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와이너 링크드인 CEO

입력 2013.06.29 03:05

일정에 빈칸을 넣어라… 뉴스를 보든, 산책을 하든, 당신만을 위한 시간으로 만들라

내 일정표를 보면 군데군데 아무 표시 없이 회색으로 칠해진 빈칸들이 있다.

이것은 일명 '버퍼(buffer·완충지)' 시간대로 오로지 나만의 여유를 갖기 위해 일부러 비워둔 시간이다. 나는 매일 약 90분에서 두 시간 정도의 버퍼 시간을 갖는다. 그날의 일정에 따라 30분씩 여러 번 나눠 쓰기도 한다.

제프 와이너 링크드인 CEO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쓰던 몇 년 전 내 인생을 구제하기 위해 고안해낸 것이다. 처음엔 버퍼 시간이 사치스럽다고 느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미뤄둔 회의 일정을 집어넣거나 급한 업무를 처리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휴식 시간이 내 업무와 회사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조직이 커질수록 리더십의 역할도 커지고 달라진다. 문제 해결은 교육으로, 전술적 행동은 전략적 사고로 진화한다. 두 가지 모두 많은 시간을 요한다.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는 바쁜 일정 속에서는 이 중요한 진화의 과정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

교육을 보자. 조직에서 문제가 생기면 경험 없는 아랫사람을 시키느니 당신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 편이 빠르다. 이는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대신 고기를 잡아주는 식의 임시방편으로 장기적으로 조직에 오히려 해가 된다. 조직이 커질수록 풀어야 할 문제는 많아지지만 당신은 그대로 한 명뿐이다. 부하들에게 문제 해결 방법을 교육해 주지 않는다면 조직은 발전할 수 없다. 다음번 문제에 부닥쳤을 때 부하들이 스스로 해결할 뿐 아니라 더 잘할 수 있도록 수준을 끌어올리려면 그만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전술적 행동에서 전략적 사고로 진화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회사가 성장할수록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기술 환경은 더욱 빠른 속도로 변한다. 다른 모든 것에 앞서 우선 '생각해야 할 시간'이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이 필요해진다. 회사가 3년이나 5년 후에 어떤 모습일지, 이미 인기 정상에 있는 제품을 어떻게 개선할지, 아직 만족시키지 못한 고객들의 요구를 어떻게 충족할지, 경쟁사들과 어떻게 차별화를 이룰지 같은 것을 생각해야 한다. 이런 생각들은 방해받지 않는 집중력을 요구한다. 가설을 세우고, 동료와 토론해보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나리오를 짜보는 일은 실로 고된 노역이다. 쉽게 말해서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간은 당신이 쥐어짜 내지 않는 한 그냥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이런 데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면 주변 상황에 영향을 미치기보다 주변 상황에 영향을 받는 일이 점점 잦아지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제야 전략적 사고 능력을 키우려고 허둥댄다면 결국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될 것이다.

버퍼 시간을 둬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 모두 한숨 돌릴 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회사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온갖 회의와 약속으로 가득 찬 일상은 하루를 내 하루가 아닌 것처럼 만든다. 내 삶을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런 생활은 재미없을 뿐 아니라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해결책은 단순하다. 일정에 빈칸을 넣어라. 그 시간을 이용해 큰 생각을 해보고, 업계 최신 뉴스를 탐독하고, 쌓여 있는 이메일 더미에서 벗어나 산책을 나가도 좋다. 무엇을 하든 당신만을 위한 시간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규칙적으로 버퍼 시간을 가져야 한다. 어쩌다 우연히 발생하는 여유 시간은 버퍼가 아니다. 의도적으로 일정에 잡아넣는 버퍼 시간은 최고의 투자이며, 최고의 생산성 제고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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