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태 교수의 '영화로 배우는 경영'] (4) 왓 위민 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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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3.06.01 03:02

        반품·환불로 고객의 불만 풀렸다고 생각하면 착각

        영화 '왓 위민 원트'
        자기에게만 들리는 여성 속마음에 귀 기울여 광고 따내고 사랑도 얻고

        고객들은 왜 떠날까?
        고객에 공감 주지못하면 서비스센터 잘 갖췄어도 요구한 것만 얻은 뒤 결국엔 해당 기업 不信

        홍성태 한양대 교수
        홍성태 한양대 교수

        신세대 경영 잡지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의 창립자인 앨런 웨버(Alan Webber)의 조사에 따르면, 가정에서 쓰는 제품의 91%를 여성이 구매하며, 자동차 등 기술 관련 제품의 구매에도 여성이 60% 이상 결정에 관여한다고 한다. 자기 물건은 물론, 남편 속옷부터 자녀의 먹을거리까지 고르는 여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소비 계층이 틀림없다.

        따라서 기업 역시 여성의 마음을 읽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문제는 마케팅 담당자 대부분이 남자라는 점이다. 이러한 딜레마를 잘 묘사한 영화가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 2000)'다. '남자 중 남자'란 평을 들으며 전형적 마초로 살아가던 광고 기획자 닉(멜 깁슨)에게 어느 날 열 받을 일이 생긴다. 여성의 구매 결정력이 커지자 사장이 여성 임원을 자기 상사로 스카우트한 것이다.

        자존심이 상한 닉은 몸소 여성 소비자의 심정을 이해해 보겠다는 결심 아래 스타킹도 신어보고 왁싱도 해보는 등 별의별 시도를 다 해본다. 그러다가 넘어져 감전 사고를 당하는데, 그 뒤로 여자들의 속마음이 환청처럼 들리는 특이한 증상이 생긴다. 듣고 싶지 않아도 곁에 있는 여자의 생각이 다 들리는 것이다. 괴로워하던 그는 증세를 치유하려고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지만 정작 엉뚱한 답을 듣는다.

        "그렇게 훌륭한 능력을 왜 없애려 하세요? 프로이드는 여든세 살까지 살고도 '도대체 여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구하지 못한 채 죽었죠. 남성은 화성에서 왔고 여성은 금성에서 왔다고들 하잖아요. 남자인 당신이 금성인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래서 여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만 있다면 당신은 세상을 지배할 수 있지 않겠어요?"

        영화 왓 위민 원트 장면

        의사의 지적을 곱씹어 보던 닉은 생각을 바꾸어, 자기에게만 들리는 여성들의 속마음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결국 그 증상 덕에 굵직한 광고도 따내고 사랑도 얻게 된다. 그렇다. 화성에서 온 남자는 자꾸 '문제 해결책'만 찾으려 한다. 금성에서 온 여자가 원하는 건 '이해와 공감'인데 말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남성적 문제 해결(manly solving)의 관점에서 여성적 이해(feminine understanding)의 관점으로 시각을 바꿔야 한다. 이때 남성적 문제 해결이란 반품, 환불 등과 같은 기계적 또는 시스템적 해결을 뜻한다. 하지만 여성적 이해와 공감이 따르지 않는 문제 해결은 고객과 오래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자에 허덕이던 스칸디나비아 항공을 단 1년 만에 흑자 회사로 변모시킨 얀 칼슨 사장은 성공 비결을 '진실의 순간(MOT·Moment of Truth)'이라는 한마디로 요약한다. 다른 어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항공사도 홍보나 광고 등을 통해 나름대로 이미지를 만들려고 갖은 애를 쓴다. 하지만 고객이 정작 항공사를 이용할 때 만나는 사람은 항공사 사장이나 중역이 아닌 창구에서 일하는 말단 직원이다. 그런데 그 순간이야말로 이미지를 형성하려는 기업의 노력이 가면을 벗는 '진실의 순간'이며, 바로 그 순간에 제일 필요한 것이 공감 능력이라는 것이다.

        칼슨 사장의 말을 더 들어보자. "조심을 한다고는 하지만, 저희도 인간이다 보니 하루에도 수없이 승객의 짐을 분실했다 찾곤 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승객의 짐을 찾아주는 문제 해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염려하고 짜증 났을 그들의 마음에 공감해 주고 진심을 다해 사과합니다. 그 결과, 저희 항공사를 이용했다가 짐을 잃어버린 고객 대부분이 오히려 충성 고객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은 고객의 불평을 반품이나 환불로 해결하는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는 기업이 많다. 하지만 고객들은 자기가 요구한 바를 얻어내고 난 뒤에 정작 그 기업을 다시는 찾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좋은 문제 해결 시스템을 갖추긴 했지만, 고객에게 공감을 잘 해주지 않았기에, 하나둘씩 고객이 떠나가는 것이다.

        최근 영업 전선에서 어처구니없이 갑(甲) 행세를 한 담당자 때문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기업들이 있다. 회사야 구구한 변명이 있겠지만, 상대편 마음에 제대로 공감해 주었다면 문제가 이토록 불거지진 않았을 것이다. 고객 접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그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 광고보다 훨씬 더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