% 합의가 필요하다. 둘째, 의뢰한 컨설팅 결과에 대해 조직 내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셋째, 아이디어 50%, 실행 50%의 비중으로 컨설팅 용역을 발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우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의뢰하는 사람이 준비가 안 된 채로 돈만 많이 주는 것은 소용없다"면서 "고민을 정확히 컨설턴트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에 가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할 것 같은, 다른 경쟁사의 문제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영양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