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2승10패… 69세에 서서 먹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열어 '역전 홈런'

입력 2013.06.01 03:03

'나의 이탈리안' 만든 사카모토, 3분의 1 값에 최고 요리 제공

사카모토
'나의 이탈리안'을 만든 사카모토씨<사진>는 2009년 외식업에 뛰어들기 전까지 '북오프(Book Off)'라는 일본의 유명한 중고책 전문 체인점 창업자 겸 회장이었다. 그전까지는 외식업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그가 긴자에 그것도 일류 레스토랑의 맛을 제공하는 가게를 연 것은 파격 그 자체였다.

그는 "외식업에 대해 전혀 몰랐던 게 오히려 큰 강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이탈리아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손님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철저히 검토했다"고 말했다. 그는 위클리비즈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지만, 일본 미디어를 종합해 그의 성공 비결을 분석해 봤다.

69세에 외식사업에 처음 진출

사카모토씨는 지금까지 오디오, 악기, 화장품, 중고 피아노 등을 판매하는 일을 해 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 1990년 50세 나이에 시작한 중고책 서점 체인 '북오프'를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둔다. 그는 닛케이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12번의 사업을 하는 동안 승패는 2승 10패였다"면서 "'나의 이탈리안'이 13번째 도전인데 아직 성공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북오프 외에 또 한 번의 성공은 중고 피아노 판매업체였다.

그는 2007년 북오프 회장에서 물러난 뒤 은퇴하는 것도 검토했지만, 외식업이란 새로운 장르에 도전장을 낸다. 그가 69세의 나이에 13번째 도전에 나서기로 한 데는 그가 평소 존경한다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자가 노익장을 과시하는 모습을 본 게 큰 계기가 됐다. 이나모리씨는 2010년 78세의 나이에 일본 정부의 삼고초려를 받아들여 법정관리에 들어간 국적 항공사 일본항공(JAL) 회장에 무보수로 취임해 회사를 정상화했다.

요리사 뽑기 위해 인재소개 회사에 준 수수료만 5억원이 넘어

최고 수준의 맛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요리사를 뽑아야 한다. 그러나 그런 요리사들이 신흥 음식점에 쉽게 옮겨 올 리가 없다. 사카모토씨는 인재소개 회사에 섭외를 의뢰했다. 그리고 "돈은 아낌없이 쓸 테니 최고 일류를 데려와 달라"고 했다.

작년 하반기에만 20명의 요리사를 뽑았는데, 당시 소개 회사에 지불한 수수료만 5000만엔에 달했다. 그는 "일본에서 우리보다 미슐랭 레스토랑 출신의 셰프를 더 많이 보유한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미슐랭 가이드 별점 셋을 받은 요리점의 요리사를 스카우트하려고 만나 "객단가 3000엔의 서서 먹는 식당을 만들려고 한다"고 하자 그 요리사는 "객단가 3만엔 이하 요리는 만든 적이 없다"며 사양했다. 그러나 그는 "고급 요정의 시대는 지났다. 요리에 드는 식자재 비용을 원가율 65%까지 끌어올려도 좋다. 그러니 꼭 같이 하자"고 설득했다. 그는 또 "앞으로 회사가 잘되면 주식을 상장할 계획"이라며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유인책을 썼다.

그의 지론 중 하나는 '고객 제2주의'다. 고객은 둘째이고, 직원이 첫째라는 것이다. 최고의 직원을 뽑아 최고의 대우를 해주면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좋아진다는 얘기다. 그는 직원들에게 모든 것을 공개한다. 그날의 매상, 고객 수, 회전율, 객단가, 팔린 상품의 정보 등을 매일 직원들의 휴대전화로 전달한다. 사카모토 사장은 "앞으로 새로 낼 점포 위치까지 포함해서 종업원에겐 어떤 것이든 유출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본 기업은 실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정보인데 기밀인 것처럼 쥐고 있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나의 이탈리안’은 오후 4시부터 영업하지만 1시간 전부터 줄이 늘어선다. 예약석은 한 달 전부터 예약할 수 있다. 일부 예약석은 앉을 수 있다.
‘나의 이탈리안’은 오후 4시부터 영업하지만 1시간 전부터 줄이 늘어선다. 예약석은 한 달 전부터 예약할 수 있다. 일부 예약석은 앉을 수 있다. / ‘나의 이탈리안’ 제공
왜 하필 긴자?

이렇게 해서 탄생한 요리들이 각각 1344엔짜리 '비프필렛과 푸아그라 롯시니'와 '바닷가재 로스트', 그리고 980엔짜리 '푸아그라 피자' 같은 것들이다. 고급 요리점의 3분의 1 가격이다.

대신 좁은 공간에서 서서 먹는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나의 이탈리안' 긴자점의 경우 15평 정도 되는 공간에 25명 정도의 손님이 있었다. 손님은 3분의 2 이상이 여성, 10대부터 중년층까지 다양했다. 직원은 요리사 5명, 서빙 직원 6명 등 11명이었다.

긴자(銀座)는 일본에서도 최고의 명품 거리로 유명하다. 전 세계 일류 레스토랑의 판단 기준으로 통하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점을 받은 곳만 수십여곳이다. 웬만한 맛과 서비스로는 고객들에게 이름을 알리는 것조차 어렵다.

그런데 왜 하필 긴자인가? 그는 유니클로가 긴자에 점포를 내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3년, 특히 최근 1년간 고객들이 싸고 질 좋은 제품을 찾는 경향이 매우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초일류가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긴자에서 유니클로 글로벌 플래그십 매장이 생겨 잘 팔리는 게 단적인 증거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나의 이탈리안'과 '나의 프렌치' 1호점을 긴자에 각각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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